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라고 하는 말은 이제 많은 사람들이 쓰는 단어가 되었다.

생물학의 발전과 더불어 탄생한 ‘생태’라는 용어는 우리나라에서 1970년대 만해도 그다지 잘 알려진 용어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제 생태라고 하는 단어는 생태학자, 생물학자, 환경론자는 물론 일반인들까지도 자주 사용하는 어휘가 되었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생태라는 용어가 지니고 있는 진정한 의미가 지나치게 간과된 채 사회에서 너무 가볍게 쓰여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는 심지어 ‘생태건축’, ‘생태토목’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어휘까지 생겨났으니 말이다.

‘생태’는 ‘건축’이나 ‘토목’이라는 단어와 융합될 수 있는 어휘일까?

근래 세분화된 전문분야들은 분야 간의 소통을 위해 학문의 융합·복합 등이 시도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류사회가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전문분야는 계속 분화되었으며, 이러한 분화는 나뭇가지가 계속해서 분지되듯이 세분화를 가져와 각 전문분야는 제 각기 독립된 진전만을 이루어 학문 간의 단절을 초래하였다.

따라서 단절된 학문 간의 소통을 위해 서로 다른 분야 간의 융합·복합은 매우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융합과 복합은 서로 다른 두 분야의 발전을 가져와 하나 더하기 하나가 둘이 아니라 셋, 넷이 되는 상승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그러나 그와 반대로 잘못된 결합, 잘못된 만남의 경우도 있다.

생태라는 용어는 지극히 생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용어다.

일정한 생물집단 안에는 생물의 종(species)들이 일정한 자기의 지위(niche)를 점유하고 전체적인 안정을 형성하고 있는데, 이러한 집단이 점유하고 있는 물리적 범주를 생태계(ecosystem)라고 하며, 이렇게 안정된 생물집단이 일정한 구조를 이루었을 때 비로소 ‘생태’, 또는 ‘생태적’이라는 말을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떤 분야의 학문적 의미에 대한 깊이가 배려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정한 용어가 다른 분야의 어휘와 결합되는 것은 단지 물리적 결합을 가져와 마치 ‘억지춘향’을 만들게 된다.

진정한 생물학적 의미가 올바로 녹아들 경우에만 생태라는 용어가 다른 분야 학문의 어휘와 결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정한 내용적 결합이 이루어졌을 때, 비로소 서로 다른 어휘의 융합은 상호보완적 상승효과를 가져 올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생태건축’이니 ‘생태토목’이니 하는 신조어는 다분히 생태라는 용어의 진정한 생물학적 의미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단순한 물리적 결합어로, 정말로 억지춘향의 결과를 가져온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요즈음 ‘친환경’이라는 어휘가 붙지 않으면 어떤 개발사업도 원만히 진행될 수 없듯이, 생태라는 말도 여러 분야에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건축물의 옥상에 약간의 식물로 정원을 만들고 건축물의 벽면에 담쟁이 같은 덩굴식물을 붙여 놓았다고 해서 ‘생태건축’이라는 어휘를 사용하는 것은 ‘생태’라는 어휘를 너무 가볍게 복합시킨 경우다.

그런데 더욱 놀랄만한 일은 ‘생태토목’이라는 정말로 기겁할 정도의 물리적 결합어가 조어되었다는 것이다. ‘생태’와 ‘토목’이 과연 결합될 수 있는 용어일까? 우리나라의 토목공사의 현상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라움을 금할 수 없는 노릇이다.

더욱이 이러한 조어는 그 기저에 다분히 특별한 목적을 숨기고 있는 경우가 있어, ‘생태토목’이라는 어휘도 다분히 목적적 조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근래 건설시장의 가장 큰 사업은 수십조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규모의 예산이 집행되고 있는 4대강 사업이라 할 수 있다. 4대강 사업의 상당부분은 조경분야의 공종으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데 현재 그 많은 조경공종의 사업들은 모두 토목공종의 일부로 토목공사에 포함되어 거대한 1군 건설회사로 모두 발주되었으며, 조경공종은 다시 조경사업자들에게 하도급으로 시행된 바 있다.

그렇게 큰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조경분야에는 별로 혜택이 없었다고 한다. 아마도 이것이 ‘생태토목’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낸 저의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든다.

이와 더불어 조경분야를 지켜갈 ‘조경기본법’의 제정이 더욱 시급하고, 더더욱 절실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김학범(한경대 교수·한국조경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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