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깔로 보는  나무치료 이야기 -  은색(브레싱)

 

▲ 브레싱 설치 중 너트는 형성층 아래쪽 마무리해야 한다. <사진제공 나무종합병원 강전유>

요즘은 일반인들도 나무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많아졌다. 많은 전문가가 생겼다는 점에서는 관련인으로써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터무니없는 일을 우기는 전문가(?)를 종종 만나게 되어 민망스러울 때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브레싱(bracing)’이다. 지주를 의미하는 이 단어는 나무가 하중에 의해 부러지거나 당겨줄 필요성이 있을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크게 관통형과 밸트형으로 구분을 하는데, 밸트형은 설치가 쉽고 나무에 상처를 주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수목의 부피생장에 맞춰 지속적으로 교체를 해줘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반면 관통형은 설치가 어렵지만 한번 설치하면 반영구적인 방법이다. 그런데 이 두 가지 중에서 관통형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다. 관통형은 나무의 줄기에 구멍을 뚫어서 쇠심을 박기 때문에 이것이 나무학대이고 또 보기가 흉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나무도 생명이다. 따라서 필요한 조치는 그때그때 받아야 한다. 단지 경관만을 중요시여기는 사람이 아닌 나무를 진정으로 사랑하고 아는 전문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설치하는 것이다.

브레싱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사용하겠지만 그런 방법이 없다면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나무를 위한 것이다.
 

 

 

▲ 수간주사를 주기 위해 구멍을 뚫은 자국이 시간이 지나면서 모두 메워진 모습

 

첫 번째로 문제를 삼는 구멍을 뚫어야 하는 것은 나무의 생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과정으로 구멍을 뚫더라도 대부분의 나무는 스스로 틈을 메우고 아문다. 일반적으로 수간주사를 주기 위해 구멍을 뚫는데 그 뚫은 자국이 수년이 지나면 모두 아무는 것을 쉽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이 새살 돋듯이 나무도 그 부분을 감싸면서 아물어가는 것이 습성이다. 때문에 초기에 구멍 뚫는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까지 수천주에 대해 브레싱이 시행되었지만 부실한 시공이 아닌 이상 브레싱을 한 부분이 죽어서 나무에 이상이 생긴 것은 보지 못했다.

두 번째 경관적인 이유 때문에 브레싱을 거부하는데 이는 나무를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할 말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도 기브스를 하거나 몸에 철심을 넣어 뼈를 대신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심한 경우에는 의족이나 의수를 하는 경우도 있다. 만약 이런 사람에게 주위 사람들이 보기 흉하니까 하지 말라고 하면 과연 당사자는 하지 않을까?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무도 보기 흉한 것은 나무가 살아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다.

브레싱은 둘 이상 되는 가지의 기울기가 너무 벌어져 바람이나 폭설의 하중을 견디기 어렵다고 판단될 때 설치하는 최후의 방법이다. 때문에 외관적인 모습은 논할 가치가 없는 것이다.

브레싱을 하지 않아 죽은 나무와 산 나무의 대표적 예가 천연기념물 통의동백송과 재동백송을 사례로 들 수 있다. 통의동백송과 재동백송은 두 줄기가 V자형으로 벌어진 상태의 비슷한 수형이였는데, 통의동백송은 브레싱 설치를 건의했다가 거부되어 태풍피해로 쓰러져 죽고 말았다. 반면 재동백송은 브레싱을 설치한 결과 아직까지 바람이나 눈의 피해로부터 보호되고 있는 것이다.

외모 따지다 중요한 나무를 잃고 후회해도 그때는 이미 늦은 것이다. 간혹 브레싱은 피해 이후에 하기도 하지만 피해를 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무조건 보기 흉하다고 거부하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 생각된다.

 

우려가 높은 나무에 한해 브레싱은 설치한다.                    동시에 작업해야 하는 고난이도 작업이다.

 

 

 

 

 

 

 

색깔있는 나무의사
김철응(월송나무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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