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분야의 직업군을 분류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경설계, 조경시공, 조경소재생산, 조경관리, 조경행정 등으로 구분이 가능할 듯하다. 그러나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랜드스케이프 어드보케이터(landscape advocator)라고 하는 조경전문분야도 있다. 조경대변자 또는 조경전달자 정도로 부를 수 있는 ‘랜드스케이프 어드보케이터’는 분명히 조경분야의 뚜렷한 하나의 직종이다. 조경분야가 창조적인 작업을 해야 하는 하나의 전문분야 혹은 예술분야라는 관점에서 볼 때 조경대변자라는 분야는 매우 중요한 위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조경은 물론 건축, 미술, 디자인 등과 같이 창조적 예술을 바탕으로 하는 전문분야는 창조 작업의 결과인 작품의 의미와 특성, 혹은 가치에 대한 비평을 필요로 하며, 또한 이러한 각 분야의 전문성에 대한 비평과 전문분야에 관한 정보의 전달 등은 실제로 전문분야에 대한 사회전반의 인식을 고양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일반대중은 물론 전문인들 조차도 이러한 창조적 결과물을 생산하는 전문분야의 전문적 특성을 쉽게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각 전문분야의 어드보케이터는 각 예술분야의 장르 별 전문성을 일반대중과 전문인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 이들을 말한다. 이러한 대변자들은 언론, 방송 등의 매체를 통해 전문분야의 설명과 비평을 하기도 하고, 그리고 정보를 전달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달자들에 의해 전문분야는 일반사회에 널리 알려지게 되고, 이러한 기반 위에서 전문성은 더욱 깊어지며, 또한 전문분야는 한층 성숙하게 되는 것이다.

조경작품은 조경평론가에 의한 비평을 통해 작품을 평가받기도 하고, 또한 작품에 대해 조경전문인은 물론 일반대중에게도 작품의 성격과 내용이 전달된다. 이러한 평론은 조경작품의 향상과 발전에 기여한다. 또한 사회나 산업 전반에 걸친 현안과 문제들은 언론이나 방송매체에 의해 가장 빠르게 사회에 전파되듯이 조경 산업에 관한 문제의 지적과 발전방향의 모색은 조경언론매체에 의해 가장 잘 이루어질 수 있다.

조경대변자(landscape advocator)는 조경분야를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리고 조경인들에게 전문지식을 제공하며 새로운 정보를 공급하는 이들을 의미하는 어휘로서, 조경평론가, 조경기자 등이 주로 이에 속하며, 보다 넓게 본다면 조경관련 언론매체가 곧 이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진정한 의미의 조경대변자는 조경관련 신문, 혹은 조경 전문지 등에 종사하는 조경기자를 제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조경관련 정보의 전달을 우선으로 하는 조경언론 매체는 조경분야의 성숙과 발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조경전달자라고 하겠다.

조경분야는 조경과 관련이 있는 여러 분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매우 열세의 위치에 놓여있다. 건설 분야 내에서도 조경은 가장 일천한 역사를 지니고 있어 건축, 토목 등의 분야와 비교하면 규모·제도·인력 등에서 매우 취약하고 또 창조적인 작품을 만들어 내는 디자인 분야에서도 조경의 입지는 매우 취약하다. 또한 조경분야의 정보전달에 관한 수준도 매우 미약하며 조경분야의 권익을 주장함에 있어서도 그 성량의 크기는 아주 작은 상황이라 할 수밖에 없다.

조경분야가 사회적으로 저변을 확대하고 기반을 갖추는데 있어 조경대변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조경대변자로서 초기의 역할을 담당한 매체는 30여년의 역사를 지닌 ela(환경과 조경)지 라고 할 수 있다. ela지는 조경전문인을 비롯해 일반인들에게 조경분야에 관한 지식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였으며, 현재는 ela지 외에도 소수의 전문지가 발간되고 있고 조경을 표방한 신문도 소수 간행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소수의 전문지와 신문이 조경분야의 전문성, 각종 정보와 현안 및 실상 등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이 아주 적은 수의 조경전문지, 극소수의 조경언론매체에 불과한 조경대변자의 실상은 다른 관련 전문분야와 비교할 때 상대적으로 취약한 조경분야의 실상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1970년대 초에 탄생한 조경분야는 이제 40여년의 연륜을 가지게 되었으며, 어엿한 장년의 세수를 지니게 되었다고 조경인들은 말하고 있다. 하지만 장년의 연륜을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조경분야의 현실은 매우 취약하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아직 조경분야는 법규 및 제도, 정부조직 및 직제, 조경 업역 및 대국민 인식 등에 있어 아주 성숙치 못한 어설픈 장년일 뿐이다.

