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병희 (주)아썸 기술본부 차장
“안녕하세요~ 한국조경신문 장현숙 실장입니다. 오늘 뚜벅이 프로젝트 두 번째……”

반가운 지인들의 인사로 토요일 이른 아침을 열고, 주최자의 설레는 목소리와 함께 오늘 일정이 시작됐다.

순천만 연안습지.....
사진을 통해 그리워만 하다가 꼭 한번 보고 싶어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한 지라 피곤함 보다는 그리움이 앞서기 시작했다. 참여자들의 간단한 인사가 끝나고, 4시간여를 달려가는 동안차창의 풍광이 꺼벙이 마냥 겨울도 봄도 아닌 상태로 어중간해, 순천만을 좋은 컨디션에서 만나리라는 핑계로 자위하며 잠을 청했다.

오전 11시. 드디어 도착한 순천만 습지. 안내차 휴일을 포기하고 나온 순천시 관계자 분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먼저 순천만 자연생태관 회의실에서 간단한 순천만의 역사와 현황에 대해서 소개해 주었다. 세계 5대 습지인 순천만 습지를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순천 시민들의 노력이 감동적이었다. 습지의 보전을 위해 주변 식당을 이전하고, 흑두루미 보호를 위해서 습지 주변 농경지의 전봇대를 모두 제거하고, 경관농을 시행하고 있다고 한다. 그간 인간의 편리를 위해 간척을 통해 갯벌을 농경지로 만들고, 도로를 건설하고, 관광지 개발과 위락시설의 난개발 등 개발이란 명목 하에 파괴를 일삼았던 지난 일들을 생각하면 일등생태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순천시민들의 자연사랑, 생명사랑 정신과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로서 분명 자연으로의 회귀를 마음 깊숙이 꿈꿀진대 이러한 자연과 함께하려는 노력이 빛을 발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처음 참여하는 터여서 잘 몰라 도시락을 준비하지 못해 참여자들과 함께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 점식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뚜벅이 투어가 시작되었다. 철새들의 서식처 주변 농경지를 돌아서 해안 제방을 따라 습지를 관찰하고 용산 전망대에 올라 순천만 습지의 전경을 감상하는 코스였다. 조류독감으로 인해 겨우내 닫아두었던 산책로를 뚜벅이 투어를 위해 개방해 주신 관계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답사의 시작은 일찍 시작된 남도의 봄기운이 맞이해 주었다. 논둑의 개불알꽃과 나비가 봄이 시작됨을 알리고 있었다. 전봇대가 제거된 들녘은 보는 것 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철새들의 안정감을 위해 갈대를 이용해 조성해 놓은 울타리를 지나 습지를 향해 가는 도중 아직 떠나지 않은 흑두루미, 기러기 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해안 제방에 올라 드넓은 갈대밭을 바라보며 걷는 마음은 흐뭇하기 그지 없었다. 잘 보호된 습지 주변을 발자국, 똥무더기 등 습지에 서식하는 야생 동물의 흔적을 찾으며 거니는 기분은 마치 자연에게 조금의 용서를 받는 기분이랄까? 행복한 미소가 저절로 번지는 시간 이었다. 바람에 사각거리는 갈대의 소리도, 발아래 바삭거리는 푹신한 흙길도 모두 도심에 찌든 나를 치유해 주고 있었다. 자연은 항상 우리에게 무언가 말하고 있다. 거만한 인간이 듣지 못할 뿐. 오늘 마음을 크게 열고 자연의 품에 안기의 그 소리를 들어 보려 한다.

용산 아래 도착하여 갈대숲 사이를 걸어 용산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서천 신성리 갈대밭은 갈대 사이 땅을 밟고 산책할 수 있는데 비해 순천만의 경우 데크 위로 걷도록 되어있어 아쉬움이 좀 남았다. 아마도 지형적 특성으로 바닥이 뻘인 관계로 보행이 어렵고, 게들의 서식처를 보호하려는 의도였으리라 생각해 본다.

용산으로 오르는 길은 자그마한 동산을 오르는 길이었다. 동네 뒷산보다도 나지막한 언덕이었는데, 미천한 몸뚱이는 호흡을 몰아쉬며 무거운 다리를 한탄하기 시작했다. 제법 정상 가까이 이르러 능선을 따라 이동할 때쯤 발아래로 순천만 습지가 펼쳐지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야! 여기 맞아!’
둥글둥글 평화롭게 펼쳐진 습지를 바라보며 마치 전설 속에 신천지를 발견한 탐험가 마냥 행복한 탄성을 마음속으로 질러댔다. 이제부터 능선을 따라 순천만습지와 눈을 맞추며 전망대까지 걸어갔다. 전망대에서 제대로 펼쳐진 순천만 습지! 하염없이 바라보는 눈과 마음 때문에 설명은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오직 저 아름다운 동그라미 모양이 인위적으로 조성한 것이 아니라 자연이 만든 작품이라는 설명 외에는.....

순천만 습지는 둥글게, 어울려, 평화롭게 살라고 말하고 있는 듯 했다. 둥글게, 어울려, 평화롭게.......

사장님의 소개로 엉겁결에 참여하게 된 뚜벅이 투어. “건강하자! 공부하자! 소통하자!” 라는 캐치프레이즈와 너무도 잘 맞는 기획이다. 도심을 벗어나 자연 속을 걸으며, 학습하고,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다시 한번 이러한 기획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하는 한국조경신문사에 감사를 드리며, 뚜벅이 투어를 위해 수고해주신 순천시 관계자 여러분과 순천대 교수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이번 뚜벅이 프로젝트 두 번째 순천만 답사는 내게 커다란 감동이었다. 모쪼록 순천만 습지가 들려준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며 잊지 않고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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