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초 한 의료신문은 2006년 어린이놀이터 사고로 청구된 보험 건수가 만 10세 기준으로 11만9475건에 달했다는 서울대 이진석 교수팀의 연구자료를 근거로 보도기사를 실었다. 하루에 327명의 어린이가 놀이터에서 다쳐 병원 가서 치료를 받은 셈이다. 특히 같은 기간 어린이 교통사고로 청구된 6만6071건보다 2배나 많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세계 경제대국 10위라고 외쳐대는 우리나라의 어린이 놀이시설 안전사고 수치치고는 좀처럼 체면이 서지 않는 결과다.

독일은 이미 1978년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검사 기준으로 ‘DIN규격’을 마련했다. 영국은 1986년부터 제조사 중심으로 ‘BS규격’을 지켜가고 있으며 이를 기초로 해 1998년 유럽에서는 통일된 안전기준인 ‘EN 1176/1177’을 제정해 실천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재료시험규격(ASTM)에서 ‘공공이용 놀이터 안전기준’을 정하고, 사고 발생 시 병원에서 행정기관에 보고토록 의무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어떨까? 2008년 1월27일부터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을 시행하고 있지만 동법 시행 전에 설치된 시설에 대해 설치검사를 2015년 1월26일까지 연장하는 법안을 지난 6월29일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이로 인해 당장 관리주체의 경제적 부담은 줄었을 수 있지만 어린이를 위협하는 안전사고로 인한 불안감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인 점은 설치검사를 받지 않은 어린이놀이시설이라도 2012년 1월27일부터는 사고배상 책임보험 가입, 관리주체에서 월1회 이상 안전점검 실시, 2년에 1회 이상 안전교육을 받도록 지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주말 유치원, 초등학교 등 관리주체 172명 대상으로 진행된 어린이놀이시설 법정 안전교육 강의에서 참석자들에게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시기는 언제였나?”라는 질문을 던졌다.

대답은 의외로 놀라웠다. 대다수가 올해 알았다는 것이다. 2008년에 알았다는 사람은 1명에 불과했고 2009년은 3명, 2010년 17명이었다. 나머지 151명은 올해 알게 됐다고 했다.

또 행정안전부에서는 올해 초 어린이놀이시설 이용자 안전수칙표지판을 픽토그램(그림문자)으로 개발해 지방자체단체와 일선 교육청에 전파했으나, 이들은 이 내용 역시 전달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정부의 주요정책이 부처 간, 상하조직 간 협조체계 미비로 관리주체, 일선학교 등 하부 조직까지 전달되지 않고 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던 응답이다.

또 지난달 순회교육을 하면서 도청 및 해당 교육청에 교육 일정을 관리주체에 알려줄 것을 협조 요청했으나 소홀하게 듣고 직접 관리주체에게 연락하라는 답변이 돌아와 자칫 법정교육이 무산될 뻔 했던 적도 있다.

빠른 시일 내 관리주체, 안전관리지원기관, 국민이 함께 교육일정과 통계자료 등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정보체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각종 정보화산업의 발전뿐 아니라 어린이 안전 측면도 명실공히 선진국 대열에 설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최종효(대한민국비상재난안전협회 안전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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