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지노을공원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난 14일 토론회가 개최됐다. (왼쪽부터) 김인호 신구대 교수,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 양병이 서울대 교수(좌장), 박운기 서울시의원, 문치웅 성미산 생태보전과 생태공원화를 위한 주민대책위원장,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회 사무처장

 

“노을공원은 시민들과 함께 조성하는 시민참여형 도시공원의 아이콘이 돼야한다”

지난 14일 ‘난지노을공원의 미래,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주제로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모두 “노을공원은 시민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

윤준하 녹색서울시민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장기적인 안목 없이 조성된 공원은 아직도 시민의 발길을 끌지 못하고 있어 진정한 가족 공원으로 태어나기 위해 이 자리를 갖게 됐다”며 “여러분의 생각이 현실로 구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달라”고 말했다.

쓰레기섬 난지도, 가족공원으로 변신
노을공원이 조성돼 있는 난지도는 예로부터 ‘난초와 지초가 자라는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으며 조선시대 고화 속에서도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1978년부터 거대도시의 생활쓰레기와 건설폐기물 매립지로 활용됐고, 매립량이 초과됐음에 불구하고 다른 매립지가 없어 15년 동안 매립지로 사용돼 결국 그 아름다움을 잃고 100여m에 이르는 거대한 쓰레기 산으로 변하고 말았다.

이러한 가운데 1997년 10월 쓰레기매립장에서 300여m 떨어진 상암동 일대 시유지가 서울 월드컵 경기장 건설부지로 지정됨에 따라 난지도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하는 사업 또한 진행됐다.

그 중 제1매립지에 조성된 노을공원은 시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매립지 안정화와 골프의 대중화를 촉진시킨다는 명목 아래 2005년 9홀 규모의 골프장이 조성됐다. 그러나 특정계층을 위한 골프장은 많은 시민과 시민사회의 끈질긴 요구 끝에 2008년 11월 가족공원으로 변신한다.

가족공원으로 문을 열었음에도 접근성이 불편하고, 새로운 장소 성격이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논의하거나 공유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민들의 이용이 매우 저조한 상황이다.

이번 토론회는 이러한 배경에서 개최됐다.

노을공원의 새로운 대안, ‘식물원’ 조성
토론회에 참석했던 김인호 신구대 교수는 “시민이 참여하는 가드닝 문화가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도시농업이 활성화되고, 고령화 시대가 다가옴에 따라 세대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식물원 등 시민참여 공원으로 정착돼야 한다”며 노을공원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이유미 국립수목원 산림생물조사과장은 “쓰레기를 매립한 곳을 공원으로 탈바꿈시켰다는 것부터가 범상치 않은 출발이며, 이러한 곳을 가장 고차원적인 문화가 꽃피는 장소로 만들게 되면 그 상징성이 일반적인 식물원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이라고 말했다.

김창렬 한국자생식물원장도 두 사람 의견에 함께했다. 특히 김 원장은 노을공원에 조경박람회 혹은 정원박람회를 개최하고 이후 박람회 전체 시설물을 그대로 보존해 시민의 여가공간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노을공원은 생태공원으로 남아야
이렇듯 일부 전문가들은 노을공원에 식물원이 수목원을 조성하는 것이 공원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지만 한편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강찬수 중앙일보 환경전문기자는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치도 존재한다”며 “인파에 시달리지 않고 호젓하게 몇 시간을 넓은 잔디밭에서 한가롭게 즐길 수 있는 공원도 필요한 법인데 꼭 새로운 시설물을 일부러 설치해 찾는 사람을 늘리려고 노력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강 기자의 발언에 문치웅 성미산 생태보전과 생태공원화를 위한 주민대책 위원장도 동의를 표하며 “노을공원은 다른 공원과 다르게 쓰레기 위에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다”며 많은 사람들의 유입을 고려하기보다는 생태계에 대한 지속적 관찰과 기록,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박운기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 의원은 “노을공원에 대한 서울시의 새로운 목표가 많은 사람들의 이용인지, 공원의 질적인 충족인지에 대해 묻고 싶다”고 말했다.

핵심은 시민의견 반영한 장기간 조성
활성화 방안에 대한 패널들의 입장은 각각 차이가 있었으나 이들이 모두 노을공원 조성은 단기간의 변화가 아닌 시민들의 참여에 의해 장기간으로 발전해야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염형철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시민이 참여할 경우, 속도가 느리고 전문성을 발휘하는 데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자신들이 만든 공간에 대한 애정, 보전과 관리에 대한 관심, 함께하는 공동체에 대한 사랑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염 처장은 시민들의 폭넓은 참여와 활동을 제안하는 ‘노을공원가꾸기시민추진위원회’ 구성을 제안해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고 공원의 비전과 방향을 결정하며 운영과 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발제자로 나선 조경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공원의 가치는 창의적 사고를 통해 잘 활용될 때 배가 된다”며 “다른 생각과 사고가 서로 배치되는 것이 아니라 노을공원의 쓰임새에 대해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담아낼 수 있도록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좀 더 성숙한 발전 방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토론회 좌장을 맡았던 양병이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도 “노을공원은 시민들의 다양한 시각들이 반영되길 바란다”며 “이를 위해서 보다 긴 호흡으로 조성돼야 할 것”을 강조했다.

난지공원의 미래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진행된 가운데 조성과 운영을 맡고 있는 서울시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도행 서울시 푸른도시국 팀장은 “시민들이 이런 아름다운 공간을 볼 수 있을까하는 욕심에서 급하게 많은 시설들을 조성하려고 계획했었다”며 “앞으로는 천천히 가더라도 시민들과의 대화를 통해 자연생태를 배우고 즐길 수 있는 공원으로 만들어 나가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녹색서울시민위원회가 주최하고, 서울그린트러스트, 서울환경운동연합, 한국식물원수목원협회가 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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