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창조 거창’

재정자립도 10%, 인구 6만3000명, 총 면적 중 임야 면적 76%인 경남 거창군이 ‘창조도시’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거창은 청정한 자연환경과 질 높은 교육환경, 풍부한 내재적 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전국적인 인지도가 미약한 지역이다. 최근에야 ‘거창 사과’가 부각되고 있기는 하지만 거창군하면 떠오르는 브랜드도, 내놓을 수 있는 지역브랜드도 사실상 전무한 실정이다.

더불어 군이 가지고 있는 관광자원인 덕유산과 가야산 브랜드까지도 각각 전북 무주군과 합천군에게 내주고 말았다.

인근 지역들이 성장 속에서 거창군이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작년 7월에 이홍기 군수가 취임했다. 이 군수는 30년의 공직 생활 중, 20여년은 거창군에서 나머지 10여년은 경남도청 도시계획과장과 민간사업과장 등을 역임했다. 때문에 거창군의 미래를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안목을 지닌 그는 ‘매력 있는 창조 거창’이라는 군정 비전을 내세워 거창의 도시브랜드화에 앞장서고 있다.

‘매력 있는 창조 거창’
거창군에서 추진 중인 창조도시는 창의성 있는 군민들의 아이디어를 군정에 반영하고 이를 통해 도시 발전 모델과 각종 계획을 수립한 후 관광객들을 유치해 이들을 상대로 도시마케팅을 펼쳐 경제적 가치를 브랜드 도시로 만드는 사업이다. 즉, 창조도시는 창조력이라는 요소가 도시성장의 원동력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군은 '창조'의 개념을 '무'에서 '유'를 만드는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군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자원을 활용하고 그것을 재조명해 새롭게 브랜드화 시키는 것을 '창조'로 보고 있다.

군은 거창만이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장 적합하게 활용해 산업적 경쟁력 강화와 더불어 주민들의 생활환경, 문화, 교육 등 삶의 질을 향상 시키는 것을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거창만의 내재적 자원
거창의 첫 번째 내재적 자원으로 ‘아름다운 경관’을 들 수 있다. 거창은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3대 국립공원의 가운데에 자리 잡아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거창 읍내는 도심 내부를 흐르는 하천을 중심으로 경관 작물을 재배해 상품화 할 수 있다. 또 거창읍 시가지에는 경관이 오래된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아름다운 경관을 느끼게 한다.

두 번째 내재적 자원은 ‘환경’과 ‘건강’이다. 거창읍 동쪽에는 국내 최고 수준의 알카리성 가조온천이 있으며, 친환경 쌀 생산단지, 특용작물 친환경 재배단지 등이 조성돼 있다. 이러한 환경을 통해 무공해 지역의 건강한 농축산물을 활용한 슬로우 푸드 개발이 용이하다. 또 덕유산, 금원산 등을 이용한 치유의 숲, 자전거 타기와 걷기를 생활화해 뉴 어바니즘 도시의 실현이 가능하다는 것도 거창군이 가진 자원이다.

세 번째 내재적 자원은 ‘교육’이다. 거창읍은 군 단위로는 드물게 초·중·고·대학 등 19개 학교가 집중돼 만여명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등 서북부 경남의 교육중심지다. 학교들이 밀집된 지역을 종합 개발해 학교도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어, 교육도시 거창으로 브랜드를 강화해 나갈 수 있다. 이를 통해 교육·출판·인쇄 산업을 유치시켜 지역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지역이다.

‘창조 거창’의 추진 사업
군은 거창읍을 중심으로 지역 간의 특성, 연계성, 입지성, 자원성 등을 고려해 군을 동서남북 4개 권역으로 나눴다. 여기에 지역의 내재적 자원인 교육, 건강, 경관, 환경 등 4개 키워드를 연계해 컨텐츠를 개발하고 거창만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장소로 만들 방침이다.

먼저 동쪽 가북면, 가조면은 ‘가조온천 권역’으로 설정했다. 현재 이 지역은 온천산업의 사양화로 가조 온천 개발이 미진해 지역 주민들의 관광 수입원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군은 가조온천은 건강온천으로 개발하고 친환경 대중 골프장을 조성해 지역의 관광명소로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고견사·우두산·비계산 등 주변 자연 환경과 우륵전설, 고천원전설 등을 활용해 산악관광과 연계한 스토리를 상품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또 위천면, 마리면이 위치한 서쪽은 ‘수승대 권역’으로 설정해 수승대와 폐 석산을 자연 그대로 보전하며 현대적 색채를 입혀 연중 방문할 수 있는 관광지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곳은 시멘트, 콘크리트 자재의 사용을 지양하고 수승대와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 친화적인 관광지로 모습을 유지하는 가운데 전통 마을의 모습을 되살리는 개발 방식이 적용된다.

