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간판의 수공예 제작을 고집하고 있는 오성씨앤디. 이 회사의 경기 하남시 공장에 들어서면 메타세콰이아 나무의 신선한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공장 한편에는 가공되지 않은 나무들이 가득 쌓여있고 다른 한편에서는 직원들이 분주하게 그 나무들을 가공하고 있다.

또 다른 문을 열고 들어서면 아기자기한 공간이 드러난다. 이곳은 바로 간판을 하나하나 도색하고 후처리를 하는 곳이다. 나무를 가공하고 디자인·설계하고 또 도색, 후처리까지 전 과정을 모두 이곳에서 살펴볼 수 있다. 즉 오성씨앤씨의 나무간판, 수목표찰, 안내판들은 100% 이곳 직원들의 손을 거쳐 생산되고 있는 것이다.

꾸준히 기술력을 쌓아와 나무 간판 하나로 지금의 자리에 오른, 작지만 내실 있는 기업인 오성씨앤디를 찾아가 봤다.


“과거의 시행착오가 현재의 ‘실력’이 된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는 김성옥 오성씨앤디 대표는 2004년부터 나무간판 사업에 시작했다. 나무간판이 많지 않았던 시기였지만 그는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고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직장에 근무할 당시에도 투잡으로 공원녹지분야에 쓰이는 장비 및 각종 기계들을 서울시에 납품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나무간판의 가능성을 보고 이 사업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

물론 과정이 만만치는 않았다.

“나무의 특성을 잘 알지 못하는 비전문가는 삼나무, 향나무, 메타세콰이아 등의 나무토막 만을 보고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그는 “나 역시 시작할 당시에는 나무소재를 선택하는 데에도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고 설명했다.

결국 여러 번에 실험 과정을 거쳐 결정한 것이 메타세콰이어다. 여러 종류를 사용해봤지만 이 나무만큼 자연스러운 나이테와 색을 드러내는 나무가 없다는 생각에서다. 세련된 느낌도 잘 살릴 수 있지만 하자가 적다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단점은 수급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때문에 김 대표는 이 나무의 공급이 가능한 지역을 수시로 방문, 구입해왔다. 물론 지금은 관련 지역 혹은 업체에서 나무가 배어지는 시점이 되면 오히려 역으로 제보해줘 그 시기에 맞춰 찾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간판이나 표찰은 이렇게 수급해온 국내산 메타세콰이아를 이용하지만 큰 간판이나 안내판의 경우, 어쩔 수 없이 미국산을 이용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직경이 2m에 달하는 긴 나무까지 있어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디자인할 수 있다.

도료 선택 역시 쉽게 풀리지는 않았다. 업체별로 생산되는 모든 도료를 사용하고 연구해봤지만 오래도록 하자가 없으면서도 친환경적인 도료를 만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결국 페인트 도료 생산업체와 협력, 나무간판만을 위한 도료를 주문 생산하게 됐다.

김 대표는 “우리 회사의 나무간판 품질만큼은 그 어떤 제품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한다”면서 “그동안 겪었던 시행착오 과정에서 얻어낸 성과가 고스란히 품질로 반영된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무 간판이 소재 자체도 친환경이지만 도료 역시 환경에 유해한 수성페인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점 역시 강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장인정신으로 만든 수공예 나무간판

그가 가장 기억남은 시공현장으로 4년 전 청계산을 꼽았다. 당시 1주일 내내 청계산을 오르내려 구청 공무원에게까지 그 소문이 들어갈 정도였다. 디자인에 앞서 현장조사를 하고 또 설치를 위해 또 몇날 며칠을 오른 것이다. 시공 시에는 40여명의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다. 입구에서 매봉까지 나무간판을 인력으로 옮겨야 했기 때문이다.

“산에 시공해야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산이나 공원을 가기위해 일부러 시간을 쪼개 갈 필요가 없다는 것은 좋은 점”이라고 우스갯소리를 하는 그는 “이런 많은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여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지금 함께 일하고 있는 직원 중 다수가 오성씨앤디의 시작부터 함께했던 이들이다. 그 세월만큼 실력 역시 농익은 이들이 바로 이 회사 기술력의 원천이기도 하다.

“해가 갈수록 디자인이 세련돼 가는 것을 느낀다”는 김 대표는 “오랫동안 함께 해온 직원들의 노하우가 쌓였고 또 디자인 분야의 인력 수준도 높아졌다”고 뿌듯함을 드러냈다.

최근 나무간판도 자동화해 생산하는 업체들도 속속 늘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고집스럽게 핸드메이드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디자인의 차별화 때문이다. 또한 후가공이나 디자인처리 등을 자동화 방식으로 할 경우 수준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신념도 보태졌다. 하지만 ‘과연 수공예로 만든 제품들이 가격 혹은 납품기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 수도 있다.

이에 김 대표는 “현재 우리 수익규모는 단일품목 기업으로 보면 꽤 높은 편”이라면서 “주로 서울시에 다수 납품해왔고 또 시공 후 소개를 받아 새로운 고객이 되는 등 점차 공급지가 늘어나 안정적으로 운영해 올 수 있었던 것”이라고 설명한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꾸준히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키고 ‘변함없는 기업, 나무목재 하면 떠오르는 기업’으로 이어가고 싶다”면서 ‘장인기업’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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