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층이 작은종모양의 흰꽃이 매달린 때죽나무

5월이 오고 층층이 자란 긴 가지에서 다시 갈라진 잔가지 사이마다 마치 은종처럼 아래를 향해 두서너 송이씩 모여 매달리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흰 꽃이 일제히 피어날 때면 그 모습이 장관이다.

작은 종처럼 생긴 하얀 꽃들이 바람에 흔들려 때죽나무의 상큼한 레몬향 같은 향기가 전해져 오면, 이런 소소한 행복감이 밀려온다. 

가을이 오면 꽃이 진 자리에 달리는 도토리 같기도 하고, 작은 달걀 모양을 닮기도 한 열매가 긴 자루에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도 보기 좋다.

때죽나무 이름의 유래는 여러가지이다.  가을에 나무에 매달린 열매모습이 회색으로 반질반질하여 마치 스님이 떼로 몰려 있는 것 같아 ‘떼중나무’라 했고, 수피가 어두운 자갈색어서 마치 나무에 때가 낀 것처럼 거무스레 보여서 ‘때죽나무’라는 이야기도 있다.

또 덜 익은 열매껍질을 빻아서 물에 풀면 독성이 있어 ‘고기가 떼로 죽는다’라고 하여 때죽나무라 하는 이야기도 있다. ‘에고사포닌’ 성분은 체내에서 적혈구를 파괴하므로 유독식물로도 알려져 있다.

영어이름 ‘snowbell’은 4월에 순백의 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모습에서 지어진 듯하다.

기름때를 없애 주는 역할을 하여 비누가 없던 시절에 이 열매를 찧어 푼 물에 빨래를 했다고 한다. 동학혁명 때는 무기가 부족하자 농민들이 때죽나무 열매를 빻아 반죽해 화약과 섞어 사용했다고 한다.

약용으로는 관절염, 타박상, 골절상 등에 사용하고, 불을 피울 때 연기가 나지 않는 나무로 싸리와 함께 잘 알려져 있다.

상큼한 향이 좋아 향수의 원료로 사용하고, 목걸이와 기구재, 가공재, 장기 알이나 목기 지팡이 등을 만드는데 쓰인다.

최근에 때죽나무가 크게 주목받게 되었는데, 공해 문제 때문이다. 서울 도심에 있는 남산이나 비원 같은 곳의 숲들이 산성비와 대기 오염 때문에 피해를 많이 입곤 하는데, 유독 때죽나무는 왕성하게 어린 나무를 키워 내보낸다.

그래서 이 때죽나무가 미국자리공처럼 공해의 피해를 알려 주는 지표 식물이 된 셈이다.

특히 몇 년 전 미국의 북동부 지역에 한파가 몰려왔을 때 대부분의 때죽나무들이 모두 피해를 입었지만 유독 한국산 때죽나무 만이 튼튼하게 살아남아 관심을 모으게 되었고, 전 세계에 분포하는 120여 종에 가까운 때죽나무 가운데 한국산이 추위에 가장 강하다는 것이 알려졌다.

* 적지 : 햇빛이 잘 드는 곳이 좋으나, 그늘진 눅눅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부식질이 많은 흙을 좋아한다.
* 이식 : 3~4월과 10~11월이 좋고, 큰 나무일 때만 뿌리돌림 한다.
* 시비 : 꽃이 진 후에 덧거름으로 깻묵 썩힌 액비를 주며, 봄에 꽃피기 전까지는 인산질 비료를 주면 효과적이다.
* 실생 : 가을에 열매를 채취하였다가 2년 정도 노천에 묻은 후 파종한다. 야생 상태의 큰 나무 밑에 자연 낙과하여 발아한 어린 모종을 뽑아다 육모해도 된다.
* 번식 : 삽목, 취목, 접목, 조직배양으로도 가능하다.
* 병충해 : 저항성이 강해서 관리가 편하나 녹병은 장마가 끝난 후에 다이센 또는 디포라탄을 희석해서 10~15일 간격으로 3회 이상 살포하거나, 발아 직전(4월경)에 석회유황합제를 수관에 살포한다.
점무늬병은 농용 산수화제 또는 보르드액을 6월 하순~8월까지 3~4회 살포한다. 흰가루병은 한 여름에 다이센, 카라센, 보르도액(4-4식), 톱신 등을 뿌린다.

 

때죽나무 특징

* 수피 : 어린가지에 별 모양의 털이 촘촘히 있지만 자라면서 점차 없어지고 표피가 벗겨지면서 다갈색으로 된다.
* 잎 : 어긋나며 달걀형~긴 타원형으로 끝이 뾰족하고 가장자리에 치아 모양의 톱니가 약간 있다.
* 꽃 : 단성화이며, 5~6월에 총상꽃차례에 흰색 꽃이 2~6개씩 매달려 핀다. 꽃부리는 5갈래로 깊게 갈라지며 수술은 10개이고 수술대의 아래쪽에는 흰색 털이 있다.
* 열매 : 핵과로 길이 1.2~1.4㎝의 달걀형의 공 모양으로 9월에 익고 껍질이 터져서 종자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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