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 일본 도호쿠 지방의 대지진과 쓰나미(본 칼럼 3월 17일자 참조)의 영향으로 시작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오늘로 2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TV를 비롯한 각종 매체는 원전 사고의 공포를 시시각각 생생한 화면으로 전문가의 설명을 곁들여 보여주었다. 원전 건물의 사진 정도밖에 본적이 없었던 일반인들도 이제 원전의 구조와 발전원리를 이해하게 되었고 노심융해, 세슘, 요오드 등의 전문용어를 알게 되었다. 우리는 이 사고가 어떻게 수습될지, 얼마나 큰 피해를 끼칠지 아직 알 수 없다. 정말로 우리가 궁금해 하는 것은 원전사고 자체 보다는 “방사선이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일 것이다.

태양은 거대한 기체덩어리이다. 태양계 모든 에너지의 근원은 태양 자체이다. 고온상태에서 수소와 수소가 결합하여 헬륨으로 바뀌는(H2+H2=He) 매우 단순한 화학반응에서 나오는 핵융합에너지가 태양의 열원인 것이다. 지구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는 바로 태양에너지의 영향권 내에서 존재하는 셈이다. 보다 정확하게는, 생명체뿐만 아니라 무생물인 광물질, 대기, 물 등의 존재하는 모든 물질은 태양의 영향을 받는다.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E=mc²)에 의하면 보이지 않는 우주의 에너지와 보이는 모든 물질은 상호 변환 가능한 존재인 것이다. 이는 놀랍게도 우리나라 성리학의 대가인 서경덕, 이황, 이이 선생의 이기일원론(理氣一元論)과 서로 통하는 사상인 것이다. 물질인 理와 에너지인 氣는 본디 하나라는 생각이다.

다시 방사선 이야기로 돌아가자.
물질의 근원인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져 있다. 양성자와 중성자가 결합하여 원자핵을 만들 때, 그 비율에 의해 안정된 핵이 되기도 하고 불안정한 핵이 되기도 한다. 불안정한 원자핵이 방사선을 내놓고 다른 보다 안정된 원소로 변해가는 과정을 ‘방사성 붕괴’라고 한다. 이때 질량이 반으로 줄어드는 시간을 반감기라고 한다. 우리가 원전의 연료로 사용하는 우라늄의 반감기는 자연 상태에서 약 7억년으로 매우 안정된 상태의 물질이다.

그러나 이런 원자핵에 중성자를 쏘아주면 양성자와 중성자의 균형이 깨지면서 빠른 속도로 붕괴되어 새로운 생성물인 세슘이니, 요오드니 하는 원소로 변하며(이러한 방사성 물질은 200여종이나 된다), ‘방사선’이라는 고에너지 파를 발생하게 된다. 알파입자, 감마선, X선, 전자, 중성자 등이 바로 방사선인 것이다.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은 세포조직의 손상이다. 방사선은 강력한 에너지를 가지고 있어서 물질을 통과할 때 이들을 이온화 시키는데 이를 이온화 방사선이라 한다. 이에 노출되면 생체를 구성하는 단백질이나 세포막, DNA 등이 직접 이온화되기도 하지만, 더 큰 문제는 우리 몸의 70%를 차지하는 물을 이온화시켜 강력한 산화능을 가진 과산화물을 생성하는 것이다.

즉 방사선은 인체를 구성하고 있는 분자들인 물과 유기물들을 이온화 시켜 손상을 가져온다. 피폭량에 따라 다르지만 가장 먼저 손상을 입는 조직은 신생능력이 큰 줄기세포인 골수조직이나 혈액세포와 생식세포들이고, 다음으로 신경계세포와 소화기계통의 점막세포들이다. 생명유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핵심 기관들이 피폭량에 따라서 치명적 피해를 입게 되어, 많이 쏘이게 되면 1개월 이내 사망에 이르게 되는 급성증후군이 있고, 수 년 또는 수십 년 후에 나타나는 장기적인 이상증후군이 있으며, 생식세포에 손상을 주어 기형을 지닌 자손을 태어나게 하여 불행을 대물림 하게 만들 수도 있다.

방사선 피폭의 강도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고, 노출시간에 비례하고, 차폐막의 강도에 반비례하지만 이는 외부피폭의 경우에 한한다. 이에 반해 내부피폭은 공기 중에 소량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흡입, 혹은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하여 신체내부에 들어온 방사성 물질이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인체 내에서 발생하여 내부 조직이 지속적으로 손상을 입는 것을 말한다.

태양에너지가 핵융합에너지라면, 원자력에너지는 핵분열에너지이다.
우주생물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의 순리에 의해 탄생하여 진화된 지구생태계 피조물 중의 한 종(種)인 인간이 우주 생성에너지 비밀의 일부를 알아내어 겁 없이 신의 영역에 도전장을 내민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인류 문명은 어차피 되돌릴 수 없는 자기 동력으로 내달리고 있는 것 같다. 제 손으로 제 눈을 찌른 인간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무 죄 없이 함께 멸종의 길을 걸을지도 모르는 수많은 동시대 다른 종들의 운명은 어찌할 것인가?

그리스 신화에서 인간에게 불을 몰래 전해주고 평생 형벌을 받은 ‘프로메테우스’의 이야기가 생각나는 저녁이다.

권오병(아썸 대표, 생태학박사)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