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연과 소통하는 새로운 디자인 비전을 수립했다.
LH는 자연·인간·주거공간에 대한 의식의 전환, 근본주의적 접근방법, 생태주의 이념에 기초한 ‘지생가(地生家)’라는 디자인 기본 원칙을 담은 새로운 디자인 비전을 수립했다고 4일 밝혔다.
‘지생가’는 ‘땅이 집을 낳는다, 땅과 집은 하나다’는 의미로, 자연과 주택이라는 인공물과의 관계성에 대한 새로운 규범을 제시하고 있다.
또 지난 2009년 10월 한국토지공사(L,地)와 대한주택공사(H,家)가 합병돼 유기적인 한 기관으로 탄생(生)했음을 의미하기도 한다.
새로운 디자인비전 수립은 서울시 부시장 겸 디자인서울총괄본부장이었던 권영걸 교수(서울대학교 디자인학부)팀이 수행했다.
권 교수는 디자인서울 정책을 진두지휘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디자인, 외부환경디자인, 시각디자인, 시설물디자인, 야간경관디자인 등 5대 분야에 대한 정밀한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함께 제시했다.
이 디자인 가이드라인에는 원가 절감에서부터, 자연성에 기초한 건강한 주거공간을 위한 절제된 디자인 지침이 포함돼 있다.
권영걸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대한민국 주택시장은 외형적 허세를 추구해왔다”며 “LH는 주택시장의 과도한 상업주의적 흐름에 맞서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늘릴 수 있는 진정한 ‘참살이 주거문화’를 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공동주택은 앞으로 ‘지생가’의 디자인 비전 아래 건축물을 구현키로 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설계되는 건축물은 주변 녹지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초록이 보이는 지붕, 그리고 불필요한 장식요소가 배제된 단정한 입면으로 설계될 전망이다.
또 기성의 공동주택이 저층부를 마감재와 색으로 차별화하던 것과 달리, LH 공동주택의 저층부는 형태와 구조(층고)에 변화를 줘 저층부 거주민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종래의 폐쇄적인 어두운 비상계단실은 과감하게 넓은 유리면을 적용해 햇빛이 들어오는 밝은 이동공간으로 조성하고, 실내조경을 통해 세대주민들의 자연스러운 만남의 공간으로 활용될 계획이다.
아울러 단지 내의 외부공간에서는 ‘지생가’의 디자인 비전을 더욱 구체화 할 방침이다. 수목을 밀식해 그늘을 만들고, 단지 외부와 내부를 차단시키는 경계면의 옹벽과 방음벽을 최소화해 밝은 햇빛과 시원한 나무그늘이 있는 단지산책로 ‘LH 둘레길’이 조성된다.
LH 관계자는 “이번 디자인 비전수립을 통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친환경적인 집합주거공간의 한국적 규범을 제시하는 동시에, LH와 국민이 함께 초록의 삶을 구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