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동범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집행위원(전남대 조경학과 교수)

“푸른길은 통상적 개념인 그린웨이가 아니라 광주의 미래이자 희망이며, 과거의 길을 살린다기 보다는 미래로 가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다. 미래지향적인 푸른길을 통해 더 많은 시민참여형 공원이 조성되고, 관리될 수 있도록 하는게 푸른길의 임무이자 역할이라 생각한다”

광주광역시 도심을 관통하는 폐선 부지에 조성된 푸른길공원을 계획부터 조성 그리고 운영관리까지 참여하고 있는 조동범 전남대 조경학과 교수(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집행위원)가 푸른길의 비전을 이렇게 제시하였다. 푸른길은 단지 공원을 넘어 광주의 미래임을 강조하는 조 교수를 만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푸른길공원은 어떤 공원인가?
푸른길공원은 도심철도 폐선 부지에 조성된 국내 최초의 공원이다. 지금까지의 공원은 조성하는 사람, 이용하는 사람, 운영하는 사람이 각각 달랐다면 푸른길공원은 계획단계부터 조성 이후 관리까지 시민들이 참여한 시민참여형 공원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푸른길은 공원조성 자체에 만족하지 않고 푸른길공원에서 무등산과 양림산으로 이어지고, 주변녹지와 도시의 골목 그리고 가로가 연결되는 그린네트워크의 근간이라 할 수 있다.
공원이 조성된 이후 인근 마을만들기 사업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으며, 그동안 철도로 인해 불편함과 위험을 감수 해야 했던 인근 주민들에게 더 할 나위 없는 공간으로 자리잡았다. 푸른길공원은 총 길이는 7.9km이며, 폭은 8~15m로 된 기다란 형태의 공원이다.

푸른길공원의 조성과정은?
1995년 철도 이설 결정 이후 폐선 부지의 활용방안을 놓고 광주시와 주민들의 의견이 달랐다. 철도로 인해 피해를 봤던 주변 주민들을 비롯해 시민단체의 지속적인 요구에 2000년 시에서 푸른길공원 조성을 결정하게 됐다. 이후 2002년부터 구간별 조성에 들어가 지난해 대부분 구간이 완공됐다. 다만 7.9km 전체 구간 중 남광주역 구간 320m는 시와의 문제 때문에 아직 조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작년에 예산까지 책정됐었기 때문에 조만간 조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원 조성과정에서 푸른길공원가꾸기운동본부는 3가지 조성원칙을 정했다. 우선 환경적 측면에서 도시환경에 기여할 수 있는 녹지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사회적 측면에서 설계와 시공·관리 전반에 시민참여를 보장하고, 경제적 측면에서 주변지역 활성화와 도시재생을 견인할 수 있는 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조성과정에서 현상설계공모를 통해 공원 전체에 대한 설계를 실시되지 못하고, 구간별로 각기 다른 설계사에 의해 설계된 부분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푸른길공원의 특징 및 장점은?
폐철도 부지를 활용한 공원으로 계획단계에서부터 관리·운영까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한 대표적인 시민참여형 공원이라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공원을 구간별로 살펴보면 맨 처음 조성된 필문로 조선대 앞 구간은 지역 건설업체인 남광건설에서 공원을 조성해 기탁했다.
대남로 구간은 기존 가로수길과 인접해 푸른길이 조성돼 있어서 효과가 배가 되는 곳이다.
특히 이 구간에는 철로 100m가 유일하게 남겨진 구간이기도 하며, 시민참여를 통해 내 나무심기, 기업기부정원 등 시민참여가 점적으로 이뤄진 공간이기도 하다.
또 주월동 구간에는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에서 직접 조성한 880m의 시민참여 구간이 있다. 시민참여 구간은 기본적으로 숲을 만들겠다 취지로 접근했다. 그래서 기존의 경관식재에서 탈피해 다층식재 등으로 패턴을 바꾸고 나무를 많이 심어 자연적인 천이 현상을 관찰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숲속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주민들이 좋아하는 구간 중 한 곳이다.
남광주역에 가면 푸른길공원에서만 만날 수 있는 풍경을 볼 수 있다. 철도공사로부터 무상으로 기증받은 기차 2량을 개조해 ‘푸른길기차’라고 이름 지었다. 푸른길기차에는 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사무실, 전시장, 어린이도서관 등이 마련되어 있으며, 그곳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푸른길과 연계된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는데?
푸른길 주변 주월동에서 추진된 ‘1000개의 이야기가 있는 마을만들기 사업’이나 ‘꼴목길오감도’는 푸른길과 인접한 생태문화 마을만들기 사업으로 진행됐다.
주월동 마을만들기 사업은 푸른길과 연결된 골목으로 들어가면 접할 수 있는 동네에서 주민들과 함께 텃밭과 쉼터를 만들고 주민들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토록 했다.
또 꼴목길오감도의 경우 푸른길 주변 골목길을 탐방로로 개발하고 골목길에서 다양한 문화적 프로그램들을 진행함으로써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 부여하고, 주민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묶어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다만 마을만들기 사업이나 꼴목길오감도의 경우 국토부와 문광부의 마을만들기 사업에 선정돼 추진한 사업이다. 때문에 지속적인 푸른길사업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조직이 필요한 것이다.

