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한국의 조경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히 움직이며 대내외적으로 역량을 넓힌 시기였다. 그러나 제도적인 미비로 인한 문제점은 ‘건축기본법 개악 추진’ 등을 비롯해서 더욱 심화됐으며, 이런 가운데 연초 ‘조경기본법안’을 국회 발의한 것은 조경 현대사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그 밖에 웰빙바람을 타고 불기 시작한 도시농업의 붐은 짧은 시간 만에 법제화 움직임으로 발전했고, 국토해양부가 건축물녹화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 것도 고무적으로 평가됐다. 또 중앙 정부에 조경을 담당하는 부서가 전무한 상황에서 국내 최대 발주기관인 LH가 공기업 가운데서는 처음으로 녹색경관‘처’를 신설하고 초대 홍기문 처장을 임명해 큰 획을 긋기도 했다. 이러한 빠르고 폭넓은 변화와 발전 속에서 외부 요인으로 등장한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모바일PC 시대는 상상을 초월한 정보혁명을 일으키면서, 향후 얼마나 빨리 어떤 방향으로 변화하게 될 지 예측하기조차 쉽지 않은 환경으로 바꾸어놓고 있다. 다사다난했던 2010년 한국 조경계를 중심으로 일어난 일 가운데서 한국조경신문은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① LH, 녹색경관처 신설…초대 홍기문 처장 임명

아파트 등 공동주택의 조경에 대한 중요성이 날로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초 토지·주거문화 조경사업 강화를 위해 ‘녹색경관처’를 신설했다.

국내 공공기관 중 조경 관련 처 조직이 독립적으로 신설된 것은 처음이었다. 녹색경관처는 정부정책의 최대 화두인 저탄소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한 ‘녹색 10대 전략’ 등 녹색성장사업 부분을 강조하기 위해 이름 짓게 됐다.

공간환경팀·도시경관팀·녹색건축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된 녹색경관처 초대 처장에는 공기업 최초로 설계공모방식을 도입한 홍기문 전 도시환경조성처 팀장이 발탁됐다.

홍기문 처장이 이끄는 녹색경관처는 올해가 신설 첫 해인 만큼 설계와 견적 기준·시방서 설계 프로그램 등 세부기술에 대한 사항을 ‘LH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단일화 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또 LH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유기적으로 상호 협력해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한편 산하단체와의 관계 맺기에도 힘썼다.

최근 LH는 초대 홍기문 처장의 후임으로 김성용 평택미군기지 직할사업단 팀장을 승진 발령하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 스마트폰 대중화로 조경분야도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② 스마트폰 바람…사회환경 급변

움직이는 PC로 불리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올해 우리나라에도 급속도로 보급되면서 사회 전반은 새로운 정보혁명 시대를 맞았다. 이런 가운데 조경 분야에서도 큰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QR코드다. QR코드는 기존 바코드와 다르게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 소리 그리고 동영상까지 담을 수 있어 그 응용범위가 무한하다.

현재 시흥 옥구공원 및 서울 동대문역사문화공원을 비롯해 각종 공원 및 식물원, 초등학교와 아파트 등의 조경시설까지 스마트폰용 QR코드 표찰이 부착돼 각종 식물 정보를 제공해 주고 있다. 숲 탐방로에도 QR코드를 적극 반영되는 추세다.
농촌진층청은 QR코드를 통해 각 식물의 특징과 관수방법, 병해충관리정보를 위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을 위한 어플리케이션 역시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생태관광을 위한 스마트폰 서비스를 준비, 생태관광지 정보와 일정을 안내한다. 행정안전부는 제주도 올레길 등 각 자치단체의 유명 관광코스 정보 및 도보안정 종합정보를 제공하는 ‘생활공감지도’ 어플을 운영하고 있다.

산림청이 개발한 ‘100대 명산’ 어플은 산 애호가들의 필수 다운로드 목록에 포함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중소기업청이 개발한 입찰정보 어플리케이션을 통해서는 스마트폰으로 입찰 참여 및 낙찰정보를 볼 수 있다.

