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정섭 박사(농촌진흥청 도시농업연구팀장).
정원에 야생화 가든 만들어보자

정원에 야생화 가든 만들어보자

 

정원에 야생화 가든 만들어보자

 

정원에 야생화 가든 만들어보자
봄에는 산수유, 여름엔 참나리, 가을엔 구절초, 겨울엔 소나무 등 우리 산야에 나는 야생화만으로도 사계절 볼거리가 있는 정원을 만들 수 있다. 개인주택에 살면서 정원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파트 정원이든 학교정원이든 공동으로 만들어 가꿔보는 것도 신나고 공동체 의식도 높여줄 수 있는 유익한 일이다. 목본류와 초본류를 고루 사용할수록 다양한 정원이 된다. 즉 봄에는 산수유, 개나리, 목련, 노루귀, 깽깽이풀, 앵초, 매발톱꽃, 할미꽃 등을 여름에는 작살나무, 산딸나무, 누리장나무, 하늘나리, 참나리 상사화, 벌개미취 등, 가을에는 단풍나무, 히어리, 화살나무, 구절초, 쑥부쟁이, 용담 등, 겨울에는 소나무, 주목, 사철나무, 맥문동, 수호초, 털머위 등이다. 특히 초본류들은 종에 따라 좋아하는 환경이 다르므로 그늘이나 볕의 정도를 판단하여 잘 배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능하다면 한 쪽에 작은 연못을 만들어 수생식물을 길러 곤충들까지 가세하게 되어 정원은 그야말로 자연학습장이 된다.

꽃처럼 살수 있다면
정원에 자라고 있는 꽃이나 나무는 인간과 닮은 점이 참 많다. 그래서인지 사람은 식물로부터 많은 점을 배운다. 특히 우리가 꽃을 통해 배워야 할 세 가지가 있다. 첫째 꽃들의 생김새다. 지구상에 꽃 피는 식물이 25만종이며 여기서 유래된 품종까지 친다면 수십억 종류는 될 것이다. 하지만 형태가 정확하게 똑같은 것은 단 한 종도 없다. 마치 지구상에 사는 60억 인구가 모두 생김새가 다르듯이 말이다. 사람도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의 고유 모양과 살면서 나만의 캐릭터를 갖게 되니 꽃처럼 살 운명은 갖고 태어난 게 아닌가 싶다. 둘째 대부분 꽃이 향기를 갖고 있고 모양이 아름다워 보는 사람들에게 기쁨과 편안함을 주며 스트레스를 낮춰준다. 사람들도 요즘 남에게 기쁨을 주고 행복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아는 삶을 사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가는 것 같아 다행이다. 셋째 꽃은 홀로 피지 않고 늘 무리지어 핀다. 코스모스가 혼자 있으면 가벼운 바람에도 쉽게 쓰러지지만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고 있으면 웬만한 태풍에도 끄덕하지 않는다. 식물들도 이런 원리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사람도 독불장군 보다는 늘 이웃이나 주변과 함께 더불어 살려고 하는 사람들이 훨씬 가치있는 삶을 사는 것으로 보이는 이유가 아닌가 싶다. 어떻게 사는 것이 꽃처럼 사는 것인지 한번씩 되새겨볼만 한 게 아닌지.

우리의 자연환경은 너무나 멋지다
많은 나라를 가보진 않았지만 우리나라처럼 봄에 전국 어디서든 노란 개나리를 볼 수 있는 나라는 지구상에 흔치 않아 보인다. 개나리에 이어 5-6월의 철쭉, 여름의 산딸나무, 금계국,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소나무 등 전 국토의 사계절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전국의 65%가 산으로 되어 있고 곳곳에 비교적 물이 풍부하며 사계절이 뚜렷한 중위도 지방이면서 남북으로 길게 뻗어, 대부분 지역이 온대이지만 한대로부터 난대에 이르기까지 기후대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이런 자연환경 덕분에 우리나라에는 약 4600여종의 식물이 분포한다. 절대 종수는 많아 보이지 않지만 단위면적당 분포하는 식생수로 본다면 면적에 비해 정말 많은 식물이 함께 어울려 살고 있다.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식물만 갖고도 4계절 훌륭한 정원을 만들 수 있는 이유이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해 주는 가드닝
사실 사람도 자연을 구성하는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하다. 모든 사물과 현상을 인간 입장에서 보기 때문에 식물을 하찮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삶에 대한 경험이 많을수록, 정서나 의식수준이 높은 선진 국민일수록 자연과의 교감, 생태환경의 중요성 등 자연과 공존을 추구하며 실천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우리가 야생화를 대할 때 항상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하나는 위에서 말한 자연생태계를 구성하는 생물종 입장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생물학적으로 보면 인간(Homo sapiens)이나 산구절초(Chrysanthemun zawadskii)나 종 단위의 구성요소로써 굳이 계급을 구분하자면 동일한 위치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산이나 들, 정원에서 식물을 대할 때 가져야 할 생물적 책무가 있음을 일깨워준다. 사실 사람은 숨을 쉬면서 대기 중의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뿜지만 식물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그러니 사람은 식물 없이 살수 없지만 식물은 사람 없이도 잘 살수 있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같은 생물종으로써 사람이 식물에게 정말 잘 해야 하는 이유이다. 다른 하나는 인간생활에 야생화를 어떻게 쓸 건지 하는 점이다. 나물용으로 이용할 건지, 정원의 화단용으로 쓸 건지, 아니면 꽃꽂이용으로 활용할 건지 지극히 사람입장에서 본 것이다.

자연은 알수록 신비롭다
정원을 가꾼다는 것은 자연과 교감한다는 것을 뜻한다.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정원에서 펼쳐질 사계절 꽃과 곤충들의 공존하는 모습을 통해 자연을 이해하고 많은 식물들이 자신의 성장과 종족번식을 위해 얼마나 힘들고 눈물겨운 경쟁을 벌이는지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피는 복수초가 언제 꽃눈을 만들고 이 꽃눈들이 내년에 꽃을 제대로 피기 위해 무덥고 힘든 여름과 혹독한 겨울을 보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산수국이 엄연히 꽃이 있는데 왜 가짜꽃을 만들어야 하는지, 상사화는 어떤 과정을 통해 내리사랑을 하는지, 깽깽이풀 씨앗이 왜 개미와 공생해야 하는지, 개미는 왜 진딧물을 잡아먹지 않고 공생관계를 유지하는지, 개암나무나 밤나무는 왜 암꽃이 수꽃 위에 달려 피는지... 정말 자연의 모습은 알면 알수록 신비롭고 상상을 초월한다. 가드닝을 통해 식물과 교감하며 자연의 일부를 이해하며 산다는 것은 정말 축복받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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