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부터 내린 집중호우로 물바다가 된 서울, 그중 가장 피해가 컸던 ‘우면산 산사태’를 보도하는 언론들은 그 원인에도 큰 관심을 가졌다.

현재 언론을 통해 거론되고 있는 우면산 산사태 원인으로는 오랜 장마로 인한 지반의 물러짐, 암반보다 흙이 많은 토양의 성질, 작년 태풍 때 수천 그루 나무가 뽑힌 뒤 지반 불안정, 터널 및 계속된 난개발로 지층 지지구조 훼손 등의 원인들이 복합적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조선일보는 28일자 3면 머릿기사를 통해 ‘공원 만든다고 파헤치더니…우면산이 화났다’ 제하의 기사를 통해 무분별한 공원 조성이 이번 산사태의 주범인 것처럼 누명을 씌웠다.

먼저 기사를 살펴보면, 우면산을 중심으로 전반적인 피해상황을 르포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우면산 서쪽 전원마을, 남쪽 형촌마을, 북쪽 남부순환로 등 각 피해지역별 상황을 주민 목소리를 통해 전하는 형식이었다. 대부분 아비규환의 현장을 전한 것이었는데, 기사 말미에서는 “서초구가 올 초부터 우면산에 생태공원을 조성한다면서 저수지를 만들고, 굴착기 등을 동원해 마구잡이로 산을 파헤쳤기 때문”이라는 주민들 주장을 그대로 옮겼다.

조선일보는 검증되지 않은 주민의 ‘말’을 제목으로 뽑고, 이렇게 ‘침소봉대’한 제목은 3면 전단을 장악한 톱기사로 편집됐다.

물론 “생태공원 공사 때문에 산사태가 일어났을 것”이라는 주민 목소리를 전하는 기사는 다른 매체에서도 나왔다. 그러나 다른 매체들은 그와 함께 반론도 실어 균형감각을 유지했으며, 제목 또한 자극적이지 않게 ‘산사태, 왜 났을까?’ 형식으로 다루고 있었다. 그에 비하면 조선일보의 보도는 지자체 치수정책 실패, 대규모 건설공사 후유증 등 책임의 본질을 비켜가면서, 사태수습을 위해 신중을 기해야 함에도 오히려 단정적인 느낌을 준다.

한편, 조선일보는 지난 달 29일자 2면 톱기사에서 ‘건축가들이 뽑은 한국 대표 건축물 베스트&워스트’ 기사에서, 한국 현대조경의 대표작이라 평가받는 ‘선유도공원’을 최고의 ‘건축물’로 선정하고, 워스트 건축물로는 광화문광장과 청계천을 뽑으면서, 건축가들의 참여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내용의 기사를 내보내 조경계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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