이렇게 스마트폰이 성장하다보니, 와이파이 장착을 고려한 파고라 및 스마트폰을 연결한 멀티미디어 연동 파고라까지 시도되고 있다. 더욱 괄목할만한 점은 지금까지 진행된 일련의 변화가 올해는 시작단계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내년, 스마트폰의 활약상은 어디까지 펼쳐질지, 기대해볼만 하다.

 

 

 

 

▲ 시민참여 중심으로 개최된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공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③ 경기정원문화박람회, 새 패러다임 제시

올 10월 8일부터 3일간 경기도 시흥시 옥구공원에서 진행된 국내 최초의 시민참여형 공원 프로젝트인 ‘경기정원문화박람회’는 공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공공의 관점에서 공원이 중심이 됐다면, 이 박람회는 ‘시민’중심의 정원문화를 꽃피운 사례인 것이다.
옥구공원을 리모델링해 기존 공원의 가치를 한층 높인 이 박람회는 시민들의 DIY 정원 9팀, 조경가든대학의 실습정원 5팀을 비롯해 업체들이 참여한 정원까지 포함해 총 24개에 달하는 일반 업체 및 시민정원이 전시됐다.

전문가가 조성한 6개의 모델정원, 조경 관련 학교가 참여한 2개의 실험정원 등도 설치돼 다양한 정원을 한 곳에서 모두 즐길 수 있었다는 측면에서도 높은 관심을 끌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시흥시는 향후 관내 지역에서 옥구공원과 같은 정원문화박람회를 자체적으로도 운영·추진하고 모든 공원에 대해 시민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방식으로 운영·관리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즐기는 이도 시민 그리고 만들고 관리한 것도 시민인 공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번 사례로 인해 변화하는 것은 시흥시 뿐만이 아니다. 시민참여형 공원문화 그리고 또 지속가능한 공원의 참 의미를 되새길 수 있었던 이 사례는 참여정원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으로 조경계 전반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지난 15일 인천 영종도 운북 복랍레저단지에서 개최될 ‘2011 대한민국조경전람회’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를 앞두고 진행한 (주)한국조경사회 주최의 ‘2010 조경기술세미나’의 주제 역시 ‘정원문화’의 대중화였다.
경기정원박람회가 시민참여형 공원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킨 것이다. 또 이 사례가 근간이 되어 향후 더 다양한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예견된다.

 

 

 

 

▲ 창립30주년을 맞은 (사)한국조경사회가 새로운 비전을 제시했다.

④ 한국조경사회 30주년, 조경현대사 재조명

1980년 시작한 한국조경사회가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강산이 변해도 세 번 변했을 긴 ‘30년’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한국조경사회는 협회 관련 자료들을 일괄적으로 취합하는 작업을 추진했다. 각종 사진과 기록들을 모아 정리하기로 한 것이다.

‘2010 대한민국조경박람회’ 또한 한국조경사회 창립 30주년 기념행사와 함께 개최했다. 제1회 한중일 조경설계작품전과 국제조경세미나, 오휘영 조경회고전, 명사기증바자회 등 창립 30주년을 기념해 더욱 풍성한 행사로 준비했던 것이다.

그간의 역사를 담은 한국조경사회 30주년 기념집도 발간했다. 이 기념집에는 1980년 창립총회, 조경사 창간호 발생, 1987년 프랑스 IFLA대회 참가, IFLA 조직위원회 현판식, IFLA콜롬비아 대회참가 등 굵직한 행사에서부터 조경인 친선체육대회와 등반대회, 중국백두산 생태계답사, 조경인의밤, 한일조경인친선축구대회 등까지 수많은 이야기들이 수록됐다.

이와 더불어 역대 회장들의 회고록이 한국조경신문에 연재로 구성됐다. 건설업법 관련 개정에 대응했던 사건,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던 일과 환경부에 한국환경계획·조성협회로 접수한 후 다시 한국조경사회로 건교부 산하 단체로 추가 접수했던 내용 등 다사다난했던 사건들을 이 회고록에 생생히 담아놓은 것이다.

