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계획 “국토개발 분야 체계 뒤엎는 처사”
전기 “통과되면 전기 분리발주 어려워질 것”
소방 “소방관련법 충돌·권한 침해 가능성 높아”
정보통신 “향후 공사·사업 추진 때 걸림돌 우려”
다른분야 “의견 종합 중이며 조만간 입장 발표”

현재 국회에 제출된 ‘건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따라 ‘건축관련분야’로 지목된 ‘도시계획·환경·경관·조경·토목·전기·기계·소방·정보통신·건축설비’ 분야들은 갑작스런 발의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면서,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의 공통된 의견은 이미 각 분야들이 개별법 체계를 갖췄고 그에 따라 발전해가고 있는데, 이런 체계들을 무시한 채 건축분야를 중심으로 재구축하겠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제안이라는 것이다.

도시계획 분야는 이 개정안이 ‘현재의 국토개발 분야의 체계를 뒤엎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도시계획기술사회 관계자는 “국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도시계획·토목·건축·조경 및 건축설비 등이 관련 법률 체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그 체계를 무시하고 국토개발의 일부분인 건축분야를 중심으로 국토개발 체계를 재구축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오류가 많다고 말했다.

전기 분야 역시 기존 틀을 흔들어 놓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기 때문에 적극 반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국전기공사협회 관련 전문가는 “건축기본법은 건축문화 진흥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미 건축기본법 내에 건축물, 건축디자인 등에 대한 정의뿐만 아니라 공간환경, 공공공간, 건축디자인 등 건축물과 관련된 분야에 대한 정의가 명확하게 제시돼 있다. 이번 개정을 통해 기존 정의와는 별개로 ‘건축분야’를 ‘건축 및 건축관련분야’로 확장해서 새로운 규제의 틀에 넣겠다는 것인데 그럴 이유와 명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전기·소방·통신 등 개별 기술 분야 대부분이 관련 기본법을 가지고 있고 또 공사업법까지 마련돼 있다”면서 “이런 기본 체계 하에서 관련 기술 분야가 발전해가고 있는 상황인데 이를 모두 건축기본법 체계 하에서 성장시키겠다는 것은 어패가 있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공사협회 측 역시 공동의 발전을 위한다는 그 의미는 좋지만, 이 개정안은 문제를 일으킬만한 충분한 소지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정안의 본질이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지만 향후 관련 공사 및 사업을 진행할 때 걸림돌로 작용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우선, 전기공사의 경우 대부분이 전기공사업법에 따라 분리발주 되고 있는데 전기공사가 건축관련분야로 포함되면 분리발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외에도 각종 예산 집행 및 정책 지원을 그동안은 해당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진행해 왔는데, 건축관련분야로 포함될 경우 업무가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는 것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기본법’인만큼 이 법령이 향후 건설산업기본법, 주택법까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업무협약을 맺고 있는 전기·소방·정보통신 분야가 모두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고 밝혔다.

소방분야는 현재 내부 의견을 종합하고 있으며 조만간 그 입장을 공개할 계획이다. 소방업계 한 관계자는 “소방 분야 역시 건축과 연관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소방관련법들이 침해받을 가능성이 높아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입장이 다수”라면서 “특히 건축분야의 중요한 정책 심의 및 시행을 위한 ‘국가건축정책위원회’에서 건축뿐 아니라 ‘건축관련분야’까지 대상으로 하게 될 경우, 관련 법과 또다른 충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개별법이 존재하지 않는 조경분야의 상황은 그 어느 분야보다도 심각하다.
법적으로 조경은 정부 어느 부처로부터도 보호·육성받을 수 있는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고, 조경에 대한 정의조차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번 건축기본법 개정안에서 ‘공간환경이란, 광역의 녹지공간인 자연 및 도시환경을 말한다’는 조항이 신설됐다. 이는 2007년 건축기본법 제정 당시 ‘가로·공원·광장 등의 공공공간과 경관’이 공간환경에 정의됨으로써 이미 상당부분 건축에 포함된 바 있는 터라 만약 이번 개정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조경은 모든 법적 정의를 건축에 내주고 마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현재 조경분야에서는 사안의 중대함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대처방안을 고려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한편, 환경부는 현재 의견을 종합하고 있으며, 다음 주에 입장을 정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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