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재군(수원시 녹지과 녹지계획팀 주무관)
천고마비의 시절에 풍요로움이 황금 물결로 넘실거리는 빛 좋은날, 남도의 정자문화 답사는 그동안 고민하던 “현대 조경의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신문 지면을 통해 접하게 되던 뚜벅이 프로젝트에 처음으로 참가한 10월의 ‘누정 및 시가문학이 있는 담양을 찾아서’는 우리의 전통 민간정원의 이해 뿐만이 아니라 조경인으로 늘 고민하던 ‘현대 조경의 정체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된 의미 있는 날이었다.

이 날 답사한 담양의 정자는 고려말에 조성된 전신민의 독수정을 비롯하여 양산보의 소쇄원, 정철의 송강정, 김성원이 그의 장인(林億齡)을 위해 지은 식영정, 오희도의 명옥헌이 있었고, 이어서 천연기념물(제366호)로 전통마을숲을 대표하는 관방제림(官防堤林) 제방길 2km의 거목들을 살펴보고 영화와 TV에 자주 등장하는 메타세콰이어 가로수길로 이어졌다. 모두가 하나같이 이름있는 명소로 누구나 한번쯤은 꼭 가고 싶어하는 코스라 답사에 참가하는 나에게 큰 행운인 것 같다. 특히나 조선 중기 우리나라 가사문화의 중심지이며 지방 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정자와 원림의 참모습을 문화해설사를 통해 듣는 것은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다녀온 느낌이다.

답사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소쇄원과 명옥헌이다. 최근에 담양군에서 소쇄원과 명옥헌을 포함한 시가문화권 내 8개 정자와 원림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하기 위해 준비 중에 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를 추진하고 있으며 계획대로 세계문화유산에 시가문화권 정자와 원림이 등재된다면 우리나라 조경사에 큰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전통조경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통 정원문화는 하나의 단순한 사상만을 고집하지 않고 그 시대의 사회사상을 바탕으로 자연과 순응하려는 자연주의 사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담양의 정자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현대 사회가 성장과 개발중심의 사회로서 환경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여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전 지구적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통조경을 재해석하고 이를 통해 현대조경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던 나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기회였던것 같다,

문화해설사의 이야기 처럼 현대조경에 흐르고 있는 일본조경 영향을 전통조경이라는 옛 선조들의 조경기법들을 도입함으로서 극복하고 나아가 우리만의 한국식 현대조경의 정체성을 확립하여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조경업역를 확고히 하며 생태도시 건설 등 환경문제 해결를 위한 대안으로 조경계가 큰 역할을 다해주길 바라는 맘이다.

이번 답사 중에 조금 아쉬운 점은 소쇄원과 전통마을 숲인 관방제림이 지나게 많은 관람객으로 단압(鍛壓)으로 인한 피해가 주변 수목에 나타나고 있는 점이었다. 활용과 보전의 균형있는 관리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처음으로 참가한 뚜벅이 프로젝트를 통해 좋은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고, 옛 것을 통해 새로움을 찾을 수 있는 온고지신의 참 뜻을 이해할 있도록 자리를 만들어 주신 한국조경신문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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