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자문위원)

제25차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대통령 보고자료에는 두 개의 안건이 보고되었다. 첫째는 ‘산림의 가치 제고 및 건강자산으로의 활용 방안’이고, 둘째는 ‘아름답고 품격있는 국토공간 창출’이 그것이다.

국토면적의 약 64%가 산림이기 때문에, 기후변화 등 환경문제에 적절히 대응하고, 이를 보전하고 활용하기 위한 산림정책을 국가경쟁력강화수단으로 제시한 것은 시의적절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금수강산을 가꿔나가 후세에 물려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높이 살만하다. 이와 아울러,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경관’이라는 것이 국가 정책차원에서 고려되었다는 것이 획기적인 것이라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자료를 읽으면서 느낀 것은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05년 1월 초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경관을 말하다’ 연재 초기에 언급했던 것이기도 하지만, 필자가 일본에서 생활하고 있던 기간 중에서 2002년 12월 18일은 필자에게는 몇 안되는 ‘경관’과 관련하여 중요한 사건이 있었던 날이기도 하다. 당일 아사히신문 석간에서 동경도내 기초자치단체인 쿠니타치(国立)시의 경관권 소송을 크게 다루었었다, 14층짜리 고층맨션이 ‘건축기준법에 위반하는 건물로, 경관권을 침해한다’라는 취지로 맨션 주변에 거주하는 주민 50명이 메이와지쇼와 맨션 입주자 113인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동경지방재판소는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특정지역에서 독특한 가로가 형성된 경우, 그 경관이익은 법적으로 보호할만하다’라고 판결하면서, 맨션의 전체 높이 43m 중 7층 이상에 해당하는 높이 20m 이상을 넘는 부분을 철거할 것을 명하였다.

(왼쪽부터) ‘02년 12월 18일자 아사히신문 석간 쿠니타치시 경관권 소송 관련 기사 / 19일자 아사히신문 조간 사설에 삽입된 맨션 철거부분 설명그림 / ’03년 7월에 촬영한 대학로 풍경(오른쪽 위에 맨션 일부가 보인다)

당시의 판결 이후, 일본 내 많은 지자체에서 경관권 재판 소송이 끊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20m 이상 부분을 철거하라는 그 숫자값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어찌 보면 단순하다. 해당 맨션은 쿠니타치시의 중심도로인 ‘대학로’에 바로 인접하고 있고(신문의 사진에서 맨션 건물 아래쪽 도로), 그 대학로는 쿠니타치 전철역에서 시작하는 약 1.2km의 길이에 해당하는 도로이며, 도로 양옆에 벚나무 171그루와 은행나무 117그루가 심어져 있어, 아름다운 도로경관을 형성하고 있다(1982년에는 동경도 ‘신동경백선’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또 다른 배경으로는 판결문에서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도시경관은 자연적 경관과 달라서, 지역주민이 결속하여 자기희생과 노력을 지불하여 형성되는 것이다’
이는 곧, ‘대학로’의 경관형성에서 가로수 높이 20m를 넘지 않는 토지이용을 약 70년 이상 계속해온 역사를 중시한 것이었다. 또한 판결내용에서는 ‘구체적인 노력에 기초하지 않는 ‘추상적인 환경권 및 경관권은 곧 법률상의 권리로서 인정되지 않는다’라고 유보도 붙이고 있다.

이러한 경관소송을 두고 모 대학교수는 당시에 검토되고 있던 경관법 제정과 관련하여 ‘앞으로 검토되는 경관법은 경관을 기른다라고 하는 시점에서 시민참가형의 법제도로 하여야만 한다’고 이야기 하였다. 이로써 일본의 경관은 또다른 전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이러한 쿠니타치시의 경관소송은, 현재 고층아파트로 대변되는 도시주거환경과 신도시개발로 뒤범벅되어 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가 한다. 바로 이러한 관점에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의 경관관련 대통령 보고자료 내용에 대해 조금 더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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