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병화
조경기술사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수료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

지난 8월 15일은 제63주년 광복절이었다.
알다시피 광복절은 대한민국 정부가 일제의 강점으로부터 벗어난 날과 독립국으로서 정부가 수립된 날을 기념하기 위해 국경일로 지정한 뜻 깊은 날이다.

그러나 그 시대에 태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당시 광복의 기쁨을 누렸던 사람들과는 느끼는 감회가 상당히 다를 것이다. 때론 소중함을 멀리한 채 그냥 하루 쉬는 날로서 치부해 버리지는 않는지 반문하고 싶을 때도 있다.
역사란 그 시대의 사료를 통한 고증에 의해 후대에 전해지기 때문에 사실관계는 밝혀지겠지만, 글로서 표현할 수 없는 사상적 의미 등 내재적인 부분은 실제 그 시대를 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제대로 파악하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우리가 학문으로 삼고, 업으로 삼고 있는 ‘조경’도 우리의 역사와 시대적 정신을 같이 하고 있으며, 조경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조경사를 통해 조경의 역사가 어떻게 전개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대략적인 윤곽은 알고 있다.

그러나 전통이라는 부분은 직접적인 표현의 의미보다는 그 속에 내재되어 있던 사상적 의미, 신분, 입지적 특성, 시대적 특성 등에 대한 고찰이 필요한 부분이기에, 조경학을 전공하는 학생들은 쉽게 접근하기 힘들어하고 어려워한다.

최근에 열린 제15회 여름조경학교의 주제인 ‘한국성-그 의의와 창조적 계승’은 비록 어렵고 힘든 작업이지만 현 시대의 조경인이라면 한번쯤은 고민하고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라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었다.

학생들이 2주동안 튜터 선생님과 수없이 고민해서 완성한 성과물을 발표하는 것을 볼 기회가 있었는데, 나름대로 한국성에서 오는 추상적인 의미를 형상화하여 주제 및 구상안의 도출, 마스터플랜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기대했던 고민의 흔적과 피드백(feedback)의 과정이 묻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직까지 접하기 힘든 주제를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한 예비 조경가들이기에 격려와 찬사, 선배로서의 조언정도 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아마 힘든 과정을 거쳤기에 유사한 주제를 가지고 학교에서 설계수업에서 접근한다면 이젠 과거의 경험이 보약이 될 것으로 본다. 그 중에는 필자가 2학기에 설계수업에서 만나게 될 학생들도 있기에 기대를 해 본다.

필자는 대학원에서 조경사특론 강의를 통해 현대적 공간을 전통적 계승공간으로 설계를 할 기회를 가졌을 때, 조경사를 배운 학생들이기에 얼마나 알고 있는지 사진자료를 통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았는데 잘 모르는 것 같아, 특히 전통 공간은 “지즉위진간(知則爲眞看)-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표현을 인용하여 쓴 경우가 있었다.

비단 이것은 전통공간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적 공원설계 등 조경설계에서도 공통적으로 적용된다고 본다.

필자가 대학, 대학원 다닐 때 조경설계를 잘 하려면 “경험만큼 좋은 약은 없다”는 교수님의 말을 이제는 조금 이해할 것 같다.

조경은 공간과 장소를 창조하는 학문이기에 알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다.
현재 전국의 조경학과 커리큘럼을 보면 '다양성의 원리'를 실감할 수 있다.
조경만큼 다양하고, 폭넓고, 재미있는 과목을 가진 학과도 드물 것이다. 전통과 현대, 미래를 넘나드는 다양한 경험을 통해 새로운 지식, 새로운 정보, 새로운 기술을 끊임없이 배우고 습득해야 한다.

10년 전의 지식정보와 기술이 요즘은 아마 전통적 지식과 기술로 통할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맥락을 알아야만 단절없는 조경의 역사를 창의적으로 쓸 수 있을 것이다.

[칼럼①] 변화하는 시대, 조경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칼럼②] ‘조경’이 주는 다양한 매력과 두려움
[칼럼③] 너무도 멀게만 느껴지는 고향-그래도 희망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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