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시·조경의 지식 지형 / 정인하·배형민·조명래·민범식·배정한·조경진 지음  / 나무도시 펴냄 / 2011년 12월 28일 펴냄 / 256쪽 / 1만7천원

‘융합’, ‘통섭’이라는 말이 시대의 화두로 떠오른 요즘, 그간 긴밀한 연관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영역으로 간주됐던 건축, 도시, 조경을 ‘지식지형’이라는 통합적 틀로 묶어낸 책 한권이 출간됐다.

‘건축·도시·조경의 지식 지형’은 ‘지식지형’이라는 말이 오랫동안 독자적인 영역으로 발전해 온 건축·도시·조경의 다양성을 통합할 수 있는 적합한 틀이라는 판단 아래, 우리 삶의 터전이자 바탕을 구축하고 있는 건축·도시·조경 분야가 어떤 담론과 철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천을 펼쳐나갔는지를 세심하게 살피고 있다. 특히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시대 상황이 건축·도시·조경의 결과물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도 함께 고찰하고 있어, 시대적 변천에 따른 각 분야의 변화양상도 엿볼 수 있다.

필자 정인하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은 건축·도시·조경이라는 세 가지 분야를, 한편으로는 지식지형이라는 통합적 틀로 묶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엇갈린 시각을 통해 표출된 분열과 단절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고 지적한다.

필자의 말처럼, 건축·도시·조경 분야의 대표적인 이론가 6인이 모여 그려낸 6편의 이야기들은 중첩되는 부분보다 서로 상이한 시각들을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이 글들은 근대성, 정체성, 환경, 장소, 현실, 생산과 같은 키워드를 공통으로 하고 있어 지식 지형을 그리는 데 중요한 바탕을 제공하고 있다.

또한 논리 전개과정에도 몇 가지 공통점이 드러난다. 즉, 정인하가 사용한 ‘아이디어와 현실’의 이분법, 조명래가 제기한 도시에 관한 ‘추상지와 경험지’의 구분, 그리고 배형민이 제기한 ‘서구적인 지식과 체험에 의한 앎’과의 구분을 통해, 비록 사용된 용어가 다르지만 근대화 과정에서 표출된 지식과 현실 사이의 간극을 읽어낼 수 있다. 그리고 조명래의 ‘자기다움의 표출 혹은 재현적 근대성’, 배정한의 ‘박정희의 전통 이데올로기’, 조경진의 ‘장소의 기억과 재현’, 배형민의 ‘전통과 파편’을 통해 각 영역에서 정체성의 추구가 공통적으로 일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민범식의 ‘건전한 공동체 의식’, 배형민의 ‘개인의 형태의지와 공공의 존재’, 조명래의 ‘도시주체들의 사회적 참여’ 등에서 도시공간 속에서 나타나는 개인과 공공 사이의 대립과 참여의 이중적 과제를 읽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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