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업도 개발사업을 추진하던 CJ그룹이 환경단체 등의 반발에 부딪혀 지난해 사업을 포기한 가운데 인천광역시가 최근 굴업도 개발사업 추진계획을 밝혀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4일 인천시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 관련 추진보고회에서 “굴업도를 오는 6월까지 지역주민, 전문가, 환경단체 등 각계의 여론수렴을 거친 후, 12월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통해 해양관광 단지로 지정·고시한다”며 “내년 3월 공사를 시작해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는 2014년에 준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송영길 인천시장이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굴업도 개발사업을 반대한다는 공약을 뒤집는 사안이어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이에 대해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는 지난 9일 ‘인천시는 CJ의 대변인인가’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고 즉각 반발에 나섰다.

논평에 따르면 “송영길 인천시장은 지난해 지방선거때 굴업도 골프장 반대와 굴업도를 포함하는 덕적군도 해상국립공원 추진을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면서 “송시장은 골프장이 없는 다양한 방식의 지속가능한 굴업도 보존방안을 연구하고, 덕적군도의 해상국립공원 타당성 검토 연구를 우선 시행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또 “굴업도 문제는 야 3당과 인천시민사회가 합의한 88개 정책과제 중 하나로써 시급히 이행되도록 해야한다”언급한 뒤 “송 시장은 이번 문화관광체육국에서 보고한 굴업도 문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송 시장의 입장표명을 촉구하기도 했다.

문화예술인들도 굴업도 개발사업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굴업도를 자연과 예술 그리고 사람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문화예술의 섬으로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 일환으로 ‘굴업도를 사랑하는 문화예술인 모임(임시의장 건축가 김원)’을 출범하기로 했다.

출범식은 소설가 이호철, 연출가 표재순, 사진가 배병우씨 등 문화예술인 1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12일 오후 4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가진다.

이날 출범식에서는 “굴업도는 핵폐기장이 될 뻔한 위기를 이겨낸 인천시민들의 자랑이 담긴 섬이며, 2009년에는 산림청이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한 섬”이라며 “자연과 사람 그리고 예술이 어우러진 아름답고 평화로운 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라는 출범 취지문을 낭독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인천시 굴업도 관광단지조성 담당자는 “인천아시안게임 사업에 대한 추진과정에 대해 단순한 업무보고 차원의 내용이었다”면서 “시장에게 보고된 사항이 아니며,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논의된 바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굴업도를 지키는 시민단체 연석회의에 참여하고 있는 이승기 한국녹색회 정책실장은 “인천시에서 시민단체, 지역주민, 사업자 등이 모여서 합의점을 찾아보자며 회의를 제안한 상태에서 굴업도 개발에 대한 추진계획을 발표했다”며 인천시의 발표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나섰다.

이어 이 실장은 굴업도 개발에 대해 “생태와 역사가 살아있는 지속가능한 굴업도를 만들기 위해서는 골프장을 제외한 다양한 방안의 개발방향에 대해 함께 논의하고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편, 굴업도 개발사업은 CJ그룹 계열사인 씨앤아이레저산업(주)이 2007년 4월에 굴업도 섬 전체에 14홀 규모의 골프장과 콘도미니엄, 호텔, 판매시설 등을 갖춘 ‘오션파크 관광단지 지정신청’을 내며 추진된 바 있다. 이를위해 씨앤아이레저산업은 굴업도 전체부지인 172만6000㎡ 가운데 98%가량을 매입했다.

하지만 환경단체의 강력한 반발과 인천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보류 그리고 굴업도 골프장 건설에 대해 선거과정에서 반대 입장을 표방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이 당선되면서 씨앤아이는 지난해 6월 굴업도 관광단지 지정신청 취하서를 옹진군에 제출한 바 있다

굴업도 개발사업은 여기에서 일단락 되는 듯 싶었다. 하지만, 웅진군 덕적도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지난 2월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광단지 사업을 촉구하는 청원서를 제출하면서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인천시 웅진군에 위치한 굴업도는 지난 2009년 산림청·생명의숲·유한킴벌리에서 주최한 ‘제10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숲으로 선정된바 있다.

특히 소사나무를 비롯해 이팝, 팽, 만주고로쇠, 좀팽, 동백, 으름 등 다양한 수종들이 숲을 이루고 있으며, 길 가장자리에는 갯메꽃, 갯방풍, 모래지치, 백선, 두루미천남성, 큰천남성 등 희귀 야생화 군락과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먹구렁이, 애기뿔소똥구리 등 멸종위기 야생동물과 천연기념물이 다수 서식해 ‘생태보물섬’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문화재청에서 국가지정문화재로 지정 예고한 바 있는 굴업도 토끼섬 일대 해식지형은 바닷물의 침식으로 해안절벽에 생겨난 깊고 좁은 통로모양의 해식와(海蝕窪)가 대규모로 발달해 있는 지역으로 국내의 다른 장소에서 찾아보기 힘든 해안지형의 백미로 인정받고 있다.

문화재청 천연기념물과 담당자는 “지난해 4월 굴업도 토끼섬 일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예고 했지만, 보존과 개발이라는 논쟁에 부딪혀 보류된 상태”라며 “앞으로 이해당사자들의 논의와 합의가 이뤄진다면 다시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굴업도는 인천연안에서 남서쪽으로 90㎞, 덕적도에서 13㎞에 위치해 있으며, 섬의 형태가 사람이 엎드려서 일하는 것처럼 생겼다고 해서 ‘굴업도’라고 불린다. 이 섬은 전체부지 중 98.2%가 씨앤아이레저산업(주) 소유이며, 나머지는 한국녹색회(1만3300㎡)와 국유지(7926㎡)이다. 지난 1994년 정부가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 후보지로 선정했다가 주민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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