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에다 폭설까지 날씨가 아직 뒤숭숭하지만 그래도 봄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왔다. 그리고 이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한 봄은 불청객, ‘질염’과 함께 찾아온다. 최근 급격한 기온 변화로 몸의 균형이 깨지고 면역력이 약해지면서 감기나 피로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는데, 여성들의 경우 질염을 앓는 환자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 10세 이후 50대까지 여성의 76%가 경험할 정도로 여성 생식기 질환 중 가장 흔한 질병인 질염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질이 붓고, 가렵고, 따가운 염증을 말한다. 혹시 ‘성병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질염은 ‘여성의 감기’라는 별칭처럼 쉽게 발생하며, 깨끗하게 치료할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질염이 골반염으로 진행되면 불임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므로 초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질염 면역력이 떨어지면 증상이 심해지는 ‘여성의 감기’, 질염

건강한 여성의 질에는 여러 종류의 세균이 조화를 이루며 살고 있다. ‘좋은’ 세균(락토바실리(lactobacilli))은 질의 산도를 산성으로 유지하여 ‘나쁜’ 세균이 너무 많이 자라나는 것을 막아준다. 하지만 최근처럼 급격한 기온 변화에 몸이 적응하지 못하고 면역력이 약해져 ‘좋은’ 세균과 ‘나쁜’ 세균의 균형이 깨지면, '나쁜'세균들이 갑자기 빠르게 증식해서 염증을 일으키게 된다. 이것이 바로 ‘세균성 질염’이다. 
대게 건강한 여성의 질 분비물은 흰색이나 투명색이 대부분이며, 소수의 경우 솜 모양을 하는 경우도 있으나, 특별한 냄새가 없다. 단, 생리 시에는 주기에 따라 그 양상이 약간 변화할 수 있다. 생리 전에는 주로 젖빛의 하얀 덩어리 냉이 소량 분비하게 되고 배란기에는 점액의 양상을 띈 자궁경부의 끈끈한 냉이 분비된다. 이 시기에는 일시적인 분비물 양의 증가로 가려움증이나 자극을 유발할 수 있으나, 오래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지속적인 괴로움을 전하는 질염과는 차이가 있다. 때문에 계속적으로 냉이 분비되고 생선 냄새 같은 불쾌한 냄새가 심해지고 심한 경우 가려움증뿐 아니라 화끈거리는 증상까지 나타난다면 질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질염은 성적 접촉과는 직접적 관련 없이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극히 일부의 경우만이 성적 접촉에 의해 균이 매개돼 염증을 유발하는데 이는 성병의 범주에 속한다.
한의원에서는 “자궁 내에 어혈과 노폐물이 있으면 질이 세균으로부터 스스로 우리 몸을 보호하려는 능력, 즉 자정능력의 능력이 떨어져 질 내 염증이 쉽게 생긴다. 특히 세균성 질염이 자주 재발하는 여성의 경우,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무리한 외부 활동으로 피로가 쌓이게 되면 증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고 말한다.

질염을 치료하는 건강한 습관 

질염을 예방하는 방법은 몸에 유해한 균들이 증식하지 못하도록 몸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가장 최선책이다.
한의원에서는 여성의 질염 치료를 자궁 내의 어혈과 노폐물 배출을 돕고 몸의 면역력을 높여 주는 용담사간탕 처방을 가감하여 20여 가지 한약재로 만든 질염탕 으로 질염을 다스린다. 또, 순수 한약재로 만든 좌혈단 으로 질염의 통증, 심한 악취, 냉증과 복통, 가려움 등의 증상의 치료를 돕는다. 질염에는 평소 생활습관도 중요하다. 항생제, 임신, 습기 찬 내복, 꽉 끼는 속옷, 영양 결핍, 윤활제 등의 약물들이 질염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피할 것. 일상생활에서 지나친 과로나 스트레스, 불규칙한 생활 패턴, 음주, 흡연 등도 줄여야 한다. 성관계는 직접적인 질염 원인은 아니나 질 점막에 물리적인 자극을 줘 염증을 유발할 수 있어 성관계 시에는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도록 신경 쓰는 게 좋다. 또한 분비액이 충분히 있는 상태에서 관계 하는 것도 질 점막 건강을 유지하는 좋은 습관이다. 속옷은 땀이나 수분 흡수가 잘되는 천연섬유가 좋고 너무 조이지 않는 통풍이 잘되는 옷이 좋다. 생리전후로 질염이 발병률이 높기 때문에 생리전후에는 특히 외음부 청결에 신경 쓰고 생리 시에는 생리대를 자주 갈아줘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종욱(한의학박사·강남행복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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