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오병 아썸대표, 생태학박사
최근 들어 한반도의 기후는 급격하게 ‘아열대 기후’로 바뀌어 가고 있다.

 

기상청 기후자료에 의하면 지난 50년 사이에 한반도의 평균기온은 11.1℃에서 12.6℃로 1.5℃의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65만년동안 13번의 빙하기와 간빙기의 급격한 온도변화 속도보다도 10배 이상 빠른 상승을 보이고 있다. 강수량도 20세기 100년 동안의 평균값 1240mm에 비해 2000년부터 2010년까지의 평균값은 1750mm로서 단기간에 무려 41%의 증가를 보이고 있다. 그 중에 3년은 2000mm를 넘었으며, 지난해의 서울의 강수량기록도 2000mm를 넘었다.

2007년도 장마의 예를 보면 6월 19일부터 시작되어 10월 3일 개천절까지 107일 동안 자그마치 93일간 비가 내렸고, 개인 날은 고작 14일에 지나지 않았다. 장마기간 내린 비는 1150mm로 100년간 평균 장마일수보다 3배가 길었고 강수량은 70%가 증가한 수치였다. 기상청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이러한 기후를 장마기가 아니라 우기로 표현을 바꾸어야 하는 게 아닌가하고 고민했다.

강우의 강도도 점점 강해져서 하루 강수량이 50mm이상의 폭우 빈도수가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언론에서의 표현도 장마 → 폭우 → 태풍 → 게릴라성 호우 → 물 폭탄으로 바뀌고 있다.

2002년도 동해안을 강타했던 태풍 ‘루사’는 기상 관측이래 최고기록인 831mm의 비를 하루에 쏟아 부어 직접피해액만 11조원에 달했다. 2003년도 경상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는 중심기압이 950hPa(핵토파스칼)으로써 이또한 최고 기록을 갱신하며 4조7800억원의 피해액을 기록했다.

2006년도 강원도 인제지방을 강타했던 ‘물폭탄’은 급기야 10개 시군에 특별재난지구를 선포하기에 이르렀다. 이러한 일련의 현상들은 모두 최근 10년 이내에 우리 눈앞에서 벌어진 현상으로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지구 온난화 현상은 먼 곳에 있는 딴 나라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아니다. 한반도 기후가 온대에서 아열대 기후로 급속하게 바뀌어 가고 있는 징후들이다. 우리가 겨울철에 휴가지로 즐겨 찾는 대만, 홍콩, 베트남, 필리핀, 태국 등의 상해 이남의 동남아 나라들의 기후가 아열대 기후이며, 우리나라의 서귀포가 그 북방한계선이다.

앞으로 15년 안에 서울의 기후가 현재의 서귀포시의 기후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미 지난 3년간의 평균 강수량은 1800mm를 넘어서고 있으며, 과거에 사과 주산지가 대구였는데 점차 북상하여 지금은 양구 인제까지 올라가 있다.

한반도의 대표 수종 중의 하나인 소나무는 지난 20년 사이에 솔잎 혹파리병, 소나무의 에이즈라고 불리는 재선충 등의 질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이는 기후변화로 인한 ‘온대수종의 도태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야산의 소나무는 급속히 개체수가 줄어들고 대신에 활엽수인 참나무류와 외래종인 가죽나무 등으로 수종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건강한 소나무는 700m이상의 능선이나 백두대간 쪽으로 가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어쩌면 우리 손자세대쯤 가서는 교과서에서나 소나무 그림을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온도도 가파르게 상승하여 동해의 경우 지난 20년 사이에 1℃가 올라갔다. 쿠로시오 난류와 오츠크 한류가 만나 세계 4대 어장중의 하나였던 동해에선 이제 겨울철 대표어종인 명태는 씨가 말라 고성의 명태축제는 하는 수 없이 러시아 수입산으로 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반도의 기후 상승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 변화를 이 순간에도 가져오고 있다.

해수온도의 상승뿐만 아니라 내수면의 수온상승은 수질오염의 직접적인 원인인 질소와 인의 농도 상승과 겹쳐 부영양화로 진행되어 하천과 호수를 녹조로 뒤덮고 있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1만8000여개의 호수와 1500개의 주요 하천들은 위기를 맞고 있다. “고인 물은 썩고 흐르는 물은 병들지 않는다”는 평범한 상식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되는 저녁이다. 내일부터 다시 장마전선이 북상한다는 예보를 들으며 금년 여름은 더 큰 재앙이 오지 말았으면  하고 간절히 기도한다.

권오병(아썸 대표·생태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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