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연구자료 수집차 북경에 와 있다.
3년 여만에 만난 북경의 거리는 예전의 무질서하고 우중충한 그런 모습이 아니고 풍성하게 조성된 녹지 속에 화사한 꽃들이 만발하고 있는 모습에서, 사막의 오아시스를 보는 감격이다.

이렇게 천지개벽을 하는 힘은 조경에서 비롯되고 있기 때문에 나는 여기서 조경업의 위대함을 피부로 느끼며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익히 '신의 대역자'로서 조경가의 특별한 임무를 강조해 온 터이지만 눈 앞에 전개되고 있는 북경의 모습은 기대 이상이다.
북경 시민들의 자신감에 찬 표정과 밝아진 모습에서 새삼 ‘조경(환경)의 힘’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자꾸 서울의 모습이 악몽처럼 스치는 것은 기우일까?
현재 서울시는 ‘디자인도시’를 표방하며 온갖 홍보를 앞세우고 있다. 우리 경제가 상위권에 들어서고 있으니 여기에 걸맞게 도시경관도 개선시켜여 하는 당위성은 시민 모두가 동의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공공디자인 사업이 과연 합당한가?

20여년 전 중앙지에서 읽은 프랑스 건축가의 서울에 대한 평이 늘 내 머리 속에 남아 있는데 그 사람은 서울을 다녀가면서 회심의 미소를 짓고 갔다는 이야기였다. 즉 “서울의 건물들은 30년 후에는 보존가치가 없어 앞으로 다 부셔야 하기 때문에 서울에 엄청난 건축시장이 기대 된다”는 이야기였다.

또 얼마 전 서울프레스센터에서 대한국토·도시계획학회와 경기도가 주최한 ‘광교신도시 세미나’에 초청받아 온 하버드대학교 디자인대학원 조경학과 학과장이며 나의 지인인 Niall Kirkwood교수도 대포 한잔 나누면서 주로 나눈 화제도 마찬가지로 “한국은 국토 전체를 개조해야 한다”는 것이었고 함께 풀어보자며 잔을 부딪쳣다.

오세훈 시장은 공공디자인을 통하여 서울시를 국제적으로 손색이 없는 명품 도시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본인이 판단하기로는 방향설정이 잘못되고 있지 않았나 사료된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도시경관의 골격인 건축물들이 하나같이 머지않아 헐어버려야 할 골치덩이인데 이 앞에 공공디자인이라는 화장을 하겠다면 몇년 후 서울의 모습이 천박하게 화장한 모습이 되지 않을까 염려되기 때문이다.

한강르네상스 또한 옛날의 아름답고 평화로운 한강의 모습을 복원하는게 아니고 최첨단 기법을 동원한 초현대식 도시를 만들겠다는 것은 아닌지? 첨단은 시간이 흐르면 구식이 되고 천덕꾸러기가 되기 마련이다.

북경에서 느낀 바는 사회주의 체제의 명령복종에 따른 효율적 사업추진과 자유경제체제의 적극적인 투자가 오늘날의 기적을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대책이 없는 우리는 어디로 가야하는지 가슴이 답답하다.
[칼럼①] 조경 5단체장은 총사퇴하라, [칼럼②] 한국 조경계여, 깨어나라!

 한국조경학회 조경식재연구회 위원장
고려대학교 생명과학대학 환경생태공학부 조경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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