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정원이란, '생태계'와 '정원'의 합성어로 최대한 자연 생태에 가깝게 조성된 비오톱 정원을 말한다.

사람만을 위한 정원이나 눈요깃거리로서의 자연이 아니라, 꽃과 나무, 새와 나비, 사람까지를 포함하는 자연 속에서 모두 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지향하는 새로운 정원문화이다.

2005년 KBS 환경스페셜에서는 영국의 사례를 방송하면서 생태정원을 가리켜 ‘자연을 부르는 정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였다.

그렇다면, 개인 주택에서 생태정원은 어떻게 조성해야 하며, 어느 선까지 가능할까?
그 해답을 찾고자 네이버블로그에서 ‘왕바다리의 생태정원’을 운영하고 있는 경상대학교 과학교육학부(생물전공) 정계준 교수를 만나보기로 하였다.

블로그에 등록된 공개자료가 2,150여 개인데, 블로그를 개설한 지 1년 7개월쯤 되었으니 하루 평균 4개의 포스트를 업데이트한 셈이다. 그 부지런함에도 놀랄 일이지만, 그가 올리고 있는 자신의 생태정원에 대한 사진과 글을 살펴보고 있으면 더욱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 정계준
경상대 과학교육학사
경상대 생물학석사
고려대 생물학박사
현, 경상대 사범대 과학교육학부 생물전공 교수

 

 

 

 

 

 

 

 

 


 

그의 집에 심어져 있는 수많은 조경수와 자생화로 인해 수많은 나비와 벌, 그리고 조류까지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처음엔 새도 나비도 없던 집
마당에 처음 들어섰을 때의 느낌은 잘 꾸며진 전원주택 정원 같았지만, 구석구석 살펴볼수록, 가꾸지 않는 정원인 듯한 자연스러움이 더해갔다.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숲’에 가까웠다.

이곳에 조경수 200여종, 자생화 100여종과 나비 36종, 새 43종을 비롯해 각종 벌과 반딧불이, 두꺼비 등이 어우러지며 정계준 교수 가족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면적이 넓었기에 이런 소생태계 유지가 가능했던 걸까? 아니다. 정원은 약 1천여 평, 뒤쪽 산으로 연결된 3천여 평이 전부였으며, 이사 오기 전에는 지금과 같이 새와 나비가 날아들지도 않았다고 한다.

그럼, 그의 집은 깊은 산속에 있을까? 그것도 아니었다. 진주시와 사천시내와도 멀지 않았으며 국도변과도 20-30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고 주변에는 이웃 가옥들과 함께 있었다.

사실은 ‘곤충학’ 전공한 교수
곤충학·유전학을 전공했지만, 그의 동료교수들조차도 그가 식물학 전공인 줄 아는 사람이 더 많다고 한다. 그만큼 식물에 관한 지식도 해박하다.

그의 식물사랑은 어릴 적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했다. 중학교 때 어깨너머로 이미 접붙이기를 배웠고 고3때는 개인온실을 가졌고, 대학시절에는 장미 품종을 50여 가지나 재배했다고 한다.

수목에 대한 애정이 깊어 조경수와 자생화의 특성을 자세하게 알고 있었는데, 토양, 재배법, 가지치기 등도 혼자서 공부하고 터득한 게 전문가 수준에 올랐다.
 
5년동안 혼자 가꿔온 정원
그에게 이 생태정원이 각별한 또 다른 이유는 정원조성 작업을 거의다 혼자했다는 것에도 있다.

수목 식재는 물론이고 심지어 높이 1m 길이 70여m에 달하는 돌담장까지도 산에서 돌을 주워다 수년간에 걸쳐 틈나는대로 혼자 쌓았다고 한다. 그 빼곡하고 정결한 솜씨를 살펴보니 도저히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는데, 블로그에 사진으로 남아 있으니 믿지 않을 수도 없었다.

정 교수는 "개인주택의 생태정원 규모는 1천평은 돼야 효율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생태정원 조성 포인트로 다음과 같이 권했다.

크게 자라는 교목을 심은 뒤 그 아래에는 중간 크기의 아교목과 관목을 심고, 지표에는 지피식물이나 작은 관목을 심는 방식으로 식재를 하는 것이다.

곤충들이 먹고 사는 나무들이 정해져 있고 서로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수종을 심어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한다.

그의 블로그에는 ‘나비를 많이 부르는 초화, 꽃나무로 ’철쭉, 왜철쭉류, 산철쭉, 뜰보리수나무, 꽃잔디, 큰꿩의비름, 배초향, 참나리, 해국, 감국, 뻐꾹나리, 붓들레야‘를 꼽고 있다.

농약 안해야 생태고리 연결
그의 정원에서는 일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농약을 친다고 해서 벌레가 안 생기는 것도 아니고, 농약을 안 친다고 해서 벌레가 번성하는 것도 아니다. 벌레가 많아지면 천적이 생겨나 적당히 균형을 맞춰주니까 그냥 생태계에 맡기면 된다”고 말한다.

다양한 식물은 다양한 벌레를 부르고, 또 다양한 벌레는 다양한 새를 모이게 한다고 한다.
땅을 파다가 혹시 지렁이라도 나오면 한쪽으로 치워놓고 작업을 하지, 헤치는 법도 없다.

그러다보니 그의 집에서는 여러 차례에 걸쳐 희귀한 동물이 출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주도와 흑산도에 이어 세 번째로 발견된 녹색비둘기, 제주도 외에서는 처음 발견된 암붉은오색나비가 그의 셔터에 잡혀 언론을 타기도 했다.

연못 만들어 수생동식물 기를터
그의 집에 심어져있는 수많은 조경수와 자생화로 인해 1월을 빼고는 사시사철 꽃을 즐길 수 있다는 것이 빼놓을 수 없는 자랑이다. 또 그 꽃과 열매로 인해 수많은 나비와 벌, 그리고 조류까지도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런 신비로운 자연의 변화를 그는 끊임없이 기록하고 있었다.
사진 찍고 블로그에 올리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벌써 몇 년째 모든 수목과 초화류의 개화시기를 꼬박꼬박 기록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도 천평 남짓한 생태정원 가꾸는 일은 쉽지 않다고 한다.

정원을 더 늘릴 계획은 없지만, 조그맣게라도 꼭 연못을 만들어서 수생동식물도 함께 가꾸고 싶다고 꿈을 밝힌다.

주로 인간은 동식물들을 못 살게 해왔는데, 정계준 교수는 쉬지 않는 노동을 통해서 동식물들이 잘 살수 있도록 끊임없이 배려하고 있었다.

생태정원을 준비하는 우리들에게는 추가해서 준비해야 할 덕목을 시사해주고 있는 듯하다.

왕바다리의 생태정원(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prothneyi

 

 

국내에서 두번째로 발견된 녹색비둘기, 정계준교수 생태정원의 여름, 가을, 겨울전경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