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40여 년간 꽃과 나무를 가꾸며, 본업은 시인이고 부업은 조경사업이라고 말하며 살고 있는 사람이다. 살아오면서 자랑스러운 일은 아산 현충사 건립 당시 한국원예사가 조경 시공을 할 때 느티나무 납품을 내가 하면서 관공사 공급자로 첫 발을 내딛는 계기였던 것이다. 이 글은 조경 설계와 시공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생태계를 위하여 함께 생각해 봐야 할 문제점을 제언하고자 쓴다.

첫째, 요새는 ‘나무병원’이라는 것이 일반인들에게도 상식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만큼 보호수나 천연기념수를 비롯하여 마을 당산목에 이르기까지 치료 및 수술을 받는 나무가 늘고 있다. 수백 년 된 보호수를 치료하는 것 까지는 좋지만 대부분 그 나무들에는 속이 빈 동공이 있게 마련이다. 치료를 해야 한다면 우리 인간의 손길이 가기 전에 꼭 필요한 배려가 있어야만 되겠다. 그 나무 속 빈 동공 안에 의지하여 서식하는 부엉이, 원앙이, 찌르레기, 곤줄박이, 박새 등 둥지로 사용하는 동공을 생각 없이 메우고 있는 시술법에 앞서 시공업자는 나무에 인위적으로라도 새 둥지를 만들어 주는 배려가 따라줘야만 되리라 본다.

둘째, 세계가 환경에 큰 비중의 관심을 가지고 있고 우리나라도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면서 녹화시설이며 공원 조성 등 이제는 전국 어느 곳을 보더라도 푸른 녹지화가 잘 되어가고 있음은 흐뭇한 일이다. 그러나 관공서와 조경설계사, 전문건설 조경회사는 물론 일반 조경업자들은 인간이 좋아하는 수종만 선택을 할 것이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산짐승이며 새들의 먹이사슬이 되고 고리가 될 꽃이며 열매를 맺는 나무를 큰나무 사이사이에 심는 그런 배려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구 상에 만물이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 작은 배려에서부터 출발하듯 즐거운 새들의 아름다운 옥타브 노래가락이 들려오는 숲을 가꾸는 일을 해야만 되리라 본다. 나무 밑에서도 잘 자라는 야생화는 물론 곤충들까지 함께 살아갈 수 있게 지금부터라도 조경시공 기술에 인간의 배려가 담겨 있어야 할 일이 아닌가 한다.

친환경적인 안목으로 주변을 가꾸는 일에 너나 할 것 없이, 돌아오는 이 봄부터 실행해 보도록 하자. 보호수는 물론이거니와 각 마을의 정자나무 등 숲에도 새 둥지를 되도록 많이 달아 주어서 더불어 함께 생태계가 숨쉬는 환경을 만들어 보도록 하자.

김유신(시인·청류재조경공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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