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28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조경기본법’에 대한 공청회를 열기로 결정되었고 그것도 국토해양위원회 전체 공청회를 개최하기로 하고 계속 계류하여 심사하기로 했다.

올해는 9월 정기국회, 10월 국정감사, 서울시장 선거, 연말 예산국회로 진행되는 바쁜 일정에다 내년은 총선, 대선이 있고 여야 관계도 복잡하며 국회의원 개개인 자기생존 문제가 우선이라 누가 특별히 챙기지 않으면 18대 국회 임기 내에 제대로 절차를 밟기 어려워져 표류하다가 폐기처분 될 수밖에 없게 된다.

법안을 대표 상정한 허천 의원도 별 관심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고, 여야 양당 간사도, 상임위원장도 우리를 도와줄 입장이 못 되는 것 같다. 이러한 상황을 몰고 온 불행한 사건은 지난 6월 15일 회의에서 비롯된다. 

그날 임시국회 국토해양위원회 1차 회의에서 법안심사소위원회 위원이 4명이 교체되었고, 민주당에서는 김진애 의원이 새로 들어오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김진애 의원은 건축기본법을 제정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지금은 조경계의 숙원인 조경기본법 제정을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나아가 지난해에 발의된 우리 조경기본법 법안 내용 일부를 그대로 인용하여 건축기본법 개정안에 포함시켜 상정하였으며, 법률안 심의순서가 조경기본법 바로 뒤에 잡혀 있었고 이제는 두 법안을 병합해서 심사를 한다는 것이다.

사실 건축계는 건축기본법 이전에도 건축법, 건축사법을 가지고 있었다. 수년 전 건축기본법 제정 당시 조경분야는 ‘건설기술 및 건축문화선진화위원회’ 김진애 위원장이 하는 일에 많은 협조를 한 바 있다. 의원이 되기 전에 김진애 씨는 조경의 적극적 활동과 역할을 촉구하였고, 여러 행사에서 조경계에 우호적인 발언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현재 파악되고 있는 김진애 의원의 행보는 조경기본법 제정에 최대의 장애물로 파악되고 있다. 조경기본법을 발의한 한나라당 허천 의원을 찾아가서까지 제정을 하지 못하게 말렸고, 같은 민주당 의원에게도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심사소위원회의 법안 통과방식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차원에서 전원일치 합의제를 채택하고 있다. 법안심사소위원회의 위원은 11명으로 한나라당 6명, 민주당 4명, 자유선진당 1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김진애 의원은 ‘4대강 전사’, ‘블로거 정치인’으로 불려지며, 자신의 활동을 매스컴을 통해서 국민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2009년 말부터 비례대표의원으로 18대 국회에 들어왔으나, 다가오는 2012년 19대 국회에서는 지역구 국회의원 공천을 목표로 삼아 4대강 사업 문제점을 비롯하여, 사사건건 MB정권에 저격수 역할을 수행하며 맹렬하게 뛰고 있는 것 같다.

본인의 정치적 야망을 우리가 무어라 탓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이지, 특정 전문분야를 모두 아우르는 대표일 수는 없다. 어떻게 건축분야를 앞세우고 도시·조경·토목 등 다른 전문분야를 그 밑에 두어 장악하려 하는가?

건축기본법 개정안에는 제3조(정의) 2항 ‘『공간환경』의 정의에 광역의 녹지공간인 자연 및 도시환경’을 추가하고, 8항에서‘『건축관련분야』란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구성하는 도시계획, 환경, 경관, 조경을 비롯하여 건축물을 위한 토목, 전기, 기계, 소방, 정보통신, 건축설비 등을 말한다’고 적시하였다. 9항에서는 ‘『건축정책』이란 건축 및 건축관련 분야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펼치는 시책을 말한다’고 되어 있다.

위의 건축기본법 개정안을 살펴보면 김진애 의원의 속내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건축기본법 개정안에서 조경을 건축관련분야 중의 하나로 언급하며 법을 개정하기 때문에 조경기본법은 새로 만들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싶은 것이다. 조경의 전문영역과 전문가로서의 주권을 침범하고, 조경의 정체성을 부정하는 일부 건축지상주의자들의 세상을 위한 악법을 꿈꾸고 있다. 이미 조경계 뿐만 아니라 도시분야 등에서도 극렬히 반대하고 있는 상황을 거스르고 진행되는 현 상황은 건축기본법 제정에 온 몸을 던졌던 김진애 의원에게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혀둔다.

우리 조경분야는 건축분야와 종속적 관계도, 적대적 관계도 아닌 서로 수평적으로 교류하는 독립적인 전문분야다. 조경기본법은 건축계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않는 내용으로, 조경기본법의 제정은 조경의 위상과 존재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권리선언이며 조경의 정체성을 찾기 위하여 우리 모든 조경인이 자존심을 걸고 펼쳐나가고 있는 운동이다.

어제 있었던 서울시장 야권후보자 선출 투표에서도 그 위력을 발휘하였고 얼마 전에 북아프리카 튀니지의 ‘쟈스민 혁명’이 인근 국가로 급속히 퍼져나간 데에는 트위터, 페이스북 등 SNS가 막대한 영향을 주었다. 모든 조경인은 오프라인 뿐만 아니라 온라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우리를 도와주는 의원에게 강력한 후원자가 되어줄 것을 요청한다. 하지만 우리를 반대하고 주권을 침해하는 의원에게는 즉각 강력히 항의하고, 다음 선거에서도 우리의 의지를 현실에서 확실히 보여주어야 한다.

현재 상황으로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전망은 아주 부정적인 것으로 파악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한 명만 반대해도 법안은 통과되지 않는다. 모든 조경인은 우리들의 대의명분을 따라 끝까지 법안 통과를 위해 노력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이대성(대한건설협회 조경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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