⑤ 최대 숙원과제 ‘조경기본법안’ 발의

조경계 최대 숙원과제인 ‘조경기본법안’을 지난 1월 5일 허천 의원(한나라당·춘천시) 외 국회의원 9명이 발의했다. 1973년 우리나라에 조경이 도입된 지 37년만의 일이다. 9월에는 ‘제294회 정기국회 제2차 국토해양위원회’에 상정돼 본격적인 실무 절차에 돌입한 상태다.

법안에는 ▲조경기본계획의 수립 ▲연차별 조경집행계획의 수립 및 실적제출 ▲조경동향 및 조경정책 보고 ▲국가조경정책위원회 설치 ▲조경진흥기금의 설치 ▲조경디자인 기준 설정 ▲조경 품질인증제도 도입 ▲조경 시범사업의 실시 ▲조경 전문인력의 양성 ▲국토통일 대비 조경사업 ▲그 밖에 조경산업 지원을 위한 사항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으로 ‘조경기본법안’은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상임위 표결을 거쳐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가고 여기서 통과되면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는 국회의원 과반수 출석과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비로소 법률의 효력을 갖게 된다.

⑥ 조경분야 삼키려는 ‘건축기본법 개정안’도 발의

8월에는 조경을 비롯한 많은 공간환경 분야 관계자들을 경악케 하는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광역의 녹지공간인 자연 및 도시환경’까지도 건축의 정의에 포함시키는 내용을 담은 ‘건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건축가 출신인 김진애 의원이 대표 발의한 것이다.

개정안에는 건축기본법에 ‘건축관련분야’ 조항을 신설하고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구성하는 도시계획, 환경, 경관, 조경을 비롯하여 건축물을 위한 토목·전기·기계·소방·정보통신·건축설비 등’이 이에 포함된다고 정의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기존 건축기본법에서 ‘건축분야’로 한정돼 왔던 법 조항들을 모두 ‘건축 및 건축관련분야’로 확대해 명시했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전기·소방·정보통신 등 독립법을 가지고 있는 분야들과의 법 규정과 충돌우려가 크며 조경분야는 기본법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고스란히 건축기본법의 적용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물론 지목된 분야들은 이 개정안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혔으며, 이 법률의 최대 ‘목표물’이었던 조경계 역시 강력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 법 개정안은 지난 12월 7일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본격적인 심사에 돌입했다.

 

 

 

 

▲ 서울시에서 주최한 생활녹화경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화곡동 이화자씨 옥상텃밭.

⑦ 도시농업 ‘붐’ 법제화 시급

웰빙 붐과 함께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한 경향이 늘면서 텃밭을 가꾸는 도시민이 증가하고 있다. 서울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서울에서만 2500여 가구, 8700여명이 1560여㏊의 농지에 농사를 짓고 있다.

주말농장은 1992년 회원수 60명으로 시작한 이래 최근 웰빙과 친환경 바람을 타고 주말농장, 자투리공간 텃밭, 옥상텃밭, 화분텃밭(상자텃밭) 등의 형태로 ‘친환경 도시농업’ 가구 수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이처럼 친환경 안전 먹을거리를 제공하고 CO₂배출과 도시 열섬효과를 완화시키는 도시농업은 새로운 미래 농업모델로 각광받고 있다. 또 함께 텃밭을 가꾸며 가족 간의 사랑을 키울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지금 한국에서 막 싹트기 위한 도시농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정비가 시급하다. 도시민이 농지를 안정적으로 임대해 경작할 수 있도록 농지 임대차 제도가 보완돼야 하고 친환경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 경우 경제적 손실을 보전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도심 텃밭농원의 경우 신청자가 한꺼번에 몰리기 때문에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농원을 확대하거나 지원하는 방안이 뒷받침돼야 한다. 다행히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인 경기농림진흥재단과 김학용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도시농업법 제정을 적극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⑧ ‘건축물녹화기본계획’ 수립 착수

국토해양부는 지난 7월 체계적인 건축물녹화사업 추진을 위해 ‘건축물녹화기본계획’을 수립하기로 했다. 현재 건축물기본계획수립을 위한 용역이 진행 중에 있다.

