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관’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가운데 조경, 건축, 도시설계, 공공디자인 등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경관에 대한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바로 ‘신경관주의’에 대한 논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0일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주최, 한국경관학회ㆍ한국도시설계학회ㆍ한국조경학회 후원으로 진행된 ‘신경관주의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신경관주의’에 대한 논의를 시작한 첫 자리인 만큼 다양한 의견들이 주장됐다.

특히 이날은 미국, 중국, 일본에서 신경관주의, 녹색경관 설계 계획 준비 과정 등에 대한 전문가의 발표가 이어져 더욱 관심이 모아졌다.

중국사막도 ‘녹색경관ㆍ신주거지’로 조성 중
빈이 리우 중국 동지대 교수는 지난 20년간 해온 경관 프로젝트와 중국 정부에서 향후 100년을 내다보며 준비하고 있는 대형 프로젝트들을 발표했다.

특히 리우 교수는 “그동안 생태계 보존 등 도시를 위한 녹화계획과 새로운 인간정주로써의 경관과 조경을 이뤄내고자 하는 도시 프로젝트가 다수 이뤄졌다”면서 “사막지대 역시 작은 숲을 건설하는 등의 노력을 오래도록 진행해 왔다”고 밝혔다.

사막을 녹지대화 하는 사업은 신경관주의를 토대로 2008년 국가차원에서의 프로젝트라고 밝혔다. 이는 ‘건설과 도시생태계의 건설과 관리를 위한 프로젝트’로 1000만 달러의 예산이 책정돼 있으며 25개의 유수한 국립대학과 디자인 연구소, 200여명의 전문연구자가 참여한다. 특히 중국 서부의 사막의 녹색인프라를 구성하는 것은 새로운 주거지를 마련하기 위한 목표까지 고려하고 있다.

일본, 지역특성 맞춰 경관구획ㆍ규제항목 선택
아츠시 디구치 일본 규슈대 교수는 ‘일본의 경관법과 경관과제’라는 주제로 일본 경관법의 역사와 주요 이슈들에 대해 설명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은 경관법이 제정되기 이전에는 500여개의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경관법령을 시행하고 있었으나 근본적인 원칙의 부재로 인해 많은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1990년대 분권화와 규제완화 운동이 일면서 경관 분야도 중앙정부 차원에서의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디구치 교수는 “1990년대 이후 관광도시와 도시 르네상스라는 정책을 기반으로 소도시까지도 보조금을 지원했고 이때부터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실용적인 계획사업과 다양한 아이디어, 노하우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앞으로 경관주의에 기대하는 것은 현대적인 도시계획의 부정적인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라면서 “현대화 과정에서의 관료주의적 구획 설정이 경관 보존에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앞으로 신경관주의를 통해 구획체제도 바뀔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이날 회의에서는 건축, 도시, 조경, 공공디자인 등 각 분야별 신경관주의에 대한 분석도 이어졌다.

서현 한양대 건축과 교수는 “도시 내의 활자와 문자, 네온사인 등이 이제는 건축 측면에서의 규제 대상이 아니라 매스미디어건물 등 도시환경을 재미있기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사고가 요구된다”면서 향후 건축물에 이뤄질 경관에 대한 열린 사고방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확실한 철학과 개념과 실마리를 제공해 주지 않는 이상 오해를 불러일으킬 우려도 있다고 지적됐다. 박소현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는 “‘경관법 역시 3년 전에 앞서 제정한 일본의 사례를 그대로 답습한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에 회의적이었지만 주민들의 참여와 협력, 소통을 통해 공통경관을 모색해가는 경관협정 사업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됐다”면서 “용어 역시 ‘경관의 가능성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공간 환경의 운동’ 등과 같이 더 가까운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고 본다”고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도시설계 전문가 입장에서의 신경관주의 분석을 내놓은 류중석 중앙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초고층으로 인한 경관의 영향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하며 U-city화로 인해 벌어질 가로경관의 변화도 준비해가야 한다”면서 “이제는 건축-도시계획, 도시계획-조경, 조경-건축 등 영역이 다수 중첩되기 인접 학문 간의 협조가 필요하며 또 신기술의 가능성과 문제점도 논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배정한 서울대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신경관주의는 현재의 조경이 아니라 앞으로 조경이 지향해야할 미래 좌표일 것이라고 언급하며 “화장술 조경이 아닌 환경ㆍ사회ㆍ공공성을 지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승빈 조경지역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행사를 마치며 “오늘 자리를 통해 진정한 융합을 위해서는 타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과 그들의 고민들에 대한 이해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이 주제는 ‘화두’를 만들어낸 것이다. 오늘 토론은 이를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를 논의하는 시작점이라고 생각한다. 각 분야별로 네트워킹하고 또 발전시켜갈 수 있는 신경관 포럼과 같은 단체를 구성해 논의를 지속해갈 것이다”라고 언급해 향후 국내 신경관주의의 발전을 예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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