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개발연구원 이양주 박사

연재를 시작하면서, 왜 우리가 이제 와서 도시농업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필요성을 논해보고자 한다. 아울러 도시농업의 근원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의미를 갖는 지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자료를 찾아 정리해 나갈까 한다.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자료에 의하면, 식량과 농업의 미래에 대한 국제위원회(The International Commission on the Future of Food and Agiculture)는 2007년 ‘기후변화와 식량안보의 미래에 대한 선언(Manifesto on Climate Change and the Future of Food Security)’을 채택했다. 이 선언문은 기후변화에 의해서 야기되는 도전에 대한 농업·생태적 반응으로, 9대 원칙에 따라서 완화와 적응 그리고 형평성에 의해서 보장되는 식량안보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이 중에서 첫 번째가 산업적 지구화된 농업은 기후변화를 촉진시키며 취약하다는 것이며, 두 번째가 생태적인 유기농업은 기후변화의 완화와 적응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둘째, 현대 농업의 핫 이슈는 지나치게 석유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석유로 지어지는 농업에 대해 KBS도 “지금의 농업은 석유 위에 떠 있다”라는 특별기획을 2008년 10월에 방영했다. 밥상 위에 있는 오이나 호박, 쌈 채소, 쌀, 고기 등 거의 모든 것이 석유가 아니면 생산이 불가능하다. 결국 우리의 밥상도 석유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중 석유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은 단연 하우스농사다. 호박이나 오이를 겨울에 재배하기 위해서는 600평 기준 연 1천 만원 이상의 기름 값이 들어간다고 한다.

▲ 중국 산동성 수광 채소박람회장


세 번째로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작물 기술의 급격한 발전이다. 미국은 역시 수직농장(vertical farm)으로 유명하다. 2008년 7월 16일 중앙일보는 뉴욕의 고층아파트 농장 프로젝트에 대한 뉴욕타임즈 보도를 소개했다. 뉴욕 맨해튼구는 버티컬 팜의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고, 조만간 뉴욕시장에게 타당성 검토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일본도 식물공장을 시도하고 있고 우리나라 농촌진흥청도 식물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최근에는 흙 없이도 살 수 있는 공중식물 ‘틸란드시아(tilandsia)’가 국내 보급되고 있는데, 앞으로는 식물소재로 이루어진 주택도 자연스럽게 등장할 것이다. 중국의 산동성 수광이라는 도시에는 채소박람회장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다양한 방법의 작물재배방법이 실제로 시도되고 있다.

네 번째는 평소 필자가 가장 중시하는 트렌드이다. 즉, 농업의 인성적 기능이 도시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원의 원형적 기능 중 하나인 생산기능이 도시농업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할 것으로 예상한다. 삭막한 도시를 부드럽고 쾌적하게 조성하기 위해 현대 도시에서는 공원, 가로수, 녹지 등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다. 그러나 ‘인성’이라는 부분에서 한계를 지녀 공동체 운동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즉, 같이 기르고 나누어 먹는 인류의 중요한 생태적·문화적 기초로써 도시농업이 재조명될 전망이다.

요약하면, 우리가 현 시점에 와서 도시농업을 해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앞으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유기농업과 근거리 농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며, 둘째는 산업화되고 석유에 의존하는 농업에서 탈피하는 하나의 대안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이다. 셋째는 작물기술이 발달하여 어디에서든 농업이 가능하다는 것이며, 넷째는 도시에 공원녹지를 도입함에 있어 늘 한계점인 사람이 중심이 되는 즉, 사람의 심성을 자극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최근 도시농업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또 하나의 유행으로 시작되어 금방 식어 버리지 않을까 걱정을 하고 있다.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과 정책들도 과연 그렇게 될 것인가. 이는 다음의 연재 글에서 다룰 것이다. 필자의 죽마고우가 농촌진흥청에 근무하는데 최근 그 친구를 만나면 가끔씩 이런 말을 한다. 앞으로는 도시가 모두 농토가 될 것이니 무지 할 일이 많아질 거라고…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