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세환 (사)한국조경학회장

조세환입니다. (사)한국조경학회와 (재)환경조경발전재단의 경영책임자로 지난 2009년 3월 1일부터 2010년 12월 31일까지 약 2년간에 걸쳐 임무를 수행하고, 오늘 저는 마지막 인사로서 여러분께 하직을 고하고자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조경학과 1회 출신이라는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서, 또 저의 청년기부터 36년을 조경을 통해 생활하고 성숙한 저의 인생에 대한 보은으로써 조경분야에 대해 희생과 봉사하겠다는 강한 사명감으로 나름대로 약 2년의 시간을 최선을 다해 노력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시간, “무엇을 했다”라는 성취감보다는 “무엇을 더 해야 하는데…”라는 아쉬움이 더 남습니다. 인지상정일까요? 그러면서 또 한편으론 우리 조경인들이 바라보는 눈높이를 충분히 구현시키지 못한 점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점들에 대해선 죄송하다는 말씀을 겸허하게 드리겠습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잘 이해하고, 협조하여 주시며, 칭찬과 격려를 아낌없이 주시고, 또한 많은 도움주신 모든 회원님과 조경인들께 마지막 이 자리를 빌어서 깊이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저는 임기를 통해 대한민국 조경분야가 지난 38년간 선생님들과 선배님들의 노력으로 무척 많은 발전을 이룩하였음을 알 수 있었고,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21세에 접어들기를 10년 지난 지금, 녹색성장이라는 범세계적 새로운 패러다임에 우리가 알고 있는 조경에 대한 국가적, 사회적 수요에 대한 새로운 잠재력은 무척 방대하고 조경인의 역할에 대한 기대가 엄청나게 크다는 것도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조경분야에 대한 잠재력이 조경인에게만 주어지는 축제의 장이 아니라, 건축·토목·도시설계·임학 등 다양한 관련분야의 공동의 관심사로 크게 부각되어 있고, 불행하게도 이 자리에서 조경분야의 역할은 현재로서는 매우 제한적이라는 사실에 가슴 아팠습니다.

조경분야의 현실은 어려웠습니다. 제가 36년에 걸쳐 공부하고 알아왔던 조경은 조경이 아니었습니다. 현실(법) 체계에서 보면 그것은 어쩌면 건축이었고, 토목이었고, 도시설계였고, 임학이었습니다. 이것이 조경이라고 굳이 자존심 세우며 건축·도시설계 등 관련 분야의 사람들과 MA 등을 실천하며 그들에게서 마지막 얻은 저의 호칭은 ‘조경가’가 아니라 ‘단지계획가’라는 얘기였습니다. 이것이 저의 임기 내내 늘 마음 속 어두운 곳에 숨겨두었던 콤플렉스였습니다. 비유컨대,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불러도 아들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홍길동의 처지’가 바로 오늘날 우리 조경가들의 위치가 아닌가 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조경의 비전과 패러다임 그리고 그 실천은 변해야 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홍길동은 결국 큰일을 도모하며 아들로 인정을 받게 됩니다. 우리 조경분야도 무언가 큰일을 하지 않으면 조경의 정체성을 지킬 수 없습니다. 조경의 스펙트럼을 경관·생태복원·공원·그린 인프라 등 굵직굵직하게 선을 긋고, 조경의 대상을 부지 차원에서 도시·국토 차원으로 스케일을 크게 하며, 조경기본법과 같은 법체계를 구축하고 도시공원법 등 관련법을 개정하며, 끊임없이 국토해양부·환경부·문화체육관광부, 농림수산식품부 등과 협의하고, 조경을 통해 선진국토를 창조할 수 있고 그를 통해 또 다른 복지의 비전을 실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정치인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등 다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는 점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뿐만이 아닙니다. 우리들의 관련분야와는 인내와 관용 그리고 신념을 가지고 비즈니스 하여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알지 못한다는 것은 죄가 아닙니다. 알 수 있도록 노력하지 않은 것이나, 알고도 모른 체 하는 것이 바로 죄입니다. 우리 또한 조경분야 주변의 관련 분야는 모르거나, 모르는 체 하거나, 아니면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등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포기하지 않고 때론, 감동어린 설득도 있어야 하고, 때론 강렬한 투쟁도 있어야 할 것입니다. 또 그것을 통해 지속적으로 동반자적인 협력체계를 구축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결코 분리와 단절의 구시대적 패러다임으로는 성공적 성취를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의 임기 중, 문제는 항상 내부에 있다는 점도 또한 깨닫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럼 우리 스스로는 어떤 존재인가? 우린 어떤 노력을 해왔는가? 우린 어떤 비전을 가지고 우리 조경분야를 관리해왔는가? 등이 그것이었습니다. 하늘은 스스로 돕지 않는 사람은 돌보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우리 스스로 변화하고 진화하지 않으면, 부적응아로 버려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요즘처럼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말입니다. 저는 38년 전에 우리의 선생님과 선배님들이 조경이라는 새로운 돛을 올렸듯이, 이제 우리 조경 2세대들도 새로운 조경의 돛을 올려야 하고 미래를 준비하여야 할 것으로 소감하였습니다.

길거리 조경이 아니라 ‘국토조경’으로 신념의 깃발을 올려야 하고, 나무와 꽃을 심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 토대 위에서 국토와 도시의 그린 인프라를 구축하고 경관을 계획·관리하며, 생태를 복원하고 관리하고, 전통문화를 창출하는 조경의 참모습을 만들어 가야함을 절감하였습니다. 특히, 이 모든 것은 국가정책이나 타 관련 분야의 뒤를 따라가며 불평만 일삼는 것이 아니고, 앞서 나가면서 구령을 부르며 선도해 나가야 함을 느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과감히 현실을 직시하고, 사고를 개방하며, 미래를 그리고, 변화하며 진화해 나가려는 스스로 강한 리더쉽과 실천력을 보여야 할 것으로 소감하였습니다.

이 모든 것은 일차적으로 우리 조경인들을 위해 필요하고, 나아가 시민들의 복지 삶의 질 개선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의 이러한 노력이 없이는 앞으로 글로벌 사회에서 진정한 대한민국의 선진국토를 창조 할 수 없다는 대한민국 조경인들의 나라사랑에 대한 절박감에서 비롯되는 것입니다. 건축분야에서 이런 통합적 환경의 일을 할 수가 있겠습니까? 또 토목분야에서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임학분야에서? 조경 전문분야가 아니면 이런 역량을 갖출 수 없고, 21세기 글로벌적으로 요구되는 건강한 녹색자연의 국토와 도시를 만들 수 있는 전문분야가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조경분야의 지속적 대변신을 요구하는 것은 결코 우리들만을 위함이 아닌, 또 다른 지구환경에 대한 사명감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인지하여야 하고 그에 합당하는 우리 스스로의 자부심을 우린 스스로 가져야 할 것입니다.

저무는 해가 아름다운 것은 다시 떠오르는 아침의 해가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2011년 새해부터 앞으로 2년간 한국조경학회와 환경조경발전재단을 경영해나갈 양홍모 회장·이사장에게 대한민국 조경인 여러분들의 끊임없는 성원과 격려를 아낌없이 보내주시길 당부 드리며, 그동안 들었던 필을 이제 놓겠습니다.

대한민국 조경인 여러분과 가족에게 무한한 행복과 영광이 언제나 함께하시길 삼가 축원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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