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가수다’라는 모 방송국의 TV프로그램이 인기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그 인기와 함께 프로그램 진행상의 형평성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기 때문이다. 특정 가수의 탈락을 놓고, 방청객 투표 결과에 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던 시청자들과, 제작자와 참여 가수들의 자체 결정으로 룰을 바꾸어 재도전 기회를 마련했던 방송국간의 힘겨루기가 문제의 핵심이었다.

물론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내보내는 일은 전적으로 방송국의 권한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시청자들의 절대적인 지지와 참여 속에서 만들어 간다고 했던 약속을, 자의적으로 해석하여 무시했다는 점이 사회적 비난을 받게 된 것이다. 만약 앞으로도 시청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면 시청률은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고, 해당 프로그램은 대중들에게 외면당하게 될 것이다.

이 시대의 소비자는 생산자의 일방적이고 권위적인 자세를 허용하지 않으며 기존의 틀을 벗어나고 있다. 소비자와 생산자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된 것이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는 자사의 전문가들에 의해 생산된 시스템과 관련 지식을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틀 속에서 발전해 왔다.

그러나 2011년 세계 브랜드 가치 1위 기업에 오른 ‘구글’이라는 회사는 달랐다. 구글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일방향적 관계에서 쌍방향적 관계로 바꾸었다. 오픈소스에 기반한 의사소통의 창구를 열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함으로써 대중이 함께 생산해 내는 지식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끊임없는 피드백과 이를 통한 사용자들의 참여를 이끌어내면서 전 세계 60억 인구를 구글의 직원으로 만들었다. 고리타분한 일방적 운영방식으로는 더 이상 시대적 흐름에 동참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경은 어떠한가? 지금까지 조경업은 전문가들의 고유영역으로만 인식되어 제한적인 시민들의 의견 수렴 창구만이 존재해 왔다. 기업과 시민이 하나 되어 만들어가는 진정한 의미의 ‘양방향 조경’ 기업은 없었다.

조경에서도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을 이끌어낼 무언가가 필요하다. 필자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시민참여와 시민기업 그리고 상생하는 조경문화의 열쇠는 ‘사회적 기업’의 발굴이다. 사회적 기업이란 비영리조직과 영리기업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예로 영국의 ‘빅이슈’라는 잡지사는 노숙자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잡지를 파는 노숙자에게 잡지 판매금액의 절반 이상을 되돌려주는 형태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한다. 또한 공정거래 모델을 통해 아프리카 가나의 코코아 농장에서 헐값이 아닌 판매가의 적정 수준을 지불하여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디바인 초콜릿’ 역시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 중 하나이다.

대기업의 기부와 같은 기존의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와는 의미가 다르다. 단순한 일방적 기부가 아니라, 사회적 일자리 창출에 더하여 함께 사는 세상을 시민들이 손수 동참하여 만들어 가자는 취지는, 조경이 나아가야 할 모습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07년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사회적 기업이 등장하여 인증을 받고 있다. 2011년 2월 22일에는 ‘사회적기업진흥원’이 현판을 걸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였다. 2010년 12월 21일 기준, 우리나라에서는 청소, 보육, 음식가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501개의 업체가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 기업으로 인증을 받고 있다.

조경은 사회적 기업의 발굴 가능성과 잠재력이 무궁한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업체를 찾아보기 어렵다. 공원의 계획단계에서부터, 시민들에 의해 움직이는 공원의 운영관리, 사회취약계층을 고용한 다양한 조경의 유지관리 등과 같이 적극적인 시민들의 고용과 참여에 의해 조경이라는 프로그램은 외연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 사회적 취약계층의 고용창출과 함께 다수의 시민들에게 유용한 사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공원은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사회적 취약 계층 즉 노인과 어린 아이들 나아가 장애우에게도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과거처럼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공원과 지자체의 타성에 젖은 운영정책만으로는 더 이상 시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어낼 수 없다. 능동적으로 시민의 의사와 참여를 자연스럽게 이끌어 내면서, 조경의 대중화를 선도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조경기업의 발굴이 시급하다. 이는 미래 조경산업의 도약에 있어서 소중한 발판을 제공할 것이다.

‘나는 조경이다’라는 프로그램이 국민들의 외면이 아닌 인기를 끌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그 방법의 하나로 사회적 기업을 적극 활용한다면 조경문화의 스펙트럼은 모든 국민에게로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기업의 발굴과 적극적인 창업 유도는 일방통행이던 조경 프로그램을 시민이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양방통행의 재미있고 유용한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때야 말로 시민들은 조경계의 일거수 일투족을 기대와 관심 그리고 호기심 속에서 주목하게 될 것이다. 온 국민이 조경인이 되는 순간이다.

변재상(신구대 환경조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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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 #변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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