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계에 쓴소리를 이어가고 있는 고려대 심우경 교수, 그는 어느 글에서 조경계에 입문한 지 40년된 ‘노교수’라고 본인을 소개한 바 있다. 노교수는 왜 뿔이 난 걸까? 그것이 궁금해서 만났다. 노교수는 오늘의 조경계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우리나라 조경계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에 대해 거침없이 들어봤다. <편집자주>
 

문 : 우리나라 초창기 조경사업의 모습은 어떠한가요?
답 : 우리나라 조경은 70년대 들어서면서 시작됐다. 경제계획에 따라 도로와 문화재 정화사업을 실시했지만 문화재 사적지정화사업이라고 벌인 조경사업이 무지로 오히려 문화재를 훼손하는 우를 범하고 말았다.

그 이후에라도 철저한 고증을 통한 전통조경의 재복원 사업이 이루어 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현실이다.

무엇보다도 그때는 현대조경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곳이 없어 미국에서 조경을 배워오던 시기였다.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아 국내로 들어온 학자들이 조경학과를 개설해 교수로 재직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현대조경을 배운 교수들은 국내 환경에 맞지 않는 미국식 조경을 우리 조경에 적용해 문제점을 낳았다.

문 : 현대조경계의 문제점은 어떤 것이 있나요?
답 : 우선 큰 문제는 체계적이지 못한 교육 개선이 시급하다.
초창기 조경학과 교수들의 실무적 기본이 없는 이론으로 현재 각 조경학과에서 쓰고 있는 교재조차 엉터리가 많아 가르치는 나 역시 당혹스럽고 부끄럽기 짝이 없다.
그 결과 조경학과를 졸업해도 나무하나 제대로 심을 줄 모르는 조경인을 양산해내고 있다.

둘째, 조경계 스스로가 현재 처한 위기를 인식하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경이 하나의 사업으로 커가고 있는 요즘 우리 조경 환경은 아직까지도 들러리만 서고 있는 실정이다. 조경이 제 몫을 못 찾고 건축, 토목, 도시계획 등의 뒤치다꺼리에 바쁘다.
그러나 조경이 설자리는 건축, 토목, 도시계획 등을 모두 아울러 총지휘하는 것이다.

셋째, 조경은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는 공공성이 중요하다. 그러나 요즘 조경시장은 외국 조경가들이 자신만의 독특한 예술작품을 앞 다투어 전시하는 전시장으로 절락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서도 조경이 화려하고 돈 많은 사치스런 사람들이 누리는 것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이런 열풍은 아파트에도 불어 호화로운 조경과 값비싼 조경수로 꾸미는 아파트가 늘면서 아파트가격만 천정부지로 높여 놨다. 조경이란 값비싼 나무보다 모두가 즐기고 누릴 수 있는 푸른 숲을 만드는 것이다.

한 예로 우리나라 용문사의 은행나무는 일본 등지에서도 구경 올 정도로 유명하다. 한데 우리나라의 조경가들이 하는 작태를 보면 이 은행나무에 수십억 원의 각종 영양제를 맞히며 생명을 힘겹게 연장시키고 있다.
나무는 생명체다. 생명체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자연 죽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귀중한 나무인 것만은 틀림없지만 이는 생명을 다루는 조경인이 할 짓이 아니다.

문 : 산림청이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22일 시행한다고 발표했는데 이에 대한 조경계의 반응은 어떤가요?
답 : 이는 조경계의 큰 위기다. 산림청은 조경사업까지 잠식하려는 속셈이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조경계가 위기를 깨닫지 못하고 샴페인을 터트리고 있다는 점이다. 조경학회를 비롯 5단체장이 법률제정이 지난해 이루어지는 동안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은 직무유기다.
법률제정사실을 알고 있었든 모르고 있었든 이는 명백한 직무유기이며 단체장은 책임 사퇴해야한다.

아울러 산림청은 국토의 65%를 차지하는 산을 관리하는 일이 본업이다. 그런데 요즘 산림청은 본업은 뒷전에 뒤고 조경사업까지 눈독을 드리는 꼴이다.

산림청이 조경사업의 일환인 도시림까지 관리하겠다는 수작이다.
산림청은 산의 녹화사업 성공에 만족하는 눈치지만 우리나라 산에 심어진 나무들은 경제성이 없다. 녹화조성에만 신경을 쓴 채 경제림에는 무심하다.
이제라도 우리 산에 맞는 경제림 육성에 힘을 기우려야 한다.

문 : 앞으로 조경계가 나아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요?
답 : 조경계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변화해야 한다.
특히 현재 조경학과 교재를 비롯 학회에서 발행된 도서들의 올바른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
국내 조경시장에 안주하지 말고 유능한 인재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실 예로 우리나라 건설회사 공사 시 조경관련 공사비가 10% 할당돼 있으나 국내 조경계의 실력을 못 믿어하는 건설회사들이 해외에 시공을 맡기고 있다.

이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더불어 전통조경 역시 70년대 실시된 문화재 사적지 정화사업도 하루 빨리 철저한 고증을 거쳐 재복원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Landscape Time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