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재상 객원논설위원(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TV속에는 늘 화려하고 멋진 스타들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야간의 심야방송에서도 K-POP을 이끄는 아이돌 스타들이 제법 맛깔스러운 입담으로 한밤의 재미를 톡톡히 선사해 주고 있다. 다만 그 재미라는 것이 일회성으로 끝날 뿐, 다음에 기억하려 해도 그들의 얼굴과 재치스러운 입담, 노래 실력이 연결되어 떠오르지 않는다. 매일 보는 TV라는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도대체 누가누구인지를 구분하기 어렵다. 개성이나 실력보다는 외모로 그들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조경의 효용은 여러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수 있다. 도시의 외관을 아름답게 장식해주는 경관적 차원, 삭막한 도시공간 속에서 생물과 공존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생태적 차원, 휴식과 레크레이션을 위한 장소제공의 기능적 차원, 홍수방재나 우수 저류 등의 방재적 차원 등등 조경은 현대 사회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가치를 생산해 내며, 전 국민들에게 조경의 재능을 각인시켜왔다. 최근에는 녹색성장이나 저탄소 사회 등과 같은 구호 아래, 갑작스레 집중조명을 받게 되면서 더욱더 국민적 스타가 된 느낌이다. 다만 조경의 인기가 점점 높아지면서 마치 TV속 아이돌 스타가 된 것처럼 다른 효용들은 제쳐두고, 외모에만 너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얼마 전부터 조경 정책은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이 앞장세우는 공약 1순위가 됐다. 각종 부지의 공원화 사업과 이를 통한 아름다운 도시의 미래상은 늘 시민들의 구미를 당기며 한 표 한 표를 모으는 효자 공약이 되어 왔다. 다양한 조경의 기능은 제쳐두고 더 많은 공원 만들기나 공공디자인 사업 등과 같은 외관 만들기 사업에만 초점을 맞추다 보니, 조경 알리기에만 너무 힘을 쏟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외관에만 치중하여 내실을 기하지 못한다면 TV속 아이돌 스타처럼 쉽게 국민들에게 잊혀질 수도 있다는 노파심마저 든다.

얼마 전 폭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우면산 산사태를 바라보면서 ‘조경이 해야 할 일이 아직도 많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국민들에게 조경이 외관만을 아름답게 꾸미는 업종이라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각종 조경 소재의 기능과 역할, 구조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일각에서는 우면산 산사태의 원인이 무분별한 개발과 함께 이루어진 공원과 산책로의 조성이라고 떼를 쓰기도 한다. 결국 여러 전문가들과의 현장 조사 결과로, 우면산 생태공원이 산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며, 공원과 산사태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었다는 판정을 받았지만, 영 개운치가 않다.

우면산을 덮고 있는 우점종은 수분 흡수력이 떨어지는 아까시나무와 현사시나무 등의 천근성 활엽수들이다. 지질 구조상 돌 위에 흙을 덮고 있는 산이라면, 아무래도 폭우에 취약할 수밖에 없음을 사전에 파악하고 이에 대비할 수 있는 수종의 선택과 공간의 배치가 필요했을 것이다. 공원의 기능은 아름답고 편안한 휴식처의 제공 등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재해 방지의 기능도 빼 놓을 수 없는 주요 기능이자 존재의 이유가 된다. 더욱이 생태공원의 습지는 우수 저류조로서의 역할이 중요한 기능 중의 하나이다. 이에 따라 산사태 당시 원인 제공은 아니더라도 이를 제어하지 못하였다는 조경 내부의 스스로의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조경은 건설사업의 한 축으로 타 분야와 조화를 이루지 못하면 존재 자체가 위협받는 업종이다. 물론 건축이나 토목 등의 건설 사업들 역시 조경이 없으면,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조경은 다른 건설 분야의 노력 위에서 복지 공간을 조성하고 꽃 피우는 궁극의 분야다. 다음 세대의 관심은 복지라고 한다. 복지 차원에서의 핵심적 건설사업은 조경이 된다는 점을 명심하고, 지혜를 겸비한 꼼꼼한 조경인이 될 수 있도록 이번의 사태를 반성의 기회로 삼아 보자. 만약 우면산 산사태 당시 공원이 없었다면 더 큰 피해가 있었을 것이라는 언론의 흥분된 보도가 있었다면 어떠했을까? 비난의 화살을 피한데서 가슴을 쓸어내리는 것이 아니라, 산사태를 막은 주요 공신 중의 하나가 공원이었다는 찬사 속에서 국민들에게 묵묵히 제 역할을 수행하는 중견배우의 모습으로 자리 잡았을 것이다. 결국 타 분야와의 업역 문제를 비롯하여 조경기본법, 4대강과 지천 사업, 공원일몰제, 국가공원법 등 조경계 앞에 닥친 현안들을 좀 더 설득력 있게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어쩌면 조경이 실력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는 가정 속에서 마음속으로 아쉬움을 달래게 된다.

이제부터라도 조경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외모가 아니라, 실력이었다는 것을 알려보자!!

변재상(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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