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진사례지 답사’. 좀 거창하지만 적당한 기대와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신청했었던 3박4일간의 여정이었다. 사실 중국에서의 세계적인 박람회는 경험적으로 큰 기대를 갖지 않았지만 조경(造景)보다는 원예(園藝)라는 명칭에서 또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라는 기대를 가지고 참여했다.

처음 예상인원보다는 조금 못 미쳤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오신 분들과 공항에서 간단히 인사하고 출발했다. 서안까지의 직항이 아니라 상해를 경유하다보니 밤늦게 숙소에 도착하여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첫날저녁의 걸쭉한(?) 상견례도 없이 잠자리에 들었고 다음날 일찍부터 박람회 장소인 서안의 찬빠 생태구로 출발했는데 출근시간대와 겹치다보니 시내에서 조금 지체하고 거의 1시간 남짓 후 도착했다.

2011 서안 세계 원예박람회는 4월 28일 개막하여 다음달 22일까지 178일간 진행하는 원예엑스포이며 109개의 실외전시원과 연 1200만명의 관람객을 예상할 정도로 엄청난 규모를 자랑했다. 총면적만도 418ha이고 수변영역만 188ha의 대규모 행사였다. 또한 개최장소인 서안은 우리나라의 경주와 같은 역사와 문화도시로 옛 이름은 장안(長安)이며 중국의 6대 중심도시중의 하나다. 따라서 전통적인 것과 현대적인 것의 명확한 대비를 보여주는 도시에서의 친환경적인 박람회라는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답사였다.

처음 박람회장에 도착해서 느꼈던 것은 엄청난 규모와 인파에서 ‘역시 중국답다’라고 생각했고 멀리 보이는 장안탑과 용이 승천하는 듯한 거대한 조형물을 보면서 밀리듯이 도착한 중심건물엔 예상은 했지만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줄이 있었다.

관심분야나 공간중심으로 참관하기로 하고 그룹단위로 흩어져 끝날 무렵의 만날 시간과 장소만 정한 후 본격적인 답사를 시작했고 가장 인기 있고, 행사장 중심공간에 위치한 창의관에서 거의 두시간이상의 기다림 끝에 내부관람을 했는데 미래농업이나 식물 및 원예에 대한 비전, 친환경 에너지관련 신기술 등을 보여주는 전시관이었지만 부족한 설명과 많은 관람객들에 떠밀려 보다보니 좀 허탈하게 빠져나왔다.

독립된 3개 전시관의 연결과 건물자체의 기하학적인 배치, 청동금속과 석재 등 마감의 변화도 느끼지 못하고 아쉬움만 가지고 ‘밥 먹고 합시다’식으로 점심식사 후엔 전시관 중심에서 전체적인 외부공간 중심으로 발품(?) 팔며 보기로 결정하고 돌아다녔다. 중심에 위치한 상징적인 장안탑(랜드마크역활과 전망대이기도 하며 수(隋), 당(唐)의 역사적인 결합을 현대적으로 표현했다는 상징 건물임)도 스쳐지나가고 반지하 형식으로 유리와 목재마감으로 마치 대지 예술적으로 보이기도 한 자연관(지구상의 다양하고 진귀한 식물전시 공간임)도 외관만 바라보며 전시장 외곽부로 도보관람을 했다. 수변공간, 기업원, 세계정원 그리고 중국정원 등 각 나라의 전통정원 등을 꾸며 놓았는데 일부는 예술적인 작품도 전시되어 있었고 민간기업의 홍보관과 마치 풍물마당의 토속품 매장분위기의 국적 없는 공간도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국정원, 일본관과 북한의 조선원을 보면서 아쉬움은 씁쓸함으로 변하기도 했었다. 일본관은 거의 토속품 판매장이고 조선관은 작은 규모의 수경분수시설과 축소된 성곽 그리고 그림, 책자, 우표 등의 판매장이었다. 그리고 한국정원은 순천시와 함께 했고 창덕궁 후원인 애란정을 기본으로 정자, 연못, 화계 및 전통담장을 꾸며 놓았는데 너무 상투적인 느낌을 받았다. (‘전시된 표석의 이런저런 설명에도 불구하고 너무 초라해 보였다면 너무 주관적인 생각일까’라고 되뇌며 ‘좀 더 세련되게 보여줄 수 있는 한국정원은 뭘까?’라고 반문해 봤지만 해답은 오리무중..)

전체적으로 많은 것을 담고자 했던 의도는 좋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고자 했기에 세계적이라고 하기엔 2% 부족한 허술한 공간이나 시설이었다. 세계적인 정원도 좀 더 세부적인 노력과 고증을 보였다면 멋진 관람 공간이 되었을 것 같고 군데군데 전시됐던 예술적인 작품도 연결성과 작품의 이해를 돕는 설명이 부족하여 그냥 스쳐지나가는 시설로 오해되기도 했었다. 폐막이 다가오는 시점이라 정리되지 않은 공간과 시설이 눈에 많이 들어온 느낌도 일부는 있고 넓은 공간을 기다리고 보면서 지친 몸이 느끼는 것도 있었지만 가슴 한편에 아쉬움이 계속 남았다.

다음날은 서안의 또 다른 모습인 역사박물관과 진시황릉 병마용, 서안 성벽 등 역사적인 공간을 맞이하며 경이로움과 숨이 막힐 정도의 거대함에 때론 인간의 무모함과 끝 모를 대범함도 느꼈다. 물론 처음 우리들의 주관심 대상은 아니었지만 또 다른 문화와의 만남은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고 예상하지 못했던 즐거움이기도 했었다.

무엇보다 함께 했던 모든 분들과의 소중한 만남, 그리고 새로운 관계는 설렘이었다. 떠나기 전날 서로에 대한 깊이 있는 소개와 또 이어질 관계설정이 오히려 이번 박람회 체험의 중요함이라고 한다면 나만의 과한 생각일까? 무엇인가 꼭 봐야지, 얻어야지 하며 접근할수록 점점 미궁에 빠졌던 많은 경험 속에 이젠 그냥 함께하는 많은 사람들과 느끼고 부대끼는 게 절실한 때임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흐뭇한 미소를 가질 수 있었던 건 아마 그런 여유로움에서 나오는 것일 것이다.

 

조영철(GS건설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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