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가 발표됐다. 이지송 사장은 처급 부서를 105개에서 73개로 줄여 조직을 슬림화하고 기존 1, 2급 직원 80여명을 물러나게 하는 대신 3급 이하의 참신한 인재를 대거 발탁하는 등 대대적인 변화를 꾀했다. 이런 이 사장의 내실 중심의 과감한 인사는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는데, 일각에서는 타에 귀감이 되는 보기 드문 인사발령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이번 LH의 인사발령은 조경업계에도 기쁜 소식을 안겨줬다. 처의 개수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녹색경관처라는 조경관련 부서가 신설됐기 때문이다. 공기관에 처급 조경부서가 마련된 첫 사례다. 이 사장의 조경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하지만 오랜 숙원과제였던 녹색경관처의 수장이 된 홍기문 처장은 중요한 것은 오히려 이제부터라고 말한다. 그래서 “‘처’를 구성하려고 노력했던 시절보다 녹색경관처장이 된 후의 어깨가 더욱 무겁다”는 그는 앞으로의 목표를 “LH의 가치향상을 위한 기회요소가 될 수 있도록 조경을 성장시키고 더불어 조경직 후배들이 제 역량을 한껏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꼽았다.




▲ 한국토지주택공사 녹색경관처 홍기문 초대 처장
녹색경관처 신설이 가지는 의미와 사업방향은 무엇인가?
‘조경처’를 구성해야 한다는 생각은 오래전부터 해왔다. 사실 대한주택공사의 조경설계단 단장 시절부터 조경설계처를 목표로 내부적인 조율을 꾀해 왔다. 하지만 공기관에서 처를 신설하는 일이 만만찮은 일이다. 이후 택지설계단, 경관설계단 단장으로 변화됐을 때도 항상 ‘처’의 필요성을 생각해왔고 그러기에 아쉬움이 컸다.

하지만 이번에 통합 공사의 이지송 사장은 조경에 대한 중요성을 인지하고 있었고 또 조경에 대한 철학도 분명했다. 특히 직종회의 때 ‘조경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조경은 왜 처가 없냐?’고 물었고 그의 의견이 큰 힘이 돼 녹색경관처가 신설되게 됐다. 이지송 사장은 조경을 경쟁력과 가치향상의 기회요소로 생각하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우리 처는 큰 틀에서는 LH의 경쟁력을 되찾는데 동참하고 세부적으로는 LH가 수행하는 도시개발과 주택건설 그리고 매각용지의 부동산 가치를 높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또한 생태환경 전문가 집단으로 녹색성장의 세부과제를 발굴하고 이를 사업수행 과정에 꾸준히 적용해갈 계획이다.

조직구성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해 두 공사가 통합하면서 LH 내에는 조경 전문가 160명이 활동하는 세계 최대의 조직이 됐다. 주공과 토공은 각각 1975년과 1989년부터 조경직을 공채로 임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로 독립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길게는 35년 만에 조경전문가들의 고향집이 생긴 것이다.

녹색경관처는 공간환경팀, 도시경관팀, 녹색건축팀 등 3개 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환경팀은 그동안 미흡했던 생태환경 및 경관계획, 공공디자인 등과 기본계획 등의 계획업무를 중심으로 한다. 특히 설계환류ㆍ설계VE 등 업무체계 개선을 통해 내실을 다지는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게 될 것이다. 도시경관팀은 단지부문의 조경설계와 발주업무를 중심으로 녹색성장 기조의 정부정책을 수행하기 위한 세부실천 방안을 수립하게 될 것이다. 녹색건축팀은 도시공원의 공공건축물 설계와 발주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처 이름에 ‘조경’을 붙이지 않았는데?
처의 명칭에 대한 부분은 고민이 많았다. 따라서 여러 차례 회의를 거친 후에 결정됐다. 조경설계, 경관설계, 토목조경 등 다수 안이 나왔었지만 결론은 녹색경관처로 결정했다. ‘조경’이 포함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아직도 조경업의 분류를 오해하는 이들이 많다. 조경을 붙이는 것이 오히려 할 수 있는 사업 분야를 좁힐 수 있다는 판단을 하게 되어 어쩔 수 없이 분야를 넓힐 수 있는 ‘경관’으로 선택했다. 또한 정부 정책의 최대화두인 녹색성장을 바탕으로 한 ‘녹색 10대전략’ 등 녹색성장사업 부분도 강조하기 위해 녹색경관처로 이름 짓게 됐다.

