현재 생명을 가진 모든 동물들은 두 개의 생존을 위한 절대명제의 운명적 멍에를 걸머지고 있다. 첫째는 식욕으로 표출되는 개체보존의 본능이고, 둘째는 성욕으로 표출되는 종족보존의 본능이다. 우선 개체가 살아남아야 SEX도 가능하기 때문에 식욕이 성욕에 우선한다. 인간의 경우 극단적인 빈곤과 굶주림은 성윤리를 파괴하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생태적 시각에서 볼 때 이는 당연한 현상이며, 인간도 동물의 범주로 분류할 때 자연의 순리일 수도 있다.

곤충 중에서 사마귀는 강한 육식곤충으로서 “풀숲의 작은 사자”라고 불리는 사냥의 명수다. 사마귀는 머리가 삼각형이고 눈이 얼굴 앞쪽에 붙어있으며 다른 곤충과 달리 홑눈을 가지고 있다. 이는 사냥을 할 때 먹이와의 거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위함이다. 대신 겹눈을 가진 다른 곤충들처럼 뒤를 보지 못하기 때문에 때때로 상체를 일으켜 두리번거리거나 목의 관절을 돌려 뒤를 돌아볼 수 있도록 진화했다. 날거나 뛰는 데는 서툴지만 소리 없이 먹이에 접근해서 순간의 기회를 포착할 때까지 꼼짝 않고 몇 시간씩 기다리는 모습은 사자나 호랑이를 닮았다. “낫”과 같이 생긴 앞발을 합장자세로 하고 사냥감을 노려보는 사마귀를 어린 시절에 가지고 놀아본 사람은 다소 무섭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모습을 기억할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사마귀의 암컷이 교미 시에 수컷을 잡아먹는다는 사실 때문에 여자의 잔인함을 이야기 할 때 자주 인용돼왔다. 수컷 사마귀는 암컷에 비해 크기가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많은 동물들이 교미 시에 천적에게 잡아먹힐 위험성에 노출되지만 당사자인 암컷에게 직접적인 생명의 위협에 직면하는 경우는 드문 예이다. 자기 DNA를 후대에 전하며 종을 보전하기위해 남녀가 서로 끌리고 사랑하도록 설계된 것이 자연의 이치인데 반해 교미하는 동안 수컷을 무참하게 잡아먹는 데도 불구하고 사마귀는 멸종하지 않고 머나먼 중생대부터 현재까지 살아남게 된 이유는 뭘까? 그리고 머리통부터 아작아작 씹어 먹히면서도 끝까지 성스러운 교미행위를 완수하는 수컷은 도대체 왜 그럴까?

교미중 십 중 팔구 죽을 위험성이 있음을 잘 아는 수컷은 조심조심 암컷 뒤로 접근한다. 그러자가 암컷이 뒤를 돌아보면 딱 멈춰서고, 또다시 슬금슬금 다가서는 작전을 취한다. 온몸의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 암컷에게 다가간 수컷은 마침내 암컷의 등에 뛰어올라 교미를 시작한다. 운 좋게 암컷의 몸에 단단히 달라붙는 자세를 잡은 놈은 교미가 끝날 때까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지만 교미가 끝나고 내려올 때나 도망갈 때 기어이 암컷에게 잡아먹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단지 예외적으로 수컷이 살아남는 경우는 교미직전 암컷이 배불리 포식을 해서 더 이상 먹을 수 없을 때만 생명을 부지할 수 있다. 또한 수컷의 머리가 짓이겨지며 비참한 꼴로 암컷에게 먹힐 때조차 수컷은 교미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이는 곤충에게 머리는 우리처럼 그렇게 중요부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머리, 가슴, 배, 다리의 신경절이 따로따로 분리가 되어 있어서 머리가 없더라도 생식기가 독립적으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있다. 머리가 씹혀 삼켜진 수컷은 오히려 뇌에 의한 억제로부터 해방되어 SEX행위에 충실할 수 있게 되어 더욱 활발하게 교미를 한다. 어차피 평생 한 번의 교미 기회 밖에 없고, 교미가 끝나면 자연으로 돌아갈 신세라면 자신의 DNA를 위해 자신의 몸을 훌륭한 영양식으로 암컷에게 제공하고 죽는 것이 진정한 부성애가 아닐까? 이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이다. 인간은 아비가 살아남아 자식이 성인으로 자랄 때까지 엄마와 함께 키우고 보살펴야 하기 때문에 사마귀와 같은 선택을 하지 않을 뿐이다.

육식곤충 중에서 사마귀보다 훨씬 작은 ‘각다귀붙이(Bittacus mastrille)’는 뇌가 엄청 작은데도 불구하고 놀라우리만큼 복잡한 전략적 SEX를 하는 곤충으로 유명하다. 이놈은 파리, 진딧물, 각다귀 등을 잡아먹고 사는데, 교미시에 암컷에게 짝짓기 선물용 먹잇감을 제공하고, 암컷이 이것을 맛있게 먹는 사이에 교미를 한다. 이때 암컷은 먹잇감이 흡족하면 수정하는데 충분한 시간인 20분정도의 SEX시간을 주지만 부실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5분정도로 교미를 끝낸다. 연구결과 5분정도의 교미시간으로는 수컷의 정자가 암컷의 수정낭에 전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최소한 20분은 되어야 제대로 자신의 DNA를 후세에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즉 변변치 못한 먹잇감을 가져오는 수컷의 DNA는 받지 않겠다는 암컷의 선택인 것이다. 크고 맛있는 먹잇감을 손에 넣은 수컷은, 같은 선물로 여러 마리의 암컷을 상대하기도 한다.

연구하다가 발견할 웃지 못 할 사실은, 수컷 중에 어떤 놈은 다른 수컷이 한창 교미를 하는 동안에 짝짓기 선물을 낚아채는 놈이 있다는 사실이다. 낚아채기 전략은 커다란 먹잇감을 잡는데 들이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대단히 편리한 방법이긴 하지만 이렇게 교활한 놈들이 너무 많아지면 점차 낚아챌 먹잇감 자체가 줄어들어 곤란한 사태가 될 터인데, 다행스럽게도 ‘사기꾼 각다귀붙이’의 비율은 전체의 10% 정도로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한다.

인간사회도 사기꾼의 비율은 그 정도가 아닐까? 모두가 일 안하고 사기만 친다면 머지않아 그 사회는 붕괴되고 멸종했을 테니까 말이다. 

권오병(아썸 대표, 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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