▲ 조동범 광주푸른길가꾸기운동본부 집행위원
광주에서 거버넌스 조직 설립 시기는?
공원의 역사와 문화를 바탕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관리하기 위해서는 거버넌스 조직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때문에 운동본부에서도 광주푸른길재단(가칭)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시에서도 푸른길공원을 통해 주민참여의 모델을 확인했고, 이 부분에 대해 인정하면서 거버넌스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를 거버넌스로 가기 위한 원년으로 하고 있다.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푸른길에서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푸른길 자원봉사 축제를 비롯해 갈래길 걷기·주변지역 역사문화탐방·워킹데이 등 푸른길체험 프로그램, 그린공방·갤리리 등 생태문화체험 프로그램, 생태문화 마을만들기 등이 진행되고 있다.
특히, 공원을 관리할 수 있는 푸른길지킴이와 푸른길가꿈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공원을 유지관리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외에도 녹지강화 프로그램으로 내나무심기, 가족나무 심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단절구간 연결 방안은?
푸른길은 7.9km의 선형공원이다. 특히 철도 이설 이후 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도로가 만들어진 경우부터 도로나 골목의 확장 등으로 단절된 구간이 많이 있다. 좁은 길은 큰 문제가 없다지만 신호를 기다려야 하는 도로가 문제다. 이같이 공원의 단절은 이용패턴에도 영향을 주게 돼 마을간 흐름이 단절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며, 철도길이라는 의미가 잊혀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다만 좁은 길부터 보행자 우선도로로 지정한 후 점차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장기미집행공원에 대한 입장은?
미집행공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 국가에서 공원을 인프라로 인식하는 도시공원관이 정립되어야 한다. 국토와 도시의 균형발전과 장기발전을 위한 인프라로써 도시공원관이 수립돼야 미집행공원에 대한 중요성도 인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공원을 계획하고 관리하는 조경분야에서는 공원에 대한 위상 정립과 미집행공원의 활용방안에 대한 계획과 방안을 제시해야 하며, 국가공원의 필요성도 요구해야 한다.
국가는 토지 매입을 책임지면서 공원 조성에 대한 장기적인 방향을 제시하고, 지자체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정부의 장기적인 방향에 맞춰 조성해야 한다. 또 시민들은 조성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참여하면서 운영·관리할 수 있는 미래형 공원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푸른길 공원 같은 폐선 부지에 녹지공간을 조성하는 경우 역시 부지 자체가 철도공사 소유이기 때문에 국가적인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폐선 부지에 무엇을 담아내고 만들 것인가라는 부분은 지자체와 시민들 몫이다.

푸른길공원 비전은?
푸른길을 통해 거버넌스 조직을 만들고 이를 계기로 다양한 시민참여 공원을 조성하면서 녹지공간과 도시공간들을 연결시키는게 푸른길의 비전이다.
푸른길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시민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공원 거버넌스를 넘어 도시 거버넌스를 지향하고 있다.
도심 속 공원에서 이야기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나아가 공원에 머무르지 않고 도심 속에서 이야기 될 수 있는 공간으로 발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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