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가 도면을 그려주면 그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너무 단순한 사고”라고 말하는 카네키요 소장은 “도면 하나를 그리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설계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 수반돼야 하는 과정들이 생각보다 매우 많다”고 강조했다.
조경설계가가 ‘디자인’을 하는 것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그 디자인을 통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를 고민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조경교육이나 관리교육이 필요할 수도 있고, 지역별 식재 연구가 필요할 수도 있는 것. 이런 요소가 설계보다 더 크고 중요한 범위를 차지하고 또 수익 측면도 배가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별도 프로그램이 추진될 때 비로소 그 설계가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 프로젝트를 다수 진행한 경험을 가진 그의 눈에 비친 국내 조경업계는 의외로 부실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경우 건설사는 해외 프로젝트에 매우 많이 참여하고 있으나, 조경까지는 이어지지 못하는 것 같다”며 허점을 바로 찍어낸다. 기반은 있으나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견이다.
 



설계교육·관리·식재연구까지 포함

그의 첫 해외 프로젝트는 3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상지는 말레이시아. 당시만 해도 조경에 대한 개념이 없었던 시기였던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제안했던 것은 ‘숲 조성’ 이었다. 특히 재래종을 활용해 숲을 만들기 위해 나무를 직접 가져다 심는 것뿐 아니라 종자를 통해 세대교체가 가능할 수 있도록 식재계획을 세웠다. 종자는 직접 정글에 들어가 채집하고 발아시켜 이용했다.

아울러 당시 현지 사람들이 조경설계 과정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현재 사람들 중 조경을 할 수 있는 몇몇 인원들을 설계 프로세스에 참여시켜 훈련시켰다.

그는 “처음 훈련시킨 이들이 지금은 말레이시아 조경을 이끌고 있다. 그리고 종자를 받아서 묘목으로 성장시켜 키운 나무들도 어느 덧 25년이 지나 무성하게 자라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지유신 시대의 정원의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요청했던 프랑스 정원 프로젝트에서는 설계 단계에서부터 관리자 육성 프로그램을 함께 추진했다. 그들은 일본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시켰다. 또한 관리자뿐 아니라 공원을 구경 온 일반인도 이곳을 관리할 수 있도록 설계를 보다 철저히 했다.

25년간 프로젝트를 추진해온 대만은 녹지 띠를 만들어주려고 했고 25년간의 노력으로 이제는 거의 녹지티 형상을 띠고 있다. 그리고 현재 조경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사실 초기 시작할 때만해도 그 설계가 실현 가능할까 생각했으나 지금은 그 장기적인 녹지계획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밖에도 인공섬을 만들고 해안선을 늘려가는 프로젝트를 추진한 두바이와 카타르 등 다양한 개념의 프로젝트를 추진한 그는 “해외 프로젝트에 대한 가능성을 넓히기 위해서는 설계경기 및 공모 등에 적극적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제안이 반드시 바로 최고 관리자에게까지 연결되지 않지만 이를 즐겨야 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어학능력, 영어홈페이지 등을 반듯이 갖춰야 하며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인제를 육성에도 힘써야 하며 모든 직원들이 국제적인 안목을 갖춰야 한다고 말한다. 인턴십 제도를 활용하는 것도 효과적이라는 팁도 건냈다.
그의 조언의 핵심은 바로 “노력을 많이 하면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점이다.

해외 프로젝트 참여 경로는?
해외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경로는 다양하다. 상대국의 정부와 혹은 상대국 민간과 사업을 맺는 경우, 그리고 일본 내에서 종합 컨설턴트 방식으로 추진하는 등의 사례가 있다. 또 ‘자이카(JICA, 일본국제협력기구)’를 통하거나 대만, 말레이시아 등 해외거점 사업이나 국제 설계경기 등을 통해 입찰 받기도 한다.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국제 설계경기나 공모 등을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현재 두바이, 카타르 등 중동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했는데 이 사업은 초대를 받은 것이다. 그러나 사실 누가 초대했는지 명확하지 않은 경우도 많다. 다만 그동안의 실적이 연결고리를 만든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해외설계 자격조건이 까다로울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우선 도시계획, 조경, 컨설팅, 경관 등 다방면에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건설 등 관련 분야는 협력업체를 이용하기도 한다.
해외의 경우, 보통 조경 과정이 5~6년 정도지만 일본은 조경학과에서 4년 과정을 거친 후 현장으로 바로 나오는 시스템이다. 4년만으로는 해외와 대등한 인력으로 인정받기 힘들다. 때문에 미국이 앞서 추진해왔던 자격증제도인 ‘RLA’ 자격증을 일본에서도 몇 년 전부터 도입, 시행하고 있다. 현재 이 제도는 미국에서와 동등하게 인정받고 있고 더불어 이는 해외 시장에서 역시 통용된다. 이런 자격증이 해외 프로젝트 참여에도 도움이 된다.

개발도상국 등은 설계단가가 맞지 않을 경우도 많을 것 같은데?
현재 일본 조경설계는 거의 비용을 받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오히려 일본에서는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는 것이다.
시공사는 최저가가 있지만 설계 부분은 최저가가 있을 수 없다. 일본에서는 그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 수와 참여 비율에 따라 인건비가 상정돼 설계비가 책정되는데 실제적으로 여러 일을 하기 때문에 참여하는 사람이 많으나 실질적인 수익 비율은 매우 적다. 그러나 해외 진출할 경우에는 한 프로젝트만 참여하기 때문에 인원수가 적고 참여 비율이 높아진다. 때문에 설계비를 따지면 오히려 해외 프로젝트가 높다고 보인다는 얘기가 된다. 또한 설계와 별도의 컨설팅을 추진하는데 이 역시 수익을 높이는데 한 몫 한다.

현지 법인만 가능한 설계는 어떻게 추진하나?
현지 법인을 주도로 프로젝트를 계약하거나 합작하는 방법을 취한다. 일례로 프랑스 설계경기에서 우승을 했지만 실제로 그 프로젝트를 직접 계약할 수는 없는 경우가 있었다. 이럴 때에는 프랑스 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협약을 체결한 후 추진했다.

문화의 차이는 어떻게 조율하나?
이 문제는 결국 시간 싸움이라고 생각한다. 일을 할 때 최종 결정자와 직접적으로 만나 협의하는 일은 없다. 만약 아랍권에 진출한다면 이집트·요르단 등 같은 문화권의 사람들과 팀을 이뤄 일을 추진한다. 그들을 통해 그쪽 문화를 이해하고 상호 교감하는 것이다.
우선 업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그 나라 문화의 이해가 기본 바탕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왔다 갔다 하면서 업무를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에 정착해 살면서 그 문화를 이해해 가야 한다.

한국이 해외 프로젝트를 성공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것이 있다면?
지금 한국 건설사는 해외 프로젝트를 매우 많이 참여해왔고 현재도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조경까지 하지는 않는다. 기반은 만들어졌는데 이를 조경 측면에서는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한 앞서 설계안을 보여줄 때 도면에 대한 자체 방어도 필요하다. 대부분 발주 업체에서는 설계안을 요청할 때 도면을 달라고 한다. 대부분의 나라가 거의 비슷하다. 이때 도면을 볼 수는 있으나 프린트는 안 되게 안전장치를 해놓는다.
한국에서는 대규모 설계 경기를 많이 참여해서 오히려 이런 부분에 익숙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한국 조경 분야에서는 이런 자기방어가 취약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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