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녹화’란 건물이나 시설물의 옥상 또는 지붕을 녹화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 건물 옥상의 일부에 식재기반을 조성하고 원하는 식물을 식재하는 화단형 녹화에서, 살아 있는 식물과 토양층이 콘크리트 바닥을 대체하는 ‘녹화옥상시스템’까지 다양한 형태의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옥상녹화가 우리의 관심사가 되고 보급이 활성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이후의 일이다. 서울시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기술 지원으로 서소문 별관 옥상에 초록뜰을 조성하고 민간지원 사업을 시작하면서부터 옥상녹화 기술의 개발과 적용이 본격화 되었다.

옥상녹화가 우리의 주목을 받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사막화된 도시에서 건물 옥상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나만의 정원을 가진다는 것은 분명 매력적인 일이다.
 

 

정원형 옥상녹화 ▶ 사람의 이용과 주기적인 관리를 전체로 하는 '관리·중량형 녹화' 스타일(숙명여대 순헌관 옥상)

 

 

녹화옥상시스템 ▶ 건물의 경사지붕을 살아있는 생물로 마감한 '저관리·경량형 녹화' 스타일(서울 후암동 성당 옥상)

 

2000년대부터 활성화
옥탑방이나 공동주택 최상층에 살아 본 사람이라면 옥상녹화가 가져다 줄 여름밤의 시원함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 옥상녹화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의 생태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냉방기 없이 견디기 어려운 더위, 비만 오면 물로 넘쳐나는 도로와 하천, 배를 드러내고 죽어 가는 죄 없는 물고기 떼,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의 오염된 공기 등. 이 모든 것이 자연을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피복한 도시개발의 부작용이라는 것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토양의 자정 기능, 빗물의 저장, 증발, 침투 등 물순환 기능, 기후조절과 신선한 공기 발생, 모든 생물의 살 자리를 제공하는 자연을 배척한 반생태적 공간개발이 우리의 건강과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다.
생태적 불모지인 도시에 한 조각의 자연을 불러들이는 옥상녹화의 의미가 날로 증폭되고 있는 배경이다.

최근 정부는 도시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고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모색하고 있다. 대책의 주안점은 대표적 온실가스로 지목된 Co2 방출 저감을 위한 화석에너지 소비 절감이다.

그러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피복된 도시에서 방사되는 엄청난 양의 열에너지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도시발사열 흡수 기능
정부 정책이 화석에너지 소비 절감이라는 울타리에 갇혀, 도시개발로 상실된 자연의 생태적 기능을 망각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옥상녹화는 건물 위에 식물이 가용할 물을 저장하는 토양층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식재층을 조성하는 일이다. 따라서 건물이 지탱 가능한 무게보다 가벼운 녹화층이 조성되어야 한다.
내 건물 옥상에 작은 정원을 만들어 보겠다는 소박한 의도가, 건물의 붕괴라는 심각한 안전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서울시가 옥상녹화 민간지원사업을 시작한 첫해 일이다.
모 유치원 선생님들이 녹화 전후 비교 체험 교육을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4층 건물의 옥상으로 올라갔다. 학습을 마치고 아이들을 인솔하여 1층으로 내려 온 교사는 자기보다 먼저 내려와 있는 한 아이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선생님의 눈을 피해 옥상에 혼자 남았던 아이가 난간을 타고 올라 땅바닥으로 뛰어 내린 것이다. 적어도 13m 이상의 높이였다. 아이는 기적같이 털끝하나 다치지 않았다. 만일 이 아이에게 무슨 변고가 생겼다면 서울시의 민간지원 사업은 출발과 동시에 끝나고 말았을 것이다.

옥상녹화는 말 그대로 지상이 아닌 옥상에서 이루어진다. 이용자와 작업자의 안전에 대한 치밀한 고려가 필수적이다.

이용자 안전도 고려
옥상녹화는 식물이 자랄 수 있는 토양층이 핵심이다.
토양층은 식물이 가용할 충분한 수분을 저장하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옥상녹화는 토양층이라는 물그릇을 담을 수 있을 완전한 방수기술이 요구되며, 물의 흐름을 따라 뻗어가는 식물의 뿌리가 방수층이나 구조물을 훼손하지 않도록 방근 대책의 수립도 필수적이다.

건물 구조안전진단부터
동시에, 바람에 의한 토양의 비산이나 시설물의 전도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세밀한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기존 건물의 경우 옥상녹화는 반드시 전문가에 의한 구조안전진단에서부터 출발하여야 한다.
건물의 허용적재하중을 정확하게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조성 가능한 시스템의 무게, 토양층의 두께를 결정한다.
토심은 적용 가능한 식물소재 선정과 식재계획의 기준이 된다.

옥상에 흙을 올리고 식물만 심으면 그만일 것 같은 옥상녹화는 기술적 관점에서 매우 엄격하게 2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사람의 이용과 주기적인 관리를 전제로 하는 ‘관리∙중량형 녹화’와 이용과 관리를 배제한 ‘저관리∙경량형 녹화’가 대표적인 유형이다. 전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원형 또는 공원형 녹화로 이해하면 된다. 중요한 것은 후자이다.

이는 순전히 건축으로 인해 상실되는 녹지의 생태적 기능을 건물 옥상에서 보상하기 위한 목적으로 적용되는 유형이다. 토양생태계를 건물 옥상에 복원하는 동시에 건물의 마감재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살아 있는 식생층을 콘크리트 대신 옥상의 바닥재로 활용하는 기술로 이해할 수 있으며 전통 기술인 초가 지붕을 사례로 꼽을 수 있다. 다만, 초가에는 죽은 식물재료가 이용되었다면, ‘저관리∙경량형 녹화시스템’에는 살아 있는 식물이 소재로 활용된다는 차이가 있다.

건물 녹화는 새로운 산업
사람들이 올라갈 수 없는 옥상을 굳이 콘크리트로 덮어야 할 이유는 없다. ‘저관리∙경량형 녹화시스템’은 도시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 옥상을 대체할 기술적 대안이다.

앞으로 옥상녹화 기술은 원예, 조경, 건축, 그리고 생태공학이 접목된 융합기술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건물 시공 후 옥상에 녹화공간을 조성하는 ‘옥상 녹화’ 기술에서 살아 있는 식물, 자연을 건물의 마감재로 활용하는 ‘녹화옥상시스템’ 기술로 진화될 것이다.
기존 건물이든 신축 건물이든 건축과 조경기술이 융합된 완전한 녹화옥상시스템이 적용될 전망이다.

이미 건물녹화는 별도의 산업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기술개발 요구가 날로 커지고 있는 지하주차장 상부에 녹화옥상시스템 기술이 적용될 경우 건물녹화 산업은 건설산업의 신성장동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내가 내 건물만 녹화하면, 회색 도시는 초록빛 자연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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