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손녀(유치원생)가 함께 하는 원예활동 프로그램에서다. 프로그램 시작 전 손녀에게 할머니 모습을 백지에 그리라 했더니 연필로 달랑 얼굴과 머리카락 정도만 그렸을 뿐 특별히 그리는 게 없다. 할머니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후 3개월간 할머니와 손녀가 한 조를 이뤄 채소 심기부터 가꾸기, 벌레 잡아주기, 수확하기 등 다양한 원예활동을 진행하였다(사진 1). 원예활동이 끝난 뒤 다시 할머니를 그리게 하자 놀라운 결과가 나타났다. 손녀의 머리 속에 할머니는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고 자기를 정말 사랑하는 어르신으로 바뀌어 있었다. 2006년도에 화성시 정남면 문학리에서 어르신들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실제 수행했던 연구결과다(‘06, 원예연구소).

 

▲ 할머니와 손녀가 함께 원예활동을 하면서 손녀는 할머니가 모르는 게 없는 만물박사라는 생각과 함께 어른들에 대한 존경심을 커진다.

 

도시농업에서 원예활동 또는 원예치료 프로그램의 적용도 빠트릴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이다. 원예활동은 미래세대들에 대한 교육, 생명에 대한 존엄성, 노인에 대한 공경심, 다문화 가족들이 겪는 다양한 갈등의 해소 등 인간의 건강과 삶의 질 향상 및 공동체의식 회복을 위해 널리 시도되고 있다. 이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및 실제 적용이 유치원생은 물론 초등학생, 일반인 등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런 사회원예의 건강한 정착과 발전을 위해 국내에 1000명이 넘는 많은 원예치료사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관련 협회나 단체 및 민간 연구소들도 다양한 형태로 생기고 있다.

초등학교 교과목에 적용할 수 있도록 과목별 원예통합프로그램을 개발하여 특기적성반, 방과후 특별활동시간 등 정규 교육과정에 반영하는 노력이 꾸준히 이뤄지고 있다. 예컨대 은행나무 잎을 통해 각도의 개념을 익히고 채소 파종용 트레이상자를 활용해 곱셈을 배우는 등 여러 가지 원예용 자재를 수학 학습에 체험자료로 이용하기 때문에 한번 수업을 받은 학생은 결코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할 수 있게 된다. 이 원예프로그램은 전국의 농업기술센터가 중심이 되어 관내 초등학교 및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원예활동 매뉴얼을 활용하여 각 지방 농업기술센터의 지도사와 원예치료사가 주관이 되어 지역별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개발된 원예프로그램의 종류별 사례나 효과
원예활동의 대부분은 식물을 관리하는 것으로 사람의 관심에 따라 식물은 반응을 보인다. 정성을 들여 관리하면 싹이 트고 자라므로 어린이들은 자신감이 생기고 소홀이 관리하면 잡초나 병충해가 나타나므로 책임감이 생긴다. 또한 꽃꽂이를 위해 꽃을 자른다던가, 잡초를 뽑는 것처럼 사회적으로 허용되는 수단을 통해 부정적인 분노와 공격적인 감정을 완화시킴으로써 자신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애정과 증오의 갈등을 적절히 다루는 기술을 익히게 된다(사진2). 유아나 어린이들의 원예활동으로 적합한 식물은 초화류, 허브, 나무, 채소 등으로 이들은 오감을 자극하여 어린이들의 식물에 대한 경험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 어린이들이 텃밭에서 풀을 뽑아주면서 어린 상추의 생명력을 생각하게 되고 친구들과 교감하면서 인성도 쑥쑥 자라게 된다.

식물의 종류에 따라 각각 다른 원예활동을 할 수 있다. 식물을 길러보는 재배활동, 가꾸어 보는 정원활동, 수확하여 먹어보는 요리활동, 원예의 수확물 또는 자연소재를 이용하여 만들어 보는 창작활동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원예활동에 쓰이는 소재는 꽃, 채소, 나무 등 자연에서 나는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 특히 1년생 초화는 해마나 종자를 뿌리고 가꾸면서 개화, 결실과 같은 꽃의 생애의 전 과정이 단 1년 내에 끝나는 것으로 식물의 생장 속도가 빠르고 생장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 볼 수 있으며 계절적 변화감을 느끼기에 좋다. 초화는 그대로 이용할 수도 있지만 재료를 이용하여 꽃 장식을 하거나 식용 꽃으로 만든 화전놀이 등에도 쓸 수 있다. 또한 허브식물을 활용하여 재배하거나 차와 요리, 공예제품 만들기 등의 활동을 할 수 있다.

요즘에는 원예를 통해 과학적 지식을 얻는 활동도 많이 한다. 즉 과학시간에 배우는 자연속의 현상들을 책이나 그림에서 보여주는 설명으로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 실제 식물들을 다루어 보고 관찰하며 그 속에서 과학적인 원리를 찾아내는 방법이다. 이렇게 찾아낸 원리는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또한 실생활과 관련한 원예 창작활동을 하게 됨으로 지겨운 공부가 아닌 신기하고, 즐거운 공부가 된다. 식물을 통해 과학적 원리를 깨닫게 되는 것 외에도 원예활동 과정에서 생명이 있는 식물체를 다루고, 같은 반 친구들이나 선생님과의 교감을 통해 얻어진 살아있는 경험들은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소중한 기억으로 남는다.

서울의 몇몇 유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옥상에 자연학습장이 만들어져 있는 유치원의 경우 입학경쟁력이 매우 높다. 몇 해 전부터 예약을 하고 순서를 기다려야 할 정도다. 이런 유치원들은 웬만한 수업을 옥상에 있는 자연학습장에서 한다. 직접 식물을 보고 잎과 꽃 모양을 보며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며 기록하면서 배우기 때문에 자연에 대한 지식 향상은 물론 녹색 생명체에 대한 경이감, 가꾼만큼 자란다는 배려심과 책임감 향상 등 장차 성장에 필요한 인성적 효과까지 매우 성공적으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 송정섭 박사(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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