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민근(문화체육관광부 문전성시 컨설턴트, 유네스코한국위원회 UCCN(UNESCO Creative Cities Network) 자문위원)

다섯째, 경관계획에 의해 실제로 경관을 만들고, 가꾸어 가는 것은 누구인가?

필자는 매회 글을 쓸 때마다 주로 지방 출장 중인 관계로, 대체로 해당 지방에서 컨설팅 업무를 본 후, 그 지역의 작은 숙소에 늦게 도착하여 쓰게 된다. 아니면 KTX와 같은 기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글을 쓰게 된다.

고속버스나 열차로 이동할 때 느끼는 것은, 약 10여 년 전만 해도 서울에서 벗어나 평택, 천안까지는 아파트가 듬성듬성 들어서 있었다. 그런데 어느 새 고속도로변, 철로변까지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어 많이 변했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하물며, 20년 전만 해도 철도는 말할 것도 없이 경부고속도로 요금소를 지나면 바로 교외에 나온 것과 같이 지금과 같은 아파트 단지는 보이지 않았다.

바로 오늘 ‘경관계획’에 관하여 매듭을 지으면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바로, 누가 우리 지역의 경관을 만드는 가에 대해서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고속도로변, 철로변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서, 지금과 같은 풍경이 된 것은 누구에 의해서 일까. 기본적으로는 해당 지자체(공공)의 계획이고, 두 번째는 개발주체이며, 세 번째는 주민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개발은 도시계획, 토지이용계획, 도시재정비촉진계획 등 관련 개발을 가능하게 하는 법적 근거에 의해 수립된 계획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고속도로변, 철로변의 그런 대규모의 획일적인 경관이 아닌 조금은 더 나은 경관이 되도록 할 수는 없었을까? 바로 ‘경관에 관한 기본계획’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 계획은 해당 지자체의 전체적인 경관형성 방안에 대해 지역주민, 민간단체, 전문가 등이 합의한 혹은 공감한 그러한 계획이어야 한다. 이 계획에서 다룬 경관형성 방안에 의해 각종 개발계획은 물론, 각종 건축물, 공작물 혹은 시설물이 들어서는데 지역의 풍경에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준거가 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준거에 의해 각종 개발계획과 단일 건축물 등에 대해 개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지역 고유의 경관 관련 지침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지자체 즉 공공부문에서는 지역적인 풍경을 만들어 가는 데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관에 관한 계획은 물론, 각종 계획의 수립시 ‘경관’ 혹은 ‘풍경’에 관한 지역적 철학·사상·사고·이념체제에 대한 인식을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역사도시 교토에 가면 코카콜라 자판기 색깔이 어두운 고동색으로 되어 있고, 전봇대도 같은 색으로 되어 있는 것은 물론, 교토시내의 개발을 억제하거나 유도하여 오늘날과 같은 고즈넉한 역사적 풍경을 자아내었고, 이것이 도시 내에 산재해 있는 각종 문화자산들과 어우러져 교토시의 경제적 발전은 물론 교토시의 자부심을 있게 하는 것이다.

나머지 개발주체와 시민의 경우는, 지역에서의 경관을 만들어가는 데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주체이다. 바꿔 말하면 개발주체는 곧 시민의 하나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지역에서의 경관형성에서 두 주체가 협력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요구되는 것이다.

즉, 공공부문에서 수립한 각종 계획이 지역의 경관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러한 경관에 직간접적으로 관계하는 -해당 경관을 감상하거나, 해당 경관이 있는 일정 공간에서 거주 혹은 일을 하거나 하는 등의- 시민이 협력하지 않을 경우 많은 문제를 야기하게 된다.

가령, 주민들이 해당 지역에 대해 만족하지 못하여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 빈번해져서 커뮤니티가 형성되지 않는 문제, 지역에 대한 애착심이 형성되지 않아 지역에서의 일에 무관심하게 되는 시민의 문제, 더 큰 문제는 특히 초고령화 되어가고 출산율 저하에 따른 지역 구성원의 변화와 인구감소로 인해 주민들이 살기 좋은 곳, 안전한 곳, 문화적인 곳 등 더 나은 곳으로 이주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지역이 쇠퇴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고, 이웃 일본이 행정구역 통폐합을 했던 것처럼 우리에게도 인구가 적어 행정력과 경제력을 집중하기 위해 지자체를 통폐합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마산·창원·진해가 통합시로 출범한 것이 지난 해이다. 도시발전을 위해 행정구역을 통합하였지만, 어떻게 도시의 미래를 그려나가야 할까. 그리고 어떠한 풍경을 만들어 시민이 계속 거주하고 싶도록 만들고, 사람들이 오고 싶도록 만들어야 할까. 이때 기존에 수립된 3개의 경관계획을 합하면 마창진의 경관계획이 될까. 마창진을 통합한 것이 역사적 배경과 경제발전이라는 두 가지에 의해 추진된 것이라면, 마창진 통합시는 앞으로 경관계획을 통해 지역의 보존과 개발과 활용은 물론,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지역경쟁력 제고를 위해 독자적인 방안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경관계획은 시민에 의한 것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은 시민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연재를 통해 나중에 다루게 되겠지만, 주민참여나 주민의견을 잘 반영하는 체제의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곧 경관교육, 경관학습은 물론, 서양에서 행하는 마을관찰(town watching), 일본에서 행하는 마을걷기(まち歩き), 디자인샤렛, 작업그룹(working group)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 다음 회 부터는 ‘경관지구’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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