조경분야가 단지주택 조경이나 공원 등을 조성하는 역할로 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앞으로 경관, 공공디자인, 재생사업, 생태환경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을 조경이 앞장서 수행해 나갈 계획이다.

두 공사의 조경직 통합 전략은?
이질적인 두 집단을 조화롭게 화합해가는 일이 가장 중요하다. 통합 초기에는 토공과 주공 각 조경팀이 분리되어 일했지만 현재는 완전히 섞여 한곳에서 일하고 있다. 특히 물리적 통합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각도 섞여져 장단점을 찾아 나서는 작업을 진행해가고 있다.

한국토지공사는 땅이라는 ‘원자재’를 중심으로 개발했던 기관이고 대한주택공사는 주택이라는 ‘상품개발’을 중점적으로 진행해왔던 기관이다. 이 두 집단의 장단점을 통합한다면 원자재에서부터 상품까지 종합적으로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됨으로써 향후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올해는 무엇보다 앞으로 펼쳐질 여러 가지 상황들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녹색경관처가 영속될 수 있도록 체계를 잡는데 주력해야 한다. 또 설계와 견적 기준ㆍ시방서, 설계 프로그램 등 세부기술에 대한 사항을 ‘LH 조경’이라는 이름으로 단일화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더불어 조경의 계획ㆍ설계ㆍ시공ㆍ유지관리 등 업무과정과 틀 역시 통일해 통합단체로 굳혀갈 것이다.

올해 사업 계획은 어떤 것들이 있나?
올해 진행 사업은 보금자리주택 등 역점사업을 중심으로 설계와 공사 일정을 조정해 추진할 계획이다. 조경분야 사업에는 1조원 정도 투자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자금조달 부분이 원활하지 않아 발주 시기까지는 결정하지 못했다. 다만 4월쯤에는 결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올해는 무엇보다 공사의 내실을 기하는데 만전을 기하는 시기다. 또 조경직들은 팀장을 중심으로 국토해양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기관과 유기적으로 상호 협력해갈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어갈 것이다. 산하단체와의 관계 역시 꾸준히 맺어갈 계획이다. 대외적인 활동영역을 넓혀 활동력을 갖춘 공사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또한 계약방식, 발주ㆍ설계 방식에 대해서도 조금씩 다른 시도를 해볼 생각이다. 지금 너무 움츠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과감히 시도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남기고픈 얘기가 있다면?
현재 LH의 조경직 160명 중에는 특히 인재가 많다. 사실 조경관련 직원들이 공부도 많이 하고 또 그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다. 생각도 순수하다. 하지만 그동안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앞으로는 조경직도 그 실력을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또한 ‘친정집’ 같은 편안한 직종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이 자리를 굳혀갈 계획이다.

10여년 후에는 LH 뿐 아니라 한국 조경업계 전체가 업역에 대해 고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지금부터 한발 앞서가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후배들이다. 지금 구성된 이 ‘처’도 안정적이지 않다는 점을 기억하고 조경의 역할을 찾아나가야 할 것이다.

특히 경관, 공공디자인, 재생사업 등 삶의 질을 높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직까지 한국에서는 공기업의 역할이 크다. 하지만 향후에는 LH나 SH 등이 진행하는 주택 및 택지개발뿐 아니라 도로건설, 수자원 등까지도 새로운 시장이 생기거나 민간이 해결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공기관은 특히 조경직은 공공디자인, 경관, 재생사업 등 기반공사를 중점적으로 진행해가야 할 것이다.

더불어 이지송 사장이 언급했던 것과 같이 이제는 개발시대의 효율성과 경제성 중심 사업에서 벗어나 지속가능하고 역사와 문화를 담는 공간, 인공적인 생각을 배제한 생태조경으로 만들어가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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