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근대적 의미의 조경은 1970년대부터 시작된 국토개발사업과 고속도로 건설사업과 같은 공공부문에서 시작되었다. 1972년도에 계획된 경부고속도로 조경사업은 인터체인지와 중앙분리대, 차선유도, 휴게소를 대상으로 하였다. 건축의 외부공간과 기타 새로이 조성되는 외부공간에 식물을 식재하는 것이 이 시기 조경의 주된 과업대상이었다.

1980년대 이후 조경은 양적으로 성장하였다. 86아시안게임과 88올림픽을 계기로 양재시민의 숲이 조성되었고, 서울을 비롯한 각 지방에 올림픽공원 등과 같은 기념공원이 만들어졌다. 또한 주거난 해소를 위한 200만호 주택건설계획에 따라 일산 호수공원, 분당 중앙공원 등 1기 신도시를 대표하는 공원 녹지가 만들어졌다.

삶의 질에 대한 국민적 요구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조경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국토해양부 통계를 살펴보면 2002년도 건설부문 계약금액이 60조 3290억원, 조경부문의 계약금액은 8208억으로 조경이 전체 건설부문의 1.4%의 비중을 차지했었다. 2010년도에는 건설부문 전체 계약금액이 122조 5557억원, 조경부문은 3조 3972억원으로써 약 2.8%의 비중을 차지하였다. 2002년과 비교하여 2010년도 건설계약 총액이 2배 증가한데 비해 조경공종의 계약실적은 4배나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성장 추세 속에서 2000년대 이후 조경은 지속가능한 개발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과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정책방향에 발맞추어 그 개념이 양적 질적으로 확장되었다.

과거보다 조경의 업무영역이 많이 넓어졌지만, 여전히 현실에서의 어려움은 크다. 최근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더불어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부문의 연관분야인 조경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 조경의 많은 부분은 공공사업의 성격을 갖고 있고 정부 및 공공기관을 통해 발주되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기관에서는 설계, 시공, 자재, 연구개발 분야와 관계를 맺으며 조경관련 사업을 발주하고 있다. 각 분야의 기술적 지원이 적기에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 때문에 공공기관은 조경분야의 기술적 발전을 위하여 안정적으로 발주물량을 공급하고 각 분야와의 직접적인 계약이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여야 한다.

또한 인적자원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최근 공공기관의 인사이동 및 보직부여 현황을 살펴볼 때 조경직이 부서장으로 임명되고 있고, 각 지자체에서도 다수의 조경직 공무원을 신규 채용하고 있다. 조경전문인이 공공기관에서 역량을 인정받고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여 조경의 영역이 더욱 확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울러 조경분야의 제도적, 정책적 강화를 위해서도 노력해야 한다. 현재 조경분야에는 기본 법률이 독립적으로 존재하지 않고 국토 관련법, 건설 및 건축 관련법, 산림 관련법 등 유사 분야에 분산적으로 규정되어 있다. 조경분야의 기본 법률 제정을 통해 제도적 기틀을 마련하고 조경분야가 지속적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공공기관의 노력을 통해 조경분야가 학문적, 기술적으로 발전할 것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것을 기대한다.

류지훈(한국수자원공사 녹색경관처 처장)

키워드
#조경 #류지훈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