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生態). 생물이 살아가는 모양이나 상태를 뜻하는 명사다. 그렇다면 ‘생태복원사업’은 어떤 사업이 돼야 할까? 이 단순하고도 기본적인 물음에 아마도 조경인들은 ‘당연히 훼손된 자연을 원래 모양이나 상태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입을 모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부쩍 많아진 생태복원사업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정작 생태적 배려는 뒷전인 경우가 많다. 편리한 동선과 공간, 유지·관리 등 아직도 ‘인간’이 초점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가운데  “어디를 공사한 것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로 자연스럽게 복원되었고 멸종위기식물의 보전을 통한 학술적 가치가 크다”, “1년 만에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동·식물 분포를 나타내고 있다”,  “그동안 조성형 위주의 대상지만 보던 시각을 바꾸는 계기가 됐으며 자연환경대상의 취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대상지다” 등의 생태복원의 기본이념에 충실한 것으로 평가를 받으며 우수사례로 꼽히는 생태복원사업이 있어 이번 주 조경작품 Review를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지난 25일 열린 ‘제11회 자연환경대상’에서 최고상인 대상을 수상한 ‘오송제 및 주변 생태계 복원사업’이  그 주인공이다.

본 사업을 설계한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원의 조동길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송제 복원사업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 조동길 넥서스환경디자인연구소(주) 대표

 
자연환경대상 수상 소감은?
2009년부터 자연환경대상에 작품을 응모해왔는데 올해 처음 대상까지 받게 돼 기쁘다.
오송제는 ‘생태계보전협력금반환사업(이하 생보협사업)’으로 조성된 생태복원사업이다. 생보협사업의 경우 감독기관에 따라 사업 방향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은데 오송제의 경우 시행사인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와의 협조가 원활히 이뤄졌다. 이 때문에 일반적 공원 조경이 아닌 ‘진짜’ 생태적인 복원·설계가 가능했고 그 성과가 대상 수상까지 이어진 것 같다.

대상지의 지리적 특징과 가치는?
오송제는 전주시 도심지역에 입지한 면적 20만5341m² 규모의 저수지로 건지산 자락과 낮은 구릉지가 저수지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다. 구릉지에는 농경지와 과수원 등이 분포해있다. 또 낙지다리, 부들, 갈대, 말즘 등의 다양한 습지 식물과 오색딱따구리, 논병아리, 쇠물닭, 왜가리, 청둥오리 등의 조류들이 다양하게 서식하고 있어 생태적 가치 또한 높은 곳이다.
하지만 대상지 주변 경작 및 낚시 등의 행위로 인한 생태계 교란이 시작된 상황이었고, 특히 산림청 지정 ‘희귀·멸종위기 식물종’인 ‘낙지다리’ 군락은 주변 휴경지에서 이입된 이종에 의한 피압이 이뤄지고 있었다. 수질 역시 인근 과수원과 농경지에서 흘러든 농약이나 비료 등으로 수질오염이 가속화됐기 때문에 생태계의 보존 측면에서 복원사업이 꼭 필요했다.

생태복원사업 진행과정은?
미조성 공원 부지였던 오송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높았다. ‘오송제 지킴이’라는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주변 농경지로부터의 오염물질 차단과 휴경지를 사들여 생태공원으로 조성해달라는 수차례의 구체적인 요구가 있었다. 이에 시는 오송제 생태공원 조성을 위한 사전 생태모니터링 용역을 수행하고 LH와 MOU를 체결 본격적인 생태복원사업에 착수했다.
기초조사가 잘 돼있었기 때문에 설계과정에서 자료를 넘겨받아 신속히 설계를 진행할 수 있었다. 보통 생보협사업이 대상지 선정, 계획·설계, 시공, 모니터링에 이르는 전 단계가 1년 안에 끝날 정도로 굉장히 사업기간이 짧은데, 사전조사 있었던 점이 큰 이점으로 작용했다. 또 설계 과정에서 공청회를 비롯해 현 지역의 공무원, 지역주민, 시민단체들과 수차례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쳤다. 만약 이런 과정이 없었다면 그냥 일반적인 공원설계가 나왔을 것이다.

특히 중점을 둔 사항은 무엇인가?
생태계복원 측면에서 저수지 오염물질 저감이 중요했다. 기존에 과수원과 농경지에서 바로 유입되던 물을 정화시키기 위해 물길에 있는 기존 농경지 일부를 사들여 습지로 조성했다. 약간의 단차를 두고 3단 습지로 설계해서 정화능력 극대화와 야생 동·식물의 서식을 위한 소생태계 조성을 꾀했다.
또 포락이 발생해 토사유출을 막기 위한 사면안정화 작업이 필요했던 동측 도로 주변은 생태적으로나 미관적으로 가장 잘 어울리는 공법을 고민하다가 목재를 활용한 침식방틀 공법을 적용했다.

총17개 수상작 중 5개 작품이나 설계했는데?
작품을 설계할 때 자연존중방식을 어떻게 하면 설계에 담아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점을 차별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그를 위해 당연히 자연에 대해 많이 알고, 보고, 자연에서 배우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선 대상지의 자연이 어떤 환경인자들의 결합으로 어떤 모습을 띄고 있는지 이해하고, 결국 복원사업 또한 인위적인 재조성일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연을 최대한 흉내내는데 주력한다. 즉 복원사업의 궁극적 모델은 자연인 것이다. 그래서 자연을 공부하기 위한 노력들이 필요하며 제일 우선이 되는 것 같다.

생보협 사업, 현장에서 느끼는 애로사항은?
사업 인식 제고를 위한 홍보가 필요하다. 생보협 사업이 환경부에서 지자체를 경유해 사업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기초지자체에서는 아직도 인식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또 실제 사업은 공원녹지와 관련된 부서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생보협 사업이 환경부 주관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관련 공문 등 지시사항은 환경관련 부서로만 내려간다. 때문에 아직도 실제 사업부서 관계자들은 생보협 사업에 대해 생소해하는 경우가 꽤 있다. 이밖에도 생보협 사업은 생태가 우선적인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담당 지자체 관계자들은 ‘공원’ 조성의 시각에서 바라본다. 공원처럼 만들어지고 유지되길 바라는 시각들이 많아 조성과정에 많은 애로사항이 있다. 환경부와 지자체 관계자들 역시 서로 입장차가 있어 실제 사업진행에서 많은 설득과정이 필요하다.


향후 생태복원 관련 넥서스의 사업방향은?
현재 자연환경복원설계업 신설 관련 법이 국회에 가는 등 소생태계복원사업, 생태탐방조성사업, 자연환경보존 등에 대한 시대적 요구가 있다. 이런 요구를 전문적으로 처리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싶다.
그를 위해서는 전문적인 지식들이 필요한데 현 인력으로 소화시키기에는 한계가 따른다. 예를 들어 습지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수리수문, 토양, 동물, 식물 등의 전문분야들이 다  필요하다. 이런 체계를 넥서스 안에 갖추고 싶은 것이다. 현재는 자문체계를 통해 외부와 협업을 하는 시스템인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얘기해보면 우리가 놓쳤던 부분들을 새로이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향후에는 전문가들로 내부팀을 구성해 수시로 좀 더 많은 논의와 다각적인 해결책을 모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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