지금까지 일부 지자체를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던 인공지반녹화 사업을 중앙정부 차원에서 관심을 갖고 이를 체계화하기 위해 기본계획을 수립하는 것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다. 기본계획에는 지역별, 도시별 특성에 맞는 매뉴얼을 개발하고, 그에 맞는 녹화공법 및 설계 등 가이드라인이 제시된다.

기본계획이 수립되면 건축물녹화에 대한 인식 변화와 함께 기업의 기술개발 그리고 시장 확대로 인한 녹화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여진다.

건축물녹화기본계획은 2011년 5월경 지자체를 대상으로 한 시범사업에 대한 결과물이 도출될 예정이며, 기본계획은 2011년 말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기본계획에는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앞으로 민간건축물로 확대시키기 위해 인센티브와 의무화 정책 등 제도적 마련이 뒷받침 되어야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⑨ 대한민국조경문화제, 그리고 ‘3개학회 통합학술대회’

국내 최대 조경 축제인 ‘2010 대한민국 조경문화제’가 10월 18일부터 3주간 개최됐다. 특히 이번 행사는 일반인에게 조경을 알리고 다가가는 문화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기존의 조경주간 행사에서 ‘대한민국 조경문화제’로 명칭을 변경해 처음 개최됐다.

행사기간 동안 ▲조경의날 기념식 ▲조경대상 시상식 ▲동네조경가를 찾습니다 공모전 시상식 ▲조경비전2020발표회 ▲조경대전 시상식 및 전시회 ▲조경사회의 시공사례지답사 ▲환경조경자재산업협회의 조경인골프대회 ▲환경계획조성협회의 조경인 한마음 등반대회 등 다양한 행사가 치러졌다.

마지막 행사로 11월 5일 진주산업대에서 개최된 ‘2010 환경조경분야 3개학회 공동총회 및 추계학술대회’는 조경학회, 전통조경학회, 환경복원기술학회 등 3개학회가 공동으로 총회를 개최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갖고 있다.

⑩ 2011년 가장 주목되는 움직임은 조경시설물 ‘공동브랜드’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조경시설물 업계의 움직임은 바로 ‘공동브랜드’였다.

(사)한국놀이시설생산자협회(회장 신정선)는 지난 15일 개막한 ‘2010 공공디자인엑스포’를 통해 공동브랜드인 ‘알론(Allon)’을 공식 런칭했다.

알론에는 대영랜드·금성·디자인파크개발·신이랜드·장원산업 등 11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협회 측은 타 업체의 추가 참여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예정이다.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이사장 노영일) 역시 지난해 말 공동브랜드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11월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추진을 위한 시동을 걸은 것이다. 조합의 공동브랜드 참여예정 업체는 유니온랜드·예건·디자인가교·청우펀스테이션·형진조경 등 총 20여개 업체다.

공동브랜드 사업이 주목되는 이유는 향후 조경시설물 시장에 큰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중소기업청 지원사업을 통해 개발된 ‘알론’은 첫해에는 조합놀이대, 운동시설, 벤치 및 파고라 등 각 업체별로 선정한 5개 품목을 첫 브랜드 제품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공동브랜드를 위해 공동 디자인 및 공동 생산을 기본 원칙으로 한다는 목표다.

이로써 그동안 부진했던 놀이시설물 업체들도 ‘알론’이라는 공동브랜드를 통해 국내외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유니온랜드, 예건, 디자인파크개발 등 국내에서 영향력이 큰 업체들인 다수 포함돼 있는 한국공원시설업협동조합까지 공동브랜드로 출범한다면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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