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기술사
서울대 조경학과 박사수료
(재)환경조경발전재단 사무국장

이제 장마가 거의 끝나가고 본격적인 휴가철이 다가왔다.
아마도 여름이 가장 기다려지고 아무리 덥고 짜증나도 견딜 수 있는 건 휴가라는 이벤트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올해는 고유가, 고물가에 넉넉한 휴가비도 나오지 않는 직장이 많아 방콕하거나 부모님이 계신 고향으로 떠나는 사람들도 주위를 살펴볼 때 많이 있는 것 같다.
필자의 고향도 전형적인 오지의 농촌마을이다. 새 정부 들어 대운하 건설이슈와 함께 알려진 문경이란 곳이다.

여기서도 버스를 타고 한 30분정도 더 들어가면 사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평천리란 마을이 나오는데 여기가 바로 태어나고 자란 곳이다.

6.25 때는 인민군도 찾지 못한 마을로써 한 명의 희생자도 없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을 천혜의 요새인 듯 싶다.
이처럼 고요하고 평화스러운 마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 고향마을 근처로 들어오면서 농촌과는 이질적인 펜션이 들어서고 있으며, 농촌주택도 언제부터인가 서울의 단독주택이나 빌라처럼 도시를 따라가고 있다.

특히 요즘은 대운하가 건설되면 제2물류기지가 들어선다는 바람을 타고 투기꾼들이 오가면서 땅값도 많이 올랐다고 한다.
그리고 뭐가 그리 급한지 산을 두 동강 내면서 굽이굽이 2차선 포장도로를 건설하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완공이 되어 자랑스러움을 더 하고 있다.

도시 속에서 나타나는 물리적 단상들이 농촌마을에도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다. 아마 이유는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가뜩이나 고령화 되어 일이 힘에 부치는데 좀 편리하게 살면 안 되는가? 라고 반문할 때 사실 할 말은 없다.
그러나 필자에게는 아무리 고향의 본 모습이 변해가도 마음속의 고향의 진한 향기는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다.

자식은 손에 흙 안 묻히게 한다면서 3형제 모두 대학이상 보내면서 부모님의 땀의 대가가 치러진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수구초심(首丘初心)의 마음으로 필자도 나이가 들면 고향으로 들어가서 고향을 농촌답게 만들기 위해 마을이장이 되어 들판을 누빌 지도 모른다.
맑은 물, 상쾌한 공기, 농촌의 들녘과 마을, 그리고 하천과 주위의 산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고향을 후세에 물려주는 것도 현 세대가 책임져야 할 책무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희망이라면 도시에 사는 젊은 후배 몇 명이 몇 년 사이 귀농해서 평균연령을 낮추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통의 장이 열린 셈이다.

이번 휴가에는 내려가서 막걸리나 한잔 하면서 ‘농촌다움’이 무엇이며,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토론을 해 보고자 한다.
 

[칼럼①] 변화하는 시대, 조경의 패러다임도 바뀌고 있다
[칼럼②] ‘조경’이 주는 다양한 매력과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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