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규희 일본 (재)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
 “아직까지 일본이 한국보다 기술적으로 앞서 있는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일본의 기술과 노하우를 한국에 소개하고, 보급시키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본에 대한 선입견, 감정은 일단 접어두고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해서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

일본의 (재)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 연구원이자 어번닉스(주) 대표이면서 한일 교류의 산파 역할을 하고 있는 한규희 대표는 우리 조경기술이 더 넓은 곳으로 나가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한 대표는 한국인공지반녹화협회·한국잔디협회의 기술세미나와 조경시공업체간 시공현장 답사교류 등을 주선해 왔으며, 최근에는 우수저류 관련 단체의 세미나까지 추진하면서 한일 교류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일 교류의 선두에서 한국의 기술이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가길 바라는 한규희 대표를 만나 한일 교류의 미래에 대해 들어보았다. 한 대표는 동아대 원예학과와 일본 지바대 대학원 조원학과를 졸업했다.

한일 교류를 주선하게 된 계기?
2002년경 일본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에서 연구원으로 근무할 때 인공지반녹화협회에서 재단으로 연락이 왔다. 협회가 사단법인화 하기 위한 과정에서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를 소개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법인에서는 나를 추천했고, 결국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특강을 하게 됐다. 그 이후 2004년부터 ‘한일 옥상녹화기술세미나’가 정기적으로 개최되었고, 통역과 가이드(?) 역할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한일 교류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현재 한일 교류에 관여하고 있는 행사는?
인공지반녹화협회의 옥상녹화기술 국제세미나에 참여하다가 2009년부터 잔디협회 기술세미나, 그리고 시공업체간 시공현장 답사를 통한 교류를 진행하고 있다. 시공업체간 교류는 일본 전국조경관리 기술자회(일조회)와 (가칭)한국조경시공회(한조회)가 양국을 방문해 시공 중인 현장을 답사하는 방식이다. 잔디협회 기술세미나는 지난 해에 이어 3일에도 개최될 예정이며, 새롭게 준비하고 있는 행사로는 우수저류 관련 단체의 세미나를 추진 중에 있다.

한일 교류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일반적으로 한일 단체의 중간자 역할이다. 코디네이터라고 보면 된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 세미나를 개최하게 되면 일본 발표자를 섭외하고, 통역하는 일이 중심이다. 행사에 따라서는 기획 단계부터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코엑스에서 열렸던 안도타다오 초청 강연회에도 안도타다오를 섭외하고 통역을 담당하는 등 코디네이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일본 (재)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에서 맡은 일은?
지난 해까지 공원녹지 5개년계획과 동경도 잔디운동장 관련 잔디전문가 파견 업무를 진행해왔다. 올해부터 지난 10월에 개최된 한일 옥상녹화기술 국제심포지엄을 중심으로 한일 교류에 중점을 두고 있다. 내가 교류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단체에서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에 나와 함께 일을 추진하겠다는 승인을 받아야 참여할 수 있다.

어번닉스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어떤 회사인가?
어번닉스(주)는 2008년에 한국법인이, 2009년에는 일본법인이 설립됐다. 일본의 신기술을 한국에 소개하고 싶었지만 법인이 아니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설립하게 됐다. 일본법인은 일본제품, 기술, 기술자 등을 한국에 파견하거나 무역을 위한 법인이고, 한국법인은 시공을 통해 일본의 신기술을 보급하고 있다. 직접 시공도 하지만 그보다는 협력 관계를 맺은 시공업체들에게 일본의 기술을 이전시키는 역할을 주로 한다. 올해에는 수도방위사령부 우수저류 시공에 일본기술자를 데려와서 시공하기도 했다.

한일 교류 확산을 위해 보완해야 할 점은?
옥상녹화기술세미나를 처음 진행할 때는 일본의 신기술을 받아들이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요즘의 한국은 계획, 시공, 행정을 비롯해 전반적으로 급격한 발전을 하고 있어서 일본도 놀라고 있다. 서로의 기술과 정보를 교류하고 배워가는 자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 4번째 행사를 치른 옥상녹화기술국제심포지엄을 비롯해 한일 교류가 지속적인 행사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약속을 지키는 기본적인 자세가 중요하다.

일본 (재)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는 어떤 단체인가?
도시녹화기술개발기구는 1990년 동양에서는 처음으로 개최된 오사카 국제원예박람회를 계기로 만들어진 일본 국토교통성 관할 연구기관이다.
재단에서는 공원녹지 5개년 계획을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시녹화 공간창조, 도시녹화 기술 개발·보급, 생물다양성 보전, 식물의 개발·육성·관리, 인제육성, 국제적 기술협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한일 각국 조경의 특징은?
일본인들이 최근 한국조경의 발전에 대해 놀라워하고 있는데, 특히 한국의 계획, 설계, 시공에서 스피드한 부분과 추진력에 감탄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청계천이다. 처음에는 일본전문가들도 우려했었는데, 지금은 놀라워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동경에 있는 고가를 철가하기 위해 논의만 수 십년째 진행되고 있다. 또 쓰레기매립장을 복원한 월드컵공원 역시 일본인에게 커다란 교훈을 안겨준 사례다.
반면 일본의 장점은 시공에서 마감이 깔끔하다는 것이다. 설계와 계획만 보면 한국과 일본의 차이가 크지 않지만, 시공에서 특히 마감에서는 커다란 차이가 난다. 일본의 기술자들은 장인정신이 있다. 인부들도 프라이드를 갖고 일하기 때문에 한 치의 오차를 스스로가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처럼 ‘이 정도면 되겠지, 이만하면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은 시공자 뿐만 아니라 이용자까지 모두가 갖고 있는 일본인의 습성이기 때문에 더 좋은 품질을 위한 노력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앞으로 계획은?
초창기 한일 교류가 일본의 기술을 한국에서 받아들였다면, 이제는 한국의 발전으로 인해 서로가 정보를 얻어가며 ‘윈윈’하는 교류로 진화해 가고 있다.
앞으로도 현장 중심의 한일 기술교류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고 싶다. 그리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프로젝트에 일본 재단법인과 함께 하고 싶다. 특히 행정, 연구원, 기술자 등 다양한 분야에서 참여해야 하는 제도나 기준을 만드는 일에 일본 재단법인의 노하우와 사례 등을 접목시키고 싶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