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겨울은 유난히도 추운 날이 많은 해였다. 추운 날이 며칠씩 이어지는 것은 물론 강한 바람도 함께 불어 나무가 동해를 받는데 더 없이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덕분에 전국의 나무는 동해 피해를 한바탕 받았고 봄이 되어도 새싹이 나오지 않는 죽은 나무가 속출했다. 이중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큰 정금리차나무(경남도기념물)도 포함되어 있었다. 보통 (녹)차나무는 조그만 관목으로 여겨지지만 경남도기념물로 지정된 정금리차나무는 높이가 4.2mdp 근원직경이 57cm 에 달하는 보존가치가 매우 큰 나무이다.

차나무는 상록성으로 겨울이 되어도 잎이 붙어 있기 마련인데 3월임에도 모든 잎이 갈색으로 변해 있었고, 잔가지를 꺾어보니 수분이 전혀 없는 죽은 상태로 탁탁소리를 내며 날카롭게 부러졌다. 육안으로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수세를 측정할 수 있는 샤이고메타로 모든 가지에 대한 고사유무를 측정하였다. 그 결과 직경 2cm 이하의 가지는 모두 죽은 상태였다.

상록수가 동해 피해를 받아 잎을 모두 떨어트린 경우 광합성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살아있는 굵은 가지도 점차 고사되어갈 것이 분명했다. 이럴 때는 줄기에서 맹아나 부정아가 발생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체 영양분이 충분해야 한다. 그래서 조속히 영양제 수간주사를 투여했다. 수간주사는 이처럼 잎이 없는 경우 영양분을 직접 공급해주므로 매우 효과적이다. 뿌리는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잎만 적당하게 발생하면 이 나무는 살릴 수가 있다. 영양제 수간주사와 더불어 무기양료엽면시비를 보름 간격으로 실시하였다.

잎이 없는 상태에서 엽면시비를 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이라고 여길 수 있지만 봄철 엽면시비는 단순히 잎에만 주는 것이 아니다. 우선 차나무의 생리상 봄철 잎이 나오는 시기에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하는 나무라는 것을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뿌리가 활발히 활동하므로 뿌리에서 영양분을 조속히 받아들일수 있어야 한다.

엽면시비는 잎에도 살포하지만 잎에서 흘러내린 영양분은 고스란히 토양으로 스며들게 된다. 따라서 토양에 수분을 공급하는 효과와 영양분을 주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 보통 영양분은 지효성 유기질을 주는 것이 나무에는 이롭지만 기능이 저하된 나무에서는 속효성 무기질비료를 주는 것이 이롭다. 이러한 복합적인 이유 때문에 잎이 없더라도 엽면시비를 하는 것이다. 또한 맹아나 부정아 혹은 살아있는 눈에서 받아들이면 조금이라도 빨리 눈을 트는데 도움이 되므로 1석 3조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런데 5월이 지나도 새로운 잎이 나오지 않았다. 주변의 다른 차나무에서는 새싹이 돋는데 정금리차나무에서는 새싹이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기에 나무에서 보여주는 녹색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하지만 샤이고메타 측정 결과 굵은 가지는 살아있는 것이 확인되었으므로 약 보름 간격으로 지속적인 엽면시비를 실시하였다. 6월에 접어들면서 8개의 굵은 가지 중에서 3개의 가지에서 미약한 새싹이 나오기 시작하였다. 동해피해가 심했던 탓에 회복되지 않은 가지가 많았다. 7월 다시 무기양료엽면시비를 실시하고 8월에는 영양제수간주사를 추가로 투여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은 유난히 덥다. 새로 나온 싹이 고온으로 인한 수분주족으로 고사하지 않도록 각별한 관심과 조치를 취하고 있다.

만약 정금리차나무가 도기념물이 아니었다면 그냥 베어지고 말았을 것이다. 또한 관심이 조금만 부족하거나 회복조치를 조금만 늦게 했어도 살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을 갖는다. 진짜 소중한 나무는 관심과 지속적인 관리만이 살릴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색깔있는 나무의사
김철응(월송나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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