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중에 ‘가든하다’라는 재미난 형용사가 있다. 문득 보면 정원을 의미하는 garden을 의미하는 듯하지만, 순수한글 의미로 ‘다루기가 가볍고 간편하거나 손쉽다. 또는 마음이 가볍고 상쾌하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가뜬하다’라는 센말을 보면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썼던 말임을 알 수 있다.
그럼, 조경하다는 어떤 의미일까? 규모면에서 봤을 때 작게는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것에서부터 크게는 도시의 경관과 문화를 재창조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 범위와 규모를 떠나 모든 조경하다의 공통점은 자연 가꾸고, 재생시키며, 인간에게 문화를 제공하기 위해 실체가 있는 공간을 만드는 작업이다.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헤세의 에세이집인 ‘정원일의 즐거움’이란 책속에는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지 경작 혹은 자연가꿈의 즐거움뿐만 아니라, 흙의 냄새, 꽃의 색깔, 낙엽의 소리, 공기의 흐름까지 전해주고 있으며, 누구나 한번쯤 꿈꿔본 아름답고 조용한 전원에서 살고 싶다는 꿈을. 하다못해 집 가까이 작은 텃밭이라도 두고 고추 몇 이랑, 상추 몇 포기라도 가꾸어보고 싶다는 꿈을 일깨운다. 이처럼 헤세의 정원에는 서둘러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욕망 대신, 정신의 연금술을 거쳐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화해와 조화에 이르려는 소망이 존재한다. 단지 집 앞 뜰의 정원을 만들고 가꾸는 일이 한 인간의 생각을 변화시키고 사회적 소통을 틀의 바꾸는 것을 바라지는 않지만 상추를 심고 토마토를 경작하는 과정이 단지 수확의 즐거움을 위한 과정이 아닌 또 하나의 문화적 삶을 영위과정임을 헤세는 말하고 있다.

#요즘 지하철을 타면 흥미로운 광경을 목격 할 수 있다.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 고개를 숙이고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다. 바로 스마트폰의 속에서 세상을 읽고 생각을 전하며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 얼마전 모 방송사에서 방영된 ‘달콤한 로그아웃’이라는 다큐멘터리는 이러한 디지털적인 삶에 대한 문제점을 즉시하고 아날로그적 즐거움을 사람들에게 일깨워 주기위해 일반인을 대상으로 탈 디지털적 생활을 실험했다. 그 결과는 디지털 금단현상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잠시나마 주변사람들과의 아날로그적 소통을 선사하고 있지만 그들은 아마 실험이 끝난 후에 다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로그인하여 다시 디지털 일상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삶에 깊숙하게 침투된 디지털문화는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시각적 설득을 위한 자극적인 표현들을 탄생시키고 있다.

#푸른 잔디밭과 파란하늘의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윈도우XP 배경화면 이미지는 미국의 사진작가 찰스 오리어가 1996년 캘리포니아 소노마 카운티에서 실제 촬영한 포도밭이었다는 사실이 이슈가 되었다. 사무실 주변을 둘러봐도 개인컴퓨터 바탕화면을 채우는 것은 가족사진, 혹은 편안한 자연풍경이다. 이는 곧 디지털문화의 대표 격인 컴퓨터 바탕화면 속에서 우리는 아날로그적 향수를 원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조경하다’가 비록 ‘가든하다’처럼 개인소유를 통한 관리와 가꿈이 이루어지기는 힘들겠지만 도시텃밭등의 직접참여 가능한 프로그램의 개발을 통해 사람들의 소소한 여유와 문화적 기쁨을 찾게 해 줄 것이다.
그 기쁨이 헤르만헤세가 말하는 정원일의 즐거움처럼 사람들에게 흙의 냄새, 꽃의 색깔, 낙엽의 소리, 공기의 흐름까지 전해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끔은 네모난 디지털창에 머리를 조아리기보다는 지하철 창밖으로 보여 지는 우리가 사는 도시의 다양한 모습이 담긴 한 폭의 풍경화를 감상하며 미소 짓는 여유를 선사하는 것이 ‘조경하다’의 목표이자 우리의 의무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든다.

채선엽 동부엔지니어링 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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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채선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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