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 몸속으로 들어가서 코끼리 귀를 청소할 용감하고 씩씩한 어린이들을 찾습니다!”

용기 넘치는 꼬마 친구들이 하나둘 코끼리 탐험대 조합놀이대 앞으로 줄을 선다. 우선 코끼리 탐험대가 되기 위해서는 훈련을 해야 한다. 탐험대장의 설명에 따라 코끼리 코를 한 다음 두 바퀴 돌고 제자리에 서 중심잡기 운동을 하고 이어 코끼리 줄을 다섯까지 셀 동안 통과해 민첩성을 확인한다.
준비를 마쳤다면 코끼리 몸속으로 들어가 본격적인 활동을 개시하게 된다. 코끼리 위를 손으로 주물러 주고 심장을 따뜻하게 안아주고 또 귓속도 깨끗하게 청소한다.

이제 코끼리의 몸속에서 무사히 빠져나와야 한다. 탐험대장과 탐험대원들은 코끼리의 코를 살살 간지럼 태운다. 다 같이 ‘에취~!’ 하는 재채기 소리를 맞춰 폴짝 뛸 때마다 한 명씩 코끼리의 코(미끄럼들)로 빠져나오면 임무 완료.

▲ 자연에너지 놀이터에서 즐기는 ‘가을 추수놀이’
물레방아와 풍차가 있는 자연에너지 놀이터에서는 ‘가을 추수놀이’를 즐길 수 있다.
‘에에엥~’ 비상사태를 알리는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리고 이어 농부가 “비상! 비상! 잘익은 곡식을 훔쳐 먹는 못된 까마귀를 쫓아주세요”라고 소리친다. 농부의 부탁을 받은 아이들은 게임을 시작한다.
바늘구멍 사진기를 통해 까마귀를 확인한 후 “찾았다”라고 외친 뒤 2층으로 올라가는 무지개 구름다리로 이동한다. 2층에 있는 자전거 페달을 돌려 신호등에 불이 들어오게 해 비상사태임을 알린다.

‘미로 속 공간놀이터’에서는 편지전달 대작전이 펼쳐진다. 원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를 쓰고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이어 배트맨의 성, 마녀의 동굴, 까마귀와의 대결, 거미의 숲을 무사히 지나야 편지를 획득할 수 있다. 경제활동 원리를 이해하고 연산능력과 협동정신, 사회성을 깨우칠 수 있는 엄마 심부름 대작전도 즐길 수 있다.

‘큐브를 찾아서’는 세모, 네모, 박사, 큐브, 안경 쓴 토끼 등이 큐브를 찾아서 떠나는 여행놀이로 ‘큐리어스 스페이스’에 적합한 놀이다. 여행 지도를 받은 참여자들은 1강, 2강, 3강을 거치면서 도형을 몸으로 익히고 소리를 느끼고 또 상상 미술관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프로그램은 모두 ‘문화가 있는 놀이터’에서 펼쳐지는 스토리텔링과 문화·예술 놀이다. 이외에도 다양한 소품과 상황극을 이용해 얼음공주 구출대작전, 날아라 애벌레, 자연 편지지 만들기 놀이, 편지 전달 대작전 등의 놀이프로그램이 개발돼 있다.

한지연 서울문화재단 문화사업팀장은 “문화가 있는 놀이터는 예쁘고 보기 좋은 설치물인 놀이시설을 만들겠다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상상하며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놀이문화프로그램을 확산시켜 가려는 것”이라면서 “연극, 미술, 게임 등 다양한 유형의 놀이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놀이터’ 아이들에게 문화적인 배움의 공간이자 문화를 만끽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고 강조한다.

이 재단에서 ‘문화가 있는 놀이터’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올해로 7년째를 맞는 셈이다. 그동안 설치돼 왔던 천편일률적인 놀이터에서 벗어나 문화와 예술을 가까이 즐길 수 있고 또 아이들의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워줄 수 있는 진정한 놀이공간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 이 사업의 취지다.

이 사업은 그동안 5기에 걸쳐 다양한 놀이터 디자인을 설계, 시공했다. 처음 이 놀이터가 소개됐을 때에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실제로 전문가들에게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또 4기 디자인 공모전 작품인 ‘자연에너지 놀이터’는 지난해 독일 레드닷 디자인상 컨셉디자인 부분에서 베스트 오브 베스트 상을 받기도 했다.

놀이터 디자인공모전을 하고 또 그 놀이터를 설치해 주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에 맞춰 이야기를 구성하고 이를 이용한 다양한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놀이문화 프로그램’까지 만들었다. 특히 상황극, 마당극, 그림그리기와 만들기 등 놀이터에서 자연스럽게 예술문화까지 향유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는 것이다.

재단 측은 “가장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향유할 수 있는 문화를 찾다보니 ‘놀이터’가 됐고 이제 놀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놀이 프로그램도 개발해 소개하고 있다”면서 “놀이터마다 스토리가 달라지는데 대부분 운동과 역할놀이를 하면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고 또 직접 만드는 작업까지 병행해 자연스럽게 예술 등을 접할 수 있게 된다”고 소개했다. 

개발된 문화놀이 프로그램은 ‘문화가 있는 놀이터의 문화놀이 워크북’이라는 제목의 자료집으로 묶어 지난해 2월 발간하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도 응용할 수 있도록 배포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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