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정취가 무르익어가고 있다. 아름다운 단풍을 도심이 아닌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곳에서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고, 여느 숙박시설처럼 번잡스럽지 않고 조용한 한옥민박은 가을의 아름다움을 느끼기에 최적의 장소가 될 것이다. 이에 한국관광공사는 ‘등 따시니 좋을시구! 한옥 민박 체험’ 이라는 테마로 11월 가 볼만한 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가을 정취 흐르는 옛 담장길 걷다

▲ 경남 거창 황산마을 흙담길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공사가 선정한 첫 번째 장소는 경남 거창군 ‘황산마을’. 덕유산의 절경인 수승대를 끼고 자리 잡은 이곳은 100~200년 전에 지어진 한옥 50여 채가 운치있게 들어서 있다.

사실 황산마을의 자랑은 한옥보다는 ‘흙담 길’이다. 담장 위에 얹어놓은 여러 겹의 기와가 독특하고 이채롭다. 이끼가 내려앉은 기와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말해주는 것만 같다. 흙담은 물빠짐을 위해 아랫단에는 제법 커다란 자연석을 쌓았고, 윗단에는 황토와 돌을 섞어 토석담을 쌓은 것으로 잘 알려져 있으며, 2006년 등록문화재 259호로 지정됐다.

황산마을을 가장 잘 즐기는 방법은 그냥 발길 닿는 데로 발걸음을 옮기는 것. 이 골목, 저 골목 낮은 담장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담장은 그다지 높지 않다. 까치발을 하면 담장 너머로 집과 마당이 훤히 바라보인다. 담장 너머로 보이는 고택이 궁금하면 들어가 구경해 봐도 좋다. 야박한 도시와 달리 낮에는 대문을 잠그지 않은 집들이 대부분이다. 문풍지를 발라 놓은 곁문들과 툇마루, 햇볕이 잘 드는 마당, 항아리 등 우리네 전통가옥에선 비움과 열림, 넉넉한 인심의 향기가 베어나온다. 그리고 푸근한 사람의 온기가 느껴진다.

황산마을은 현재 10여 가구가 민박손님을 받고 있다. 아직도 장작불을 들이는 방을 가진 집도 있다. 밤에 문살 사이로 은은한 달빛이 새어들고, 소쩍새 소리와 마을 앞을 흐르는 개울 소리가 방을 가득 채운다.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가 대숲을 훑고 지나가는 바람소리를 들으며 마당을 천천히 거니는 일 등 도시에서 경험할 수 없는 일들을 한옥민박을 통해 체험할 수 있다. (문의: 거창군 문화관광 055-940-3422)


전통과 현대 조화 속에서 여유로움 만나다
강원 강릉 선교장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두 번째 선정장소는 강원도 ‘강릉 선교장’. 이곳은 강원도에서만 아니라 이 땅의 전통 한옥 중에서도 원형이 가장 잘 유지된 집이다. 안채, 동별당, 서별당, 열화당, 활래정 등 100여 칸이 넘는 우리나라 최대의 살림집 면모는 그대로다.

집 뒤로 수백 년은 족히 됐음직한 노송들이 우거진 숲을 이루고, 긴 행랑 사이로 날아갈 듯 사뿐히 치켜 올린 고옥의 추녀가 집의 역사를 대변해 준다. 집 구석구석 예스러움이 묻어나고, 특별히 치장하지 않아도 집안 내력에서 풍겨나는 향기만으로 충분히 매력적이다.

▲ 강릉 선교장 활래정 <사진제공 한국관광공사>
선교장 앞에는 네모난 연못과 ‘활래정’이라는 소담스런 정자가 자리한다. 연못과 정자는 이곳을 방문한 사람을 제일 먼저 반기고 가장 나중에 배웅을 한다. 한옥체험자들은 옛날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이곳에서 다도를 배우며 정자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아무리 역사가 깊고, 전통이 있는 한옥이라도 사람들이 불편해 하면 한옥체험의 취지를 제대로 전달할 수 없다는 방침 아래 한옥의 겉모습은 유지한 채 내부에는 현대시설을 넣어 체험객들이 편하게 쉬어갈 수 있게 했으며, 한과만들기, 서예 등 다양한 전통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시간도 제공하고 있다. (문의: 강릉 선교장 033-646-3270)

한편, 관광공사는 이밖에도 ▲전남 영암 월인당 ▲경북 경주 고택 ▲경기 가평 팜카티지 ▲경북 안동 하회마을 ▲전북 전주 학인당 등도 함께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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