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는 ‘조경가’에게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 소비자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정책적인 요구도 다양해지면서 그에 대한 기대치도 동반 상승된 것이다. 그러나 조경업계가 느끼는 현실은 오히려 예전만큼 넉넉한 살림을 꾸리지 못해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경쟁력’이 필요하고 또 이전과 다른 예술 그리고 환경 측면에서의 ‘철학’까지 요구된다. 이번호부터는 조경업계의 중심에 서서 한창 그 주가를 높여가고 있는 젊은 조경가를 만나 이 시대의 ‘조경’ 그리고 그들이 꿈꾸는 ‘미래’에 대해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금 시대의 조경가는 주장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한만 달라고 할 것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 가야 하는 시대인 것입니다”

첫 직장인 ‘조경설계 서안(주)’에서 의미있는 프로젝트에 여럿 참여하며 15년간 일해 온 것을 큰 자부심이라고 표현하는 이진형 실장은 조경가로서 어쩌면 당연한 꿈인 ‘세계적인 조경가’가 그의 최종 목표라고 말한다. ‘디자인은 갈망이다’라는 그의 언급도 이 목표와 맞닿아 있다.

디자이너로의 순수한 열정을 안고 있는 그가 최근 진지하게 고민하고 또 강조하는 얘기는 바로 현대 조경가들은 전문성을 바탕으로 그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는 설득력을 갖춰야 하고 또 도시조경에 대한 정책적 기본을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 이진형 조경설계 서안(주) 실장.
 ‘여름조경학교’를 통해 만난 인연들…
이진형 실장은 몇 해 전부터 7월이 되면 맘이 설렌다. 휴가도 반납하고 찾아가는 발길임에도 ‘여름조경학교’ 학생들을 만나러 가는 달인 7월이 그에게는 더없이 즐거운 시기다.
대구에서 대학교를 다녔던 그가 디자인에 대한 흐름을 읽고 또 조경설계에 대한 열정을 꽃피우게 된 계기를 만든 곳도 바로 ‘여름조경학교’였다. 그는 아직도 그 시절을 생생하게 가슴에 담고 있다. 그는 함께 모여 밤늦도록 디자인에 대해 토론하고 또 그 내용을 실제 결과물로 이끌어 내는 과정에서 그는 큰 에너지를 얻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서안’이라는 회사로까지 연을 이어준 것도 바로 그때였다.
이제는 거꾸로 다른 학생들에게 그런 에너지를 불어넣어주고 멘토가 되고 있다.

“디자이너에게 장인정신은 필수”
그가 처음 회사에 입사해서 참여했던 작품은 ‘제주 월드컵 프로젝트’다. 지금이야 설계 베테랑이지만 그때만 해도 미숙한 보조설계가였다. 하지만 부모님은 그의 첫 프로젝트 현장을 방문하시곤 어린시절 말썽만 피웠던 장난꾸러기 아들이 사회에 나가 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매우 자랑스러워하셨단다.
그는 이제 팀을 이끄는 소장이 되어 “디자이너는 천업으로 생각해야 하며 또 장인정신이 있어야 한다고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생각들이 뒷받침돼야 장수할 수 있다는 점도 덧붙인다. 그는 이를 ‘자부심’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조경가 역시 자신의 성과를 알리기에 자유로워야 한다”는 그는 면허제와 같이 자신의 설계가 인정받을 수 있는 시대를 만들어 가야한다는 점도 강조한다.

‘정치가’에 흔들리지 않을 전문성 갖춰야
운 좋게도 한창 조경이 ‘팽창’했던 정점에서 활동했던 그는 1년에 프로젝트 4~5개씩 추진해오면서 여러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혼란에 빠져있다’는 언급을 하기도 한다. 너무 정책적으로 편향된 설계를 보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책이다.
그래서 그가 지금 강조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조경’이 메인이 되어 모든 분야를 코디네이트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점이다. 여기에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 설득력’은 기본이다.
정책가와 맞붙었을 때에도 전문가로서 본인의 의견을 관철시킬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그럴 때 비로서 좋은 설계가 나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는 만큼 목소리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계획안이 아무리 좋아도 의견을 관철시킬 수 없다면, 그 의견이 타당하다는 점을 알릴 수 없다면 사장되고 마는 것이지요”
그는 “조경 전문가로서 의견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에 한 가지 요소를 덧붙였다. 조경은 건축의 빈 공간, 토목의 헛점 등을 볼 수 있어야 하며 또 그럴 때 조경이 더욱 재미있고 더 풍성해진다는 주장이다.

공원은 큰 문화를 담는 그릇이다
그가 생각하는 공원은 디자인의 화려함보다 그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을 위한 공간이다.
“집에 쓰는 그릇 중에 화려한 그릇은 오히려 손이 덜 가기 마련입니다. 공원 역시 문화를 담는 그릇이 되어야 하지요. 화려함 보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는 기능이 우선되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신도시의 여러 공원들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는 이용 측면을 소홀히 하고 단지 보여주기 위한 공원을 조성하고 또 지나친 규모로 승부하려고 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대신 그는 ‘텃밭’은 긍정적인 공원 역할을 부여해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한다. 휴일에 마트 가서 물건을 구입하고 놀이공원·유원지를 둘러다니며 소비적인 커뮤니티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도시텃밭을 통해 생산적인 커뮤니티를 즐길 수도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공원에 한 평 텃밭 등이 딸과 아빠 간 교감 그리고 지역주민이 교류하고 더 나아가 생산된 작물을 학교 급식까지 이어간다면 보다 실질적이고 생산적인 커뮤니티가 가능해지는 것입니다”

어려울수록 전략적인 대안 모색해야
그는 요즘 지인들과 만나다 보면 ‘힘들다’는 얘기를 많이 듣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일이 줄어 한가해진 틈을 이용해 직원들에게 공간을 섬세하게 다루는 ‘기본기’를 쌓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이런 얘기를 하면 ‘배부른 소리’라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어려울수록 뭉치고 또 기본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직원 감축이 위기를 극복하는 정답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고 그 돌파구를 찾는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고 봅니다. 힘들수록 전략적으로 준비해 가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그는 설계의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설계감리’ 도입을 유도하는 등 질을 높이면서도 시장 범위를 확장시킬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녹색성장 정책이 신재생에너지, 녹색교통 등 일부 편향된 정책만을 지속해 가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녹지공간을 확충하고 유지하는 등 진정한 녹색성장 부분을 준비해 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도시 그리고 녹색인프라에 대해 큰 그림을 그려가야 하는 것이 바로 그를 포함한 현업의 조경가들이 해야 할 일이고 또 조경의 재성장을 이끌어 줄 힘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이진형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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