특히 거열산성~월성계곡으로 이어지는 구간에 ‘외갓집 가는 길’이라는 트래킹 길이 조성돼 군민들과 외지 방문객들에게 볼거리를 조성하고 걷고 싶은 탐방로로 조성된다.

남쪽은 ‘옛이야기 권역’으로 조성된다. 상대적으로 관광자원 활용도가 부족한 남상, 남하, 신원면 지역의 내재적 자원을 스토리텔링화하고 거창을 가로지르는 황강변의 경관 개선 및 인근 부지를 개발해 합천댐 관광과의 연계를 추진한다.

합천댐 수몰지역을 관광 자원화 해 경관농업을 실시하고, 다목적 운동장을 조성할 계획이다. 또 ‘외갓집 가는 길’의 대응축으로 남하면~신원면에 이르는 21km구간에 ‘옛이야기 역사 탐방길’을 조성하고, 옛이야기 권역의 다양한 체험 스토리를 발굴하고 육성해 거창사건관리사업소와 연계한 체험관광을 실시할 예정이다.

북상면, 고제면, 웅양면, 주상면이 있는 북쪽은 ‘백두대간 권역’으로 조성된다. 이곳은 남덕유산을 중심으로 캠프문화를 누릴 수 있는 숲 체험 및 편의시설을 설치해 대도시 및 인근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먹거리·체험거리를 판매해 주민 소득을 창출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각광받고 있는 의료관광에 대응하기 위해 요가 및 명상 수련시설, 허브체험, 스파시설, 마사지 시설 등 대체의료 관광센터를 조성하고 양방과 한방, 보완대체의료 등을 통합하는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방침이다.

또한 군은 군 단위 최대의 학교와 학생 수를 보유하고 있다는 내재적 자원인 ‘교육’을 활용해 학교가 집중돼 있는 거창읍 북쪽 지역을 캠퍼스화 시키는 ‘아카데미 파크’도 조성한다. 글로벌 체험학교, 공자학교, 대안학교 등 다양한 교육 아이템을 도입해 여러 분야의 인재들이 성장할 수 있는 교육문화를 만들고, 학교 간 담장 허물기 등의 사업으로 각 학교를 하나의 캠퍼스처럼 단지화해 공원 같은 학교 분위기로 만드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주민·전문가와 함께 만드는 ‘창조 거창’
군 관계자는 “군에서 아무리 창조거창을 만들겠다고 해도 주민들과의 파트너쉽이 형성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군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고 지역개발에 앞장 설 수 있도록 ‘리더 아카데미’를 열어 주민들이 직접 도시재생의 틀을 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와 함께 거창군발전협의회, 창조도시학회 등을 구성하고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통해 ‘창조 거창’이 나아가야 할 발전방향을 모색하게 된다.

또 열악한 제정상태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도 단위에서 시행하는 각종 공모사업에 적극적으로 응모해 많은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다.

‘창조 거창’의 최종 목표
지금까지 거창군에는 내놓을만한 관광브랜드가 없었으나 동서남북 권역별 사업을 통해 외지인들이 거창에 와 관광을 하고 머물러 갈 수 있는 ‘2박3일 체류형 테마관광’이 가능하게 된다.

군 관계자는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거나, 기존의 창조도시를 모방한 것이 아닌 거창만이 가지고 있는 내재적 자원을 활용해 새롭게 재조명한 것이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서 느낄 수 없는 것을 보기 위해 관광객들이 거창에 방문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군은 앞으로도 호텔·콘도를 통한 관광개발이 아닌 거창의 경관 수려한 곳곳을 자연친화적인 관광지로 조성해 사람들이 스스로 찾아와 머물고 갈 수 있는 사업들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내놓을만한 자원도, 넉넉한 제정도 가지지 못했지만 거창군은 ‘창의’적이었다. 가지고 있는 자원들을 활용해 지리적·역사적·입지적 단점들을 장점으로 승화시킨 것이다. 새롭게 만들어진 장점들을 활용해 앞으로 더 많은 외지인들을 끌어 모이고 그로인해 농가 소득을 향상시켜 군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 이것이 ‘창조 거창’의 최종 목표다.

<4대 테마 30대 추진 사업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