뚱딴지 같은 소리로 들리겠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얼마 전에 평소 꼭 가보고 싶었던 서양문명의 발상지인 그리스에 들러 4박5일을 돌아다니면서 느낀 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 하면 아크로폴리스의 파르테논 신전이 떠오르는데 하루 종일 샅샅이 둘러보며 기원전 5세기에 건설된 절벽 위 구조물들의 그 규모나 정교함, 예술미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인간이 그런 신전을 지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정작 인상 깊었던 곳 중 하나가 그리스 국회의사당 이었다.
그리스 국회의사당은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할 뿐만 아니라 무명용사 기념관 위에 지어진 건물(The Parliament Building on the Monument to the Unknown Soldier)이다.
즉 국회의사당 건물을 국가를 위해 생명을 바치고 떠난 무명용사 기념관 위에 세워 놓은 것이다.

서양철학의 발상지인 그리스가 이런 조치를 취 한데는 분명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이 건물은 1834년부터 1838년까지는 오돈 왕(King Othon)과 아마리아 여왕(Queen Amalia)의 궁전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으며, 독일 건축가 겟트네르(Getner)가 설계했다고 전해지며, 현재 이 건물은 관광 명소가 되고 있으며, 특히 의사당 앞의 근위대 교대식은 명물이 되고 있다.

▲ 그리스 국회의사당 전경


 

 

 

 

 

 

 

 

▲ 대한민국의 국회의사당 전경

 

 

 

 

 

 

 

 

 

반면 우리나라 국회의사당은 어떠한가?

나는 1975년 국회의사당 건설 당시 한국종합조경공사 설계부에 근무하며 국회의사당 조경설계에 직접 참여한 경험이 있고 그 당시 의사당 건물을 설계한 연세대 김모 교수와는 많은 다툼이 있었던 추억이 있는데, 이 교수는 의사당 건물을 한국 전통 건축에서 모티브를 따 왔다고 강조하며 건물을 가릴 주변 식재를 절대 금했다.

아무튼 이 건물은 당시 국제 건축 잡지에 10대 졸작에 들어가는 불명예를 안기도 했으며, 우리나라 현대건축사에서도 대표적인 졸작으로 꼽히고 있다.

회사 생활 초기에 조경 경험이나 지식이 부족한 내가 이런 큰 설계를 단독으로 하기에는 역 부족이었기 때문에 고 윤국병 교수님의 자문을 받아가며 가급적이면 자생수종을 심고 한국전통조경의 의미를 담으려고 노력했었는데 근래에 가보니 외래 수종으로 많이 바뀌어 있어 아쉬움을 주었다.

근래 의사당 주변 조경을 경희대 안모 교수가 참여하여 보완했다는데 불행히도 정문 좌우에 심어진 수벽은 일본산 화백이며, 외래 수종을 많이 도입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적 주요 건물은 풍수지리에 따라 부지를 선정하게 되는데 왜 하필 모래섬 여의도에 국회의사당 건물을 짓게 되었을까?

초등학교 선생 출신의 박정희 대통령은 다방면의 지식을 갖추었지만 결과적으로 초등학교 수준으로 나라를 운영했었음이 도처에 나타나고 있으며, 미신타파를 강력히 주장하며 새마을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기층문화가 많이 훼손되고 파괴되었음은 뼈아픈 과거사인데 국회의사당 터도 단순히 빈 땅을 이용한답시고 지기(地氣)가 전혀 없는 모래섬에다 국회의사당을 건설하게 한 것이다.

말 그대로 사상누각(砂上樓閣)인 셈이다.
이런 사상누각에서 국정을 논의하는 국회의원들은 제 정신일 수가 없을 것이며, 실제로 멀쩡한 사람들이 국회의원만 되면 저질스런 행동을 흔히 하고 부정에 연루되지 않은 의원이 없는 형편이니, 건물 디자인이나 장소가 문제가 아닌가 사료된다.

현재 사상누각 위에 세워진 의사당에서 활동하는 국회의원들은 의원으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어 국민들의 신임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차제에 그리스 국회의사당과 같이 국립묘지로 국회의사당을 옮겨 매일 철저한 애국심을 되새기게 하여라.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저질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우리나라 정치인들에게 새로운 자세로 생산적인 국회활동을 하게함으로써 피땀 흘려 성취한 국운을 국내 소모전으로 흘려보내지 말고 선진국으로 진입하는 견인차가 되도록 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심우경
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조경학 교수

[칼럼①] 조경 5단체장은 총사퇴하라, [칼럼②] 한국 조경계여, 깨어나라!
[칼럼③]북경에서 바라본 서울의 도시디자인 정책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