조경은 건설관련 업종 중 현저한 마이너 그룹이다. 마이너 그룹은 언제나 피해를 받는다. 사회적 지위는 물론 경쟁에 있어서도 항상 불리한 위치에 처한다. 마이너 그룹에 속한 사람들은 항상 자기 분야의 전문성을 지키기 위해 소리 높여 주장하지만 언제나 힘의 논리에 밀려 그들의 지위를 침해받곤 한다. 현재 조경분야의 입지는 이러한 처지에 불과한 상태다.

안정된 사회란 국가의 모든 분야가 제각기 전문성을 충분히 확보하고 그러한 분야의 특성을 잘 발휘하는 데서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다. 불안정한 사회는 양극화, 부의 편재, 권력의 독점 등과 같이 사회구조 불균형에서 기인한다. 한국의 사회구조는 점차 불안정한 상황으로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의 과감하고 지속적인 개선을 위한 노력으로 해결되어야 한다. 현재 국가에서 취하고 있는 균형성장 및 이익공유제 등은 이러한 취약분야를 육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국가나 사회가 아무리 취약한 분야의 발전을 위해 여러 가지의 정책을 입안하고 시행한다고 해도 그러한 정책을 수용할 만한 당해 전문분야의 자세와 노력이 수반되지 않고는 전문분야의 발전을 기대할 수는 없다. 앞으로 조경분야의 발전은 조경분야 내부는 물론 사회전반적인 인식의 개선을 통해서 이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대사회적 인식의 개선에는 언론 매체의 역할이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조경언론매체의 역할은 조경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매우 중요하다고 하겠다.

근래의 몇 년에 걸쳐 조경분야에서는 조경기본법 제정을 위한 활동을 범조경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현재 조경기본법의 입법과정은 그 동력을 얻기가 그다지 쉽지 않은 상황으로써 입법에 있어 난항을 거듭하고 있는 상태이다. 조경기본법의 당위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입법과 관련된 정부, 입법기관 및 조경전문인들에게 조차 충분히 홍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든 경우이긴 하지만 이러한 조경분야의 범조경적 추진동력의 확보에는 언론과 방송매체의 역할이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조경기본법 입법을 위해서는 조경인들의 충분한 공감대 형성과 동참을 유도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일이다. 이러한 일이 곧 조경대변자의 역할이다.

조경분야의 랜드스케이프 어드보케이터의 수준은 현재 매우 취약하다. 물론 이와 같은 상황의 원인은 한국에서의 조경의 역사와 작품의 규모, 업무 영역의 범위 등이 이러한 활동을 활발하게 이루어 낼 수 있는 기반을 형성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상황이 전개된다 하여도 국가의 발전과 국민생활환경의 질적 향상에 따라 40여년을 성장해 온 조경분야는 조경작품 및 업무영역의 범위에 있어 끊임없는 확장과 발전을 이루에 될 것이며 이러한 과정에서 조경대변자의 역할은 더욱 증대할 것이다.

창간 후 몇 해 지나지 않은 조경 언론매체인 ‘한국조경’은 아직 취약한 신문이다. 그러나 지금 조경분야 매체의 필요성은 매우 크며 향후 조경전문 언론매체의 역할은 대단히 절실한 상황이다. 이렇듯 중요한 시기에 ‘한국조경’은 새로운 도약의 단계에 서 있다. 신문의 지면도 대폭 확대되고 신문의 구성 역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다. ‘한국조경’은 정규대학에서 조경학을 전공한 1세대라 할 김부식 사장을 영입하여 제2의 창업을 선언하고 새로운 발전의 계기를 맞고 있다. 창립 이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조경 전문매체로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고전분투해 온 ‘한국조경’이 이와 같은 계기를 맞아 조경토양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조경분야의 발전에 크게 기여하는 조경대변자로서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전문매체로 확고히 자리 잡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학범(한경대 교수·한